쇼케이스장 2층 K-팝 존에 꾸민 ‘미키 마우스’를 사랑하는 한 팬의 방. 디즈니코리아 제공
K팝과 디즈니가 만났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는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요새 도산(YOSAE DOSAN)에서 개최된 ‘디즈니코리아 프랜차이즈 쇼케이스 2027’을 통해 국내 주요 엔터테인먼트사들과의 협업 전략을 발표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가칭)K컬처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10여 개의 중장기 ‘K메이드’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한다.
SM엔터테인먼트와는 마블(Marvel) IP를 활용한 전략적 협업을 추진한다. SM 소속 아티스트의 세계관과 마블의 스토리를 결합하는 방식이다. 하이브, 스타쉽엔터테인먼트 등과도 협업을 준비 중이다.
디즈니는 한국의 팬덤 문화를 디즈니 IP와 결합하는 ‘K팬덤 믹스’를 주요 전략으로 내세웠다. 이에 행사장에는 K팝과 디즈니의 다양한 협업 사례가 전시됐다. 한쪽 벽면에는 국내 아이돌 그룹 응원봉에 미키마우스 등 디즈니 캐릭터를 접목한 협업 제품 수십 개가 진열됐다.
오는 10월 열리는 ‘디즈니런’과 ‘마블런’도 단순한 러닝 행사를 넘어 K팝 공연, 팝업, 먹거리 등을 결합한 팬덤 축제로 확장한다. 아일릿의 스페셜 무대도 예정돼 있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재혼 황후’ 등 한국 콘텐츠의 팬덤도 소비재 사업으로 넓힐 계획이다.
김현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소비재 사업부 총괄은 쇼케이스 현장에서 “한국은 K컬처의 독창성과 글로벌 영향력을 디즈니의 100년 스토리텔링 역량과 접목할 수 있는 매우 특별하고 전략적인 시장”이라며 “한국에서 시작하고 디즈니와 함께 세계로 나아가는 상생과 확장의 모멘텀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9월 11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 로이 톰슨홀.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TIFF) 레드카펫에 선 리사를 향해 팬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이날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다큐멘터리 ‘올웨이즈 라리사(Always Lalisa)’는 블랙핑크를 떠나 홀로서기에 나선 리사의 1년을 담은 수 킴(Sue Kim) 감독의 작품이다. 그러나 화려한 레드카펫 뒤로 카메라가 포착한 것은 스포트라이트만은 아니었다.
영화가 공개한 한 장면은 짧지만 무거웠다. 연습생 시절 영상 유출로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을 때, 리사와 현 소속사 LLOUD는 공식 입장을 내고자 했지만 전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것이다. 리사는 자신이 태국에서 갓 건너온 연습생이었고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었다는 맥락을 직접 설명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 설명은 YG의 판단 아래 공개되지 못한 채 오랜 시간 묻혀 있었다.
이 에피소드가 흥미로운 지점은 인종차별 표현 그 자체의 파장을 넘어, ‘아티스트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 권리를 누가 쥐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는 데 있다. 그리고 이는 리사 개인의 사례로 그치지 않는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대형 기획사와 소속 아티스트 간의 ‘소통 간극’이다. 리사의 사례처럼, 투명한 소통으로 즉각적인 사과를 전하려는 아티스트의 입장과 파장을 고려해 보수적 접근을 택하는 기획사의 방향성은 종종 충돌한다. 이는 리스크를 바라보는 양측의 근본적인 견해 차이에서 비롯되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통의 엇박자와 적기를 놓친 침묵은 결국 이미지 타격으로 되돌아온다.
실제 YG엔터테인먼트에서 소속 아티스트들의 언론 홍보를 맡았던 업계 관계자는 빌보드코리아에 “아티스트의 사생활 이슈를 처리하는 과정이야말로 한 기획사의 위기관리 수준을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는 지표”라고 짚었다. 콘텐츠 제작에는 막대한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면서도 정작 아직 벌어지지 않은 위기에 대한 대비에는 소홀한 기획사가 많다는 지적이다. 그 결과 사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뒤에야 뒤늦은 수습에 나서는 패턴이 반복된다는 것. 얼마나 내부 소통이 원활한지, 팬심을 이해하는지, 위기 국면에서 메시지를 쓸 역량이 있는지가 “완성형 매니지먼트의 첫 출발”이라는 게 그의 결론이다.
이 진단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리사의 경우 소속사가 사전에 대비하지 못한 리스크가 아니라, 아티스트 본인이 직접 나서서 해결하려 했던 리스크였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아이러니하다. 위기가 감지됐고 당사자가 대응 의지까지 밝혔음에도, 정작 그 판단은 회사의 몫으로 넘어갔다.
리사-YG 사례가 특히 시사하는 바는, 이런 소통 이슈가 대형 기획사와 글로벌 K팝 아이돌 사이에 벌어졌다는 것이다. YG는 업계 최상위 대형 기획사 중 하나다. 그럼에도 위기관리 판단은 철저히 회사 중심으로 이뤄졌고, 아티스트 본인의 서사적 필요는 부차적으로 취급됐다. 모든 사례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K팝 산업 특성상 대형 기획사의 선례를 중소 기획사들도 참고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그 파장은 작지 않다.
결국 리스크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미리 감지했든 못했든, 그 위기에 어떻게 반응했는지가 한 기획사의 진짜 역량을 보여준다. 콘텐츠에 쏟는 만큼의 공을 소통과 위기 대응에도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매니지먼트가 갖춰야 할 기본기일 것이다. 자신에게 벌어진 논란에 대해 스스로 설명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아티스트가 K팝 산업에 얼마나 더 있을까. 무대가 넓어질수록, 그리고 K팝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질수록, 이 질문은 리사 한 사람만의 문제로 남지 않을 것이다.
블랙핑크와 NCT가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두 그룹 모두 K팝을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인 만큼, 이들이 데뷔 10주년을 맞이하는 방식에 이목이 쏠린다.
블랙핑크는 아쉬움으로 시작했다. 2016년 8월 8일 데뷔한 블랙핑크는 데뷔일인 지난 8월 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0주년 기념 ‘Meet & Greet’ 행사를 진행했다. 글로벌 톱 걸그룹으로 도약한 블랙핑크이기에 ‘10’이라는 숫자가 팬들에게 주는 의미가 컸으나, YG엔터테인먼트는 데뷔 기념 행사에 내내 침묵하다 ‘Meet & Greet’ 행사 개최 이틀 전에 이를 공지했다.
LLOUD 제공
행사도 블랙핑크의 위상에 비해 규모가 터무니없이 초라했다.
행사를 이틀 앞두고 공지가 이뤄진데다 참석 인원이 40명으로 제한되고, 라이브 방송과 오프라인 행사 역시 짧게 진행되면서 팬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에 블랙핑크 멤버 전원이 사과를 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팬들의 아쉬움이 블랙핑크 멤버들의 솔로곡 릴레이로 달래질 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제니가 먼저 솔로 앨범 ‘Fallen Angel’을 발매했다. 제니가 신보를 내놓은 지 일주일 만에 리사와 지수가 같은 날인 지난 4일 선공개 싱글을 발매했다. 리사는 오는 10월 23일 발매되는 새 EP ‘PRESS PLAY’의 선공개곡 “SaWaDiKa’을, 지수는 정규 1집의 선공개 싱글인 ‘CLICK’을 선보였다.
NCT는 보다 풍성하다. SM엔터테인먼트는 NCT 론칭 10주년을 기념한 ‘NCT 2026’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9월 한 달간 음악, 패션, 전시를 아우르는 이벤트를 준비했다.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반포한강공원 달빛무지개분수에서 NCT 파생 그룹들의 대표곡에 맞춘 분수쇼를 선보였고, 3일부터 27일까지는 석촌호수에 아트벌룬이 띄워진다. 잠실 롯데월드타워 일대에서 열리는 2027 S/S 서울패션위크에서는 4일부터 6일까지 NCT 활동 의상이 전시됐다. 오는 18일부터 10월 18일까지는 롯데월드의 몰입형 체험 플랫폼 ‘DEEP’과 손잡고 이머시브 전시를 개최해 관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선보인다.
잡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멤버들의 의상 및 개인 소장품을 판매하는 ‘NCT 플리마켓’에서 성범죄로 실형을 확정받아 팀을 탈퇴한 태일의 옷을 팔아 해당 옷을 산 팬이 자신의 SNS에 이를 공론화했다. 이 팬은 “범죄자 옷을 사고 싶어 하는 팬이 어딨나. SM에 정식으로 항의하겠다”고 억울함을 호소했고, SM 측 또한 태일 옷이 나온 건 맞다며 뒤늦게 사실을 시인했다.
전세계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K팝 그룹들의 10주년은 팬들에게는 기념비적인 순간이다. 소란이 있었다 하더라도 앞으로 펼쳐질 음악 활동 및 새로운 콘텐츠가 순조롭게 전개된다면 팬들의 아쉬움도 자연스레 사그라들 가능성이 있다. 두 그룹 모두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만큼, 다음 발걸음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