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T 127, 10년 저력 증명한 ‘NEO CITY : THE REDLINE’

NCT 127. SM 엔터테인먼트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NCT 127의 질주가 시작됐다.  

NCT 127은 지난 20일(한국 시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다섯 번째 투어 ‘네오 시티 : 서울 – 더 레드라인'(NEO CITY : SEOUL – THE REDLINE)의 서울 마지막 공연을 열었다. 18일부터 사흘간 열린 공연은 시야제한석까지 전석 매진돼 약 3만1500명을 모았다.

이번 공연은 5명의 멤버로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련한 무대 장악력과 한층 과감해진 연출로 팬들을 매료시켰다. 인트로와 함께 선보인 첫 무대 “Legacy”에서는 멤버들이 와이어를 타고 공중에서 하강하는 오프닝을 연출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다채로운 곡들에서 선보인 파격적인 무대 연출이 빛을 발했다. “Cherry Bomb” 무대에서는 태용이 그룹의 변화에 맞춰 랩 벌스를 새롭게 작사해 한층 색다른 무대를 꾸몄다. “Punch”는 복싱 링 경기장을 연상케 하는 연출 속에서 수많은 댄서들과 함께 웅장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리더 태용마저 “이렇게 멋있는 “Punch” 무대는 나도 처음이다”라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을 정도다. 차를 타고 질주하는 VCR 영상과 이어지듯 실제 무대 위로 차를 타고 등장한 “Piñata” 무대 역시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공연의 열기는 “소방차(Fire Truck)”부터 “Fact Check (불가사의; 팩트 체크)”, “영웅 (Kick It)”으로 쉼 없이 몰아치는 폭발적인 히트곡 메들리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여기에 그룹의 새 정규 7집 “BLINGY”의 수록곡들까지 더해지며, 10년의 커리어 동안 팬들에게 사랑받은 명곡들과 새로운 매력을 모두 아우르는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였다.

직접 참석하지 못하는 팬들을 위해 9월 19일과 20일 공연은 Beyond LIVE(비욘드 라이브)와 Weverse(위버스)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특히 서울 공연 마지막 날에는 현재 군 복무 중인 멤버 정우와 도영이 관객으로 깜짝 방문해 현장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도영은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떡 케이크를 직접 준비해 와 멤버들과 팬들에게 잊지 못할 훈훈한 추억을 선사했다.

서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NCT 127은 오는 2027년 1월까지 아시아 전역에서 ‘NEO CITY : THE REDLINE’ 투어를 이어가며, 자카르타, 홍콩, 싱가포르, 사이타마, 방콕, 마닐라, 타이베이, 쿠알라룸푸르, 마카오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K팝 아이돌 컴백, 리믹스 앨범이 왜 따라붙을까

LE SSERAFIM (르세라핌) ‘Made My Night (feat. EJAE)’ Official Visualizer

K팝 아티스트들의 컴백 타임라인에 ‘리믹스 앨범’ 발매가 필수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단순한 팬 서비스 차원을 넘어 숏폼 바이럴과 글로벌 음원 차트 성적을 동시에 겨냥한 치밀한 전략이다.

르세라핌은 지난 14일 오후 1시 싱글 2집 타이틀곡을 재해석한 ‘Made My Night (feat. EJAE)‘를 발매했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로 글로벌 인지도를 굳힌 싱어송라이터 이재(EJAE)의 강렬한 보컬이 얹어지며 또다른 느낌을 선사했다.

이러한 리믹스 생태계 확장에 가장 공격적인 곳은 단연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다. SM은 산하 EDM 레이블 스크림 레코즈를 통해 소속 아티스트들의 타이틀곡을 리믹스하는 ‘iScreaM(아이스크림)’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월 28일에는 레드벨벳의 신곡 ‘Surfin’ Boy’를 리믹스 싱글(iScreaM Vol.40)로 발매했다. 이때 퓨처 펑크와 힙합 인스트루멘탈 씬에서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한 미국 프로듀서 ‘플라밍고시스(Flamingosis)’와, 국내 힙합·R&B 신의 라이징 듀오로 꼽히는 ‘라쿠네라마(RAKUNELAMA)’를 기용해 원곡에 이국적이고 여유로운 그루브를 완벽하게 입혀냈다. 6월에도 라이즈의 ‘Impossible’을 프랑스 출신 하우스 프로듀서 다리우스(Darius) 등과 협업해 선보인 바 있다. 

SM의 기획은 단순한 트랙 변형을 넘어선다. 인디와 서브컬처 장르의 뮤지션들을 앨범으로 끌어들이고 대중이 직접 참여하는 리믹스 경연 대회를 열어 우승작을 정식 음원으로 론칭하는 등 아티스트의 고유 IP를 대중이 마음껏 갖고 노는 ‘놀이터’로 확장시키는 점이 특별하다. 

엔터사들이 리믹스 앨범 제작에 이토록 공을 들이는 결정적 이유는 글로벌 음원 차트의 집계 기준 때문이다. 빌보드를 비롯한 주요 차트들은 오리지널 트랙과 여기서 파생된 다양한 리믹스, 스페드업(Sped-Up) 버전의 스트리밍 및 판매 수치를 전부 ‘단일 원곡의 성적’으로 묶어 합산한다. 

리스너들에게 다채로운 장르 편곡으로 새로운 청각적 유희를 선사하는 것은 물론이다. 동시에 전 세계 플랫폼으로 흩어질 수 있는 팬덤의 스트리밍 화력을 한 곡으로 집중시켜 빌보드 메인 차트 진입 장벽을 낮추는 합법적이고 효율적인 ‘부스터’인 셈이다.

VR·홀로그램으로 최애 만난다… K팝 팬들은 왜 ‘몰입형 공간’에 가나 

빅뱅 전시, 아이브 전시. 각 회사 인스타그램

온라인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K팝 팬들은 오히려 실제 공간을 향하고 있다.

최근 K팝 전시들은 첨단 기술을 입고 거대한 세계관을 직접 경험하는 ‘몰입형 공간’으로 진화했다. 지난달 24일부터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과 시청역 사이 지하공간에서는 빅뱅의 20주년 전시 ‘코스모스(COSMOS)’가 열리고 있다. VR 기기를 통해 멤버들이 코앞에서 라이브를 펼치는 듯한 생생함을 선사하고, 홀로그램과 레이저쇼로 공간을 촘촘히 채웠다. 

성수동에서 진행되는 아이브 안유진과 장원영의 ‘안녕(An-Young) 인 서울’ 전시는 LED 미디어아트에 두 멤버가 직접 조향한 향기와 공간별 사운드를 더해 공감각적인 감상을 끌어냈다. 

NCT 역시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롯데월드 어드벤처 지하에서 ‘네오 디멘션(NEO DIMENSION)’을 열고, 사방을 둘러싼 4면 영상으로 지난 10년의 방대한 세계관 속에 팬들을 초대했다. 여기에 스크린 너머가 아닌 무대 한가운데 선 듯한 시공간적 쾌감을 준 엔하이픈의 극장용 VR 콘서트 상영까지 더해지며, 팬들은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아티스트와 교감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획사들은 왜 끊임없이 팬들을 집 밖으로 불러모을까. 핵심은 ‘경험의 희소성’에 있다. 숏폼 영상과 3분 남짓의 짧은 음원 등 파편화된 콘텐츠가 넘쳐나는 환경에서, 오히려 특정 공간에 오래 머물며 아티스트의 서사를 깊이 있게 흡수하는 체험의 가치가 치솟은 것이다. 시각과 청각, 심지어 후각까지 자극하는 공간의 힘은 디지털 화면이 줄 수 없는 짙은 몰입감을 제공한다. 

이는 최근 멜론이나 스포티파이 같은 대형 플랫폼들이 앞다투어 화려한 팝업스토어나 오프라인 청음회를 기획하는 행보와도 궤를 같이한다. 100% 온라인 기반의 서비스조차 현실 공간에서의 입체적인 브랜드 경험이 뒷받침되어야만 이용자들의 코어 팬덤을 단단하게 묶어둘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이렇게 오프라인에 묶인 팬덤의 에너지가 결국 온라인으로 역류하며 시너지를 낸다는 것이다. 전시장과 VR 상영관에서 압도적인 몰입을 경험한 팬들은 이를 단순히 개인의 추억으로만 남기지 않는다. 이들은 감각적인 숏폼 영상과 정성스러운 후기, 다채로운 인증 사진 등의 2차 콘텐츠를 쏟아내며 소셜미디어상에 자발적인 바이럴을 일으킨다. 오프라인 공간의 높은 밀도가 온라인 확산의 가장 강력한 땔감이 되면서, 팬덤 내부의 결속력은 물론 대중적인 화제성까지 동시에 거머쥐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플레이브, 메가 IP로 성장… 비즈니스 효율의 진실은?

2026 PLAVE WORLD TOUR KEEP IT MANIC

버추얼 아이돌은 오랫동안 서브컬처의 산물로 여겨졌다. 실시간 3D 그래픽으로 구현한 아바타가 대중적 공감을 살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지배적이었다. 블래스트(VLAST) 소속 5인조 보이그룹 플레이브(PLAVE)는 이 편견을 숫자로 뒤집었다.

2025년 발매한 음반 두 장이 모두 밀리언셀러에 올랐고, 한 해 판매량만 235만 장이다. 미니 4집 ‘Caligo Pt.2’는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145위에 올랐다. 디지털 싱글 ‘Pump Up The Volume!’은 멜론 TOP100 1위를 기록했다.

버추얼 아이돌이 넘어야 할 가장 거대한 벽은 ‘물리적 공간’이었다. 그러나 플레이브는 지난해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이틀간의 공연을 전석 매진시키며 이 한계를 1차적으로 돌파했다.

지난 12~13일 인천문학경기장 주경기장에서는 첫 월드투어 ‘2026 PLAVE WORLD TOUR KEEP IT MANIC’의 막을 올렸다. 야외 스타디움 공연은 날씨의 영향을 직접 받는데다 실내 돔보다 연출 제어가 까다롭다. 플레이브는 자본과 기술로 이를 정면 돌파했다. 가로 120m, 세로 20m가 넘는 초대형 LED 스크린이 스타디움을 감싸며 화려한 시각적 연출을 쏟아냈다. 

이 지점에서 메가 IP급 버추얼 아이돌이 가진 ‘비즈니스 효율’에 이목이 쏠린다. 

버추얼 아이돌은 ‘가성비’가 좋다는 게 업계 통설이었다. 연습생 트레이닝비, 숙소비, 의상비 같은 고정비가 빠지니 당연한 얘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블래스트의 2025년 재무제표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매출은 2023년 122억 원에서 2025년 855억 원으로 뛰었고, 영업이익률은 23.6%이다. 그런데 급여로만 52억 원이 나갔다. 숙소비나 의상비는 덜 들지만 그 자리를 IT 인프라 유지비와 고급 기술 인력 인건비가 채운 셈이다.

이유는 블래스트의 조직 구조에 있다. 블래스트는 매니지먼트만 하는 게 아니라 방송국과 제작사 역할을 동시에 한다. 유튜브 라이브 방송 하나를 켜려 해도 언리얼 엔진 기반 실시간 파이프라인(실시간으로 3D 그래픽을 구현하는 고도의 전문 방송 시스템)이 돌아가야 한다. 광학식 모션 캡처 엔지니어, 3D 애니메이터, 서버 개발자까지 상시 대기한다. 플레이브 한 팀을 굴리는 데 100여 명이 붙어 있다.

해외 투어는 또 다른 부담이다. 실제 아이돌은 투어 중에도 작곡가는 다음 앨범을, 다른 멤버는 국내 방송을 소화하는 식으로 일을 나눠 돌릴 수 있다. 반면 플레이브는 모션 캡처 수트와 센서, 그래픽 서버, 이를 다루는 엔지니어 팀 전체가 통째로 투어에 묶인다. 그 기간 국내 매체 노출이나 연말 시상식 참여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버추얼 아이돌의 초기 제작비가 저렴할지는 몰라도, 무대 위에서 실시간으로 춤추고 노래하게 만드는 렌더링 비용과 인력 운용비는 기존 아이돌의 유지비를 훨씬 초과한다. 결코 ‘가성비’가 좋은 것이 아니라, 막강한 팬덤 폭발력으로 그 고정비를 뛰어넘는 ‘슈퍼 매출’을 만들어내고 있을 뿐이다.

‘마의 7년’은 옛말? 장기전 끝에 더 빛나는 아이돌

위 에이티즈, 아래 엔하이픈. 각 회사 제공

K팝계에는 ‘마의 7년’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돌 그룹이 데뷔 7년 차가 되면 으레 해체나 멤버 이탈 수순을 밟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기류가 달라졌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전속계약서에 따라 아이돌 그룹의 전속계약 기간은 통상 최장 7년으로 묶인다. 계약이 끝나는 시점이 다가오면 각 멤버들의 희망 활동 방향, 기획사와의 신뢰, 군 복무 이슈 등이 소속사와의 협상 테이블에 떠오른다. 

그러나 최근 엔터 산업에서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됐다. 세븐틴은 지난 7월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와 두 번째 전원 재계약을 체결했고, 스트레이 키즈 역시 계약 만료를 앞두고 JYP엔터테인먼트와 전원 재계약하며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에이티즈와 엔하이픈도 눈에 띈다. 

에이티즈는 지난해 KQ엔터테인먼트와 7년 재계약을 맺었다. 성과도 두드러진다. 올해까지 ‘빌보드 200’ 차트 정상에 3차례나 올랐고, ‘코첼라’ ‘서머소닉’ 등 대형 해외 페스티벌 무대에 서며 글로벌 시장에서 K팝 대표 그룹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에이티즈가 지난 6월 발매한 열네 번째 미니 앨범 ‘GOLDEN HOUR : Part.5(골든 아워 : 파트5)’의 타이틀곡 ‘BAD(배드)’는 국내 음원 차트에서도 롱런을 이어가고 있다.

데뷔 7년차인 엔하이픈은 아직 재계약 여부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발매한 미니 8집 ‘더 신 : 블리스(THE SIN : BLISS)’를 통해 ‘빌보드 200’ 차트(9월 5일 자) 정상에 올랐다. K팝 보이그룹 역사상 ‘빌보드 200’ 1위를 기록한 팀은 엔하이픈을 포함해 여섯 팀뿐이다.

이처럼 K팝 그룹들의 생존 방식이 변화하면서 ‘마의 7년’은 완전히 소멸했다기보다 본질적인 성격이 전환된 것에 가깝다. 과거의 7년이 해체냐 존속이냐를 가르는 절체절명의 생존선이었다면, 현재는 팀의 체급과 장기적 생존력을 평가받는 시험대로 바뀐 것이다. 물론 모든 그룹에게 문턱이 낮아진 것은 아니다. 강력한 글로벌 팬덤을 입증한 상위권 팀에게 7년은 더 넓은 무대로 나아가는 도약대가 되지만, 확실한 코어 팬층을 구축하지 못한 팀에게는 여전히 냉혹한 한계선으로 작용한다. 결국 활동 수명은 길어졌을지 몰라도 살아남는 팀과 뒤처지는 팀 사이의 양극화는 더욱 명확해진 셈이다. 이제 K팝 아이돌 그룹에게 7년은 마침표가 아닌 새로운 출발선이다.

스포티파이·멜론, 치열해진 음원 플랫폼 경쟁 속 ‘오프라인 행사’로 승부수

스포티파이 하우스, 멜론 STAGE 99

이제는 오프라인이다. 스포티파이, 멜론과 같은 음원 플랫폼들이 오프라인 행사로 승부수를 띄웠다.

이제 리스너들에게 음악은 이어폰으로 듣는 ‘청취’의 영역을 넘어, 직접 보고 느끼며 현장감을 공유하는 ‘경험’의 영역으로 넘어왔다. 화면 속 플레이리스트와 인터페이스만으로는 유저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 어려워진 현시점에서, 오프라인 공간은 브랜드와 아티스트, 그리고 팬을 정서적으로 묶어주는 확실한 창구가 된다.

스포티파이는 경험과 장르의 확장을 내세웠다. 대표적인 행사가 이달 열린 ‘스포티파이 하우스 서울’이다. 이 행사는 성수동 앤더슨씨 공간 전체를 활용해 앱 속 알고리즘 추천을 팝업존 형태의 물리적 공간으로 바꾸고, K팝 중심이던 기존 이벤트를 넘어 K인디·K힙합 등 다양한 장르 아티스트의 라이브 무대를 선보인 대형 팝업 이벤트다. 방문객이 현장에서 취향 질문에 답하면 자신에게 맞는 음원 장르 룸을 추천받아 직접 청음·체험하게 했으며, 혁오, 잔나비, 다이나믹 듀오 등 다채로운 장르의 뮤지션들이 직접 라이브 무대를 펼쳐 아티스트와 팬이 교감하는 장을 마련했다. 즉, 화면 속 알고리즘을 감각적 체험으로 바꾸고 비주류 장르로까지 음악적 경험을 넓혀준 실체적 사례인 셈이다.

멜론은 ‘충성 고객을 위한 혜택’에 집중하며 차별화에 나섰다. 아티스트와의 ‘팬밋업’ 행사를 기획할 때 유저가 해당 아티스트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온도로 표현하는 자체 지표인 ‘친밀도’가 높은 팬들을 우선 초청해 기존 고객들을 챙긴다. 이와 더불어 연말 음악 시상식인 ‘멜론 뮤직 어워드(MMA)’를 매년 개최하며, 대형 오프라인 이벤트를 활용해 자사 유저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멜론은 골드 등급 이상의 회원들에게 유명 대형 페스티벌이나 뮤지컬의 선예매 기회를 제공하고, 3~5년 이상 플랫폼을 장기 이용한 VIP 및 MVIP 등급 회원들에게는 대형 공연 관람권을 50% 할인해 주는 등 특전을 부여한다. 오랫동안 멜론을 선택해 준 유저들에게 실질적이고 독점적인 오프라인 문화 혜택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결국 음원 플랫폼 경쟁의 판도는 단순히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섰다. 스포티파이가 팝업과 독자적 무대로 ‘새로운 음악 경험과 장르의 확장’을 도모한다면, 멜론은 충성 유저에게 ‘독점적 혜택’을 주며 기존 고객을 묶어두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온라인 앱을 뛰어넘어 리스너들의 오프라인 라이프스타일을 누가 더 깊이 사로잡느냐에 이목이 쏠린다.

명품·플랫폼이 K팝과 함께하는 방식이 달라졌다…디올xA24, 무신사xSM이 던진 신호

BTS 지민, 블랙핑크 지수. 각 인스타그램

K팝과 브랜드의 만남은 더 이상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일주일 사이 발표된 두 건의 협업은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디올(Dior)은 영화사 A24와 손잡으며 K팝 아티스트를 자사 앰배서더 라인업에 올렸고, 무신사는 SM엔터테인먼트와 개별 아티스트 단위가 아닌 ‘전사 아티스트 IP’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패션과 K팝의 결합이 단발성 화보나 광고를 넘어, 장기 파트너십과 산업 단위 협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신호다.

디올x A24, 팝스타와 배우를 잇는 2년짜리 판을 짜다

디올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독립영화 제작사 A24와 2년간의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이번 협업은 A24가 2023년 인수한 뉴욕의 오프브로드웨이 극장 Cherry Lane Theatre를 거점으로 한다. 디올이 이 극장의 주요 파트너로 참여해, 영화와 연극, 라이브 이벤트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단발성 광고 캠페인이 아니라 콘텐츠 제작과 창작 커뮤니티 지원까지 포함하는 ‘기간제 파트너십’이라는 점이 이번 협업의 핵심이다.

파트너십을 알리는 필름 캠페인은 ‘누구나 잠시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어볼 수 있다’는 콘셉트로 시작됐다. 영상에는 사브리나 카펜터, 조시 오코너, 드루 스타키, 카미유 코탱, 소피 와일드 등이 출연해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을 연기하는 콘셉트를 선보였다. 이어 캠페인 참여진들이 ‘Dior A24’ 그래픽 티셔츠를 각기 다른 컬러로 착용한 모습을 SNS에 공개하는 형태로 캠페인이 확장됐다.

이 라인업에 디올의 글로벌 앰배서더인 방탄소년단 지민, 블랙핑크 지수, 스트레이 키즈 현진이 이름을 올렸다. 지민은 1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블루 컬러의 ‘Dior A24’ 티셔츠를 착용한 사진을 게시하며 ‘#DiorA24’ 해시태그를 남겼다. 지수와 현진 역시 각자의 인스타그램에 같은 캠페인 티셔츠를 착용한 사진을 게시하며 라인업에 동참했다. 패션과 영화, 음악을 넘나드는 브랜드 파트너십에 K팝 아티스트 세 명이 공식 라인업으로 포함됐다는 점에서, 이번 협업은 K팝이 글로벌 컬처 브랜딩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무신사 제공

무신사x SM, ‘단발 콜라보’에서 ‘전사 IP 협업’으로

국내에서는 무신사와 SM엔터테인먼트가 아티스트 IP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14일 서울 성수동 SM 본사에서 열린 협약식에는 탁영준 SM 공동대표와 최재영 무신사 최고커머스책임자(CCO) 등이 참석했다.

대형 엔터테인먼트사와 패션 플랫폼의 협업 자체는 새롭지 않다. 실제로 SM과 무신사는 이미 지난 7월과 8월, 하츠투하츠의 “레몬탱”과 NCT 127의 “블링이” 음반 발매를 기념한 협업을 각각 진행한 바 있다. 이번 MOU에서 주목할 지점은 이런 개별 아티스트·개별 프로젝트 단위의 협업을 넘어, SM 소속 전체 아티스트의 IP를 대상으로 한 포괄적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점이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무신사 입점 패션 브랜드와 SM 아티스트 간 협업 상품 기획·발매 △공식 머치(Merch) 유통과 온·오프라인 마케팅 연계 △해외 전략 시장 중심의 공동 마케팅을 추진할 계획이다. 무신사가 아티스트 IP를 단순 마케팅 수단이 아니라 입점 브랜드의 상품 기획·유통까지 연결하는 구조로 활용하려 한다는 점에서, 플랫폼과 엔터사가 만드는 협업의 스케일이 한 단계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재영 CCO는 “SM의 강력한 아티스트 IP와 무신사의 유통 파워 및 플랫폼 인프라, 독창적인 K-패션 브랜드가 만나 새로운 비즈니스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는 MOU 체결 단계로, 실제 협업 브랜드와 참여 아티스트, 구체적인 출시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 부분이 구체화되는 시점이 이번 협업의 실질적 파급력을 가늠할 관전 포인트다.

패션이 K팝을 소비하는 방식, 두 단계 더 진화하다

디올x A24가 K팝 아티스트를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라면, 무신사x SM은 K팝 IP 자체를 패션 산업의 상품 기획 단계부터 결합하는 방식이다. 접근은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K팝이 더 이상 브랜드 캠페인의 ‘모델’로만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와 상품 기획의 파트너로 참여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두 협업이 앞으로 어떤 결과물로 이어질지, 업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창작자 보호 나선 음악 업계… 음저협, AI 탐지 프로그램으로 돌파구 찾나

LIKE A PRAYER 앨범 커버. J, ARIA CHART. ARIA 제공

AI로 제작된 음악이 국내외 차트까지 뚫으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이 곡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을 누구의 권리로 인정할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음악계는 인간의 기여가 전혀 없는 ‘100% AI 음원’을 식별할 탐지 프로그램 도입에 속도를 내며 기준 마련에 나섰다.

AI 음악이 더 이상 유튜브 숏폼이나 일회성 밈(Meme)에만 머물지 않는다. 글로벌 대중음악 차트에서 AI 음악의 파급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호주에서 나왔다. 호주의 DJ 겸 프로듀서인 조쉬 파와즈(Josh Fawaz)가 AI를 활용해 제작한 마돈나의 ‘라이크 어 프레어(Like a Prayer)’ 커버곡이 3,800만 회 이상의 스트리밍을 기록하며 호주음반산업협회(ARIA) 댄스 싱글 차트 1위 및 공식 종합 차트 2위에 올랐다. 사람이 직접 부르지 않은 순수 AI 음원이 차트 최상위권에 오르자, 현지 음악계에서는 권리 인정과 차트 공정성을 둘러싼 논쟁이 일었다. 이에 ARIA 측은 지난 8월 말 “인간의 참여가 없는 100% AI 생성 음원의 차트 진입을 전면 금지한다”는 새로운 규정을 공식 발표했다. 차트 진입으로 입증된 AI 음원의 상업적 성과를 과연 누구의 몫으로 인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글로벌 음악 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국내 가요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3월 24일 발표된 감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에 신규 등록을 요청한 곡 중 60.9%가 인간의 참여 여부가 모호한 ‘AI 생성 의심 곡’으로 분류됐다. AI를 통해 대량으로 생성된 곡들이 저작권료 분배 시장에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음저협은 지난 8월 초 선제적으로 ‘AI 음악 저작권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AI를 활용해 음악을 제작했더라도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있다면 저작권을 정상적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이었다. 반면 프롬프트(명령어) 입력만으로 AI가 100% 전담해 생성한 곡은 등록을 배제하겠다는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 가이드라인은 22일 만에 철회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아직 창작자들과 산업계 전반의 의견 수렴이 부족하니 섣부른 규제는 멈추라”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제도 마련이 지연되자, 음악 업계는 기술적 대응이라는 대안을 선택했다. 음저협을 포함한 국내 주요 음악 단체 6곳이 창작자의 기여 없이 시스템만으로 생성된 곡을 찾아내는 ‘AI 활용 음악 탐지 프로그램’을 공동 도입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현재 이들은 프로그램 개발 업체 선정 단계를 밟고 있다. 음원의 파형과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해 인간의 창작이 배제된 음원을 기술적으로 필터링하겠다는 계획이다. 부당하게 분배되는 저작권료를 막고 인간 창작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해외 주요 음악 선진국들은 ‘조건부 허가’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미국 저작권청(USCO)과 독일 음악저작권협회(GEMA) 등은 기획, 작사, 편곡 등 인간의 아이디어나 창작적 노력이 증명된다면 AI를 썼더라도 해당 부분의 저작권을 인정해주고 있다. 시스템이 100%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한 권리만 배제할 뿐, 기술과의 합법적인 협업은 허용하는 추세다.

이제 AI는 음악계에서 무조건적인 규제 대상이 아니다. 작업 시간을 단축하고 창작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유용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무조건적인 배제보다는 기술의 효용성을 수용하면서도 ‘인간 창작’의 고유한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커지는 K팝 해외 투어 시장, 덩치만큼 불어난 ‘돌발 변수’ 어떻게 넘을까

MAMAMOO. RBW, TOP. 톤즈엔터테인먼트 제공

K팝이 글로벌 산업으로 도약하며 전 세계로 투어 무대가 확장된 지 오래다. 그러나 무대가 넓어진 만큼 기획사와 아티스트가 감당해야 할 ‘돌발 변수’의 리스크도 덩달아 커지는 추세다. 자연재해부터 현지 대규모 시위까지, 최근 국내외 공연계를 덮친 예기치 못한 리스크 현황과 과제를 짚어본다.

해외 투어 일정에서 가장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는 단연 자연재해다. 지난 4일, 인도네시아 아낙 크라카타우 화산이 분화하며 화산재가 자카르타 일대를 덮치면서 현지를 찾으려던 K팝 아티스트들의 일정에 직격탄이 떨어졌다. 빅뱅 출신 탑은 오는 19일로 예정되어 있던 아시아 팬미팅 투어 ‘탑 <T.O.P PRE-STUDIO 2026>’ 자카르타 공연을 현지 사정으로 최종 취소했다. 이어 마마무(MAMAMOO) 역시 관객과 아티스트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자카르타 공연 전격 취소를 결정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둔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손꼽아 무대를 기다려온 글로벌 팬들에게는 짙은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해당 국가의 정치·사회적 혼란도 투어의 발목을 잡는 핵심 원인으로 작용한다. 보이그룹 클로즈 유어 아이즈(Close Your Eyes)는 지난 8월 28일과 30일,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와 자카르타에서 단독 투어 공연을 앞두고 있었으나 개최를 불과 3일 앞두고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대규모 시위 등 예기치 못한 현지의 복합적인 외부 상황이 겹치면서, 원활한 무대 연출은 물론 관객들의 안전 보장조차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돌발 변수는 비단 해외 무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서울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장기화되고 있는 ‘개표소 봉쇄 시위’ 여파로 국내 대형 공연들마저 비상이 걸렸다. 관객 동선 확보와 안전 관리에 치명적인 차질이 빚어지면서, 일본 그룹 제이오원(JO1)은 이달 말 올림픽공원에서 진행 예정이던 서울 콘서트 개최를 취소했다. 대안을 찾기 위한 기획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오는 10월 2일부터 4일까지 단독 콘서트를 앞둔 엑소(EXO) 도경수는 서둘러 일산 킨텍스로 공연장을 옮겼고, 솔로 콘서트를 준비 중인 비투비(BTOB) 이창섭 역시 장소 변경과 함께 일정을 연기하며 기존 예매를 전체 취소하는 뼈아픈 진통을 겪어야 했다.

천재지변이나 대규모 사회적 시위 같은 외부 변수를 기획사가 사전에 완벽히 예측하고 통제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공연의 급작스러운 취소나 장소 변경은 팬들의 일정 차질을 넘어, 기획사 입장에서도 막대한 금전적 손실과 운영상의 타격을 수반하는 치명적인 악재다. K팝 투어 시장이 글로벌 스케일로 거대해진 만큼, 이제는 불가피한 리스크 발생 시 산업 전반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체계적인 위기 관리 매뉴얼을 고안해야 할 시점이다.

최신 AI에 음악 기능을 추가하는 빅테크 기업들… 메타 뮤즈와 애플 오디오 인텔리전스

META, APPLE 제공

빅테크 기업들이 자사의 최신 인공지능(AI) 기술에 음악 기능을 잇달아 탑재하며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 있다. 단순한 정보 검색을 넘어, 사람들이 매일 소비하는 음악을 AI 생태계로 끌어들여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다.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은 글로벌 예매 플랫폼 티켓마스터와 메타(Meta)의 만남이다. 최근 티켓마스터는 사용자의 맥락을 이해하고 행동하는 메타의 맞춤형 AI 에이전트 ‘뮤즈(Muse) AI’의 첫 음악 파트너로 합류했다. 이 결합의 핵심은 소비자가 앱을 여러 개 오갈 필요 없이, 일상적인 대화창 안에서 곧바로 티켓을 구매할 수 있는 편의성에 있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에서 친구와 특정 아티스트의 내한 공연에 대해 메시지를 주고받으면, 뮤즈 AI가 이를 스스로 파악해 대화창 아래에 남은 좌석과 가격을 즉각 띄워준다. 별도의 예매 앱을 켜고 가수를 검색하는 번거로운 과정이 완전히 생략되는 것이다. 이처럼 접근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티켓마스터는 메타 외에도 구글 제미나이, 오픈AI 챗GPT, 앤트로픽 클로드 등 주요 대화형 AI 플랫폼은 물론 음성 명령 기반의 아마존 알렉사+와도 전방위적인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애플(Apple) 역시 일상 속 음악 경험을 완전히 자동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애플 워치에 새롭게 도입된 ‘오디오 인텔리전스(Audio Intelligence)’ 기능은 기기에 내장된 마이크를 활용해 주변 소리 환경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여기에 자회사의 음악 검색 서비스인 샤잠(Shazam)이 통합되면서, 카페에서 좋은 노래가 흘러나올 때 굳이 앱을 켜거나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스마트워치가 알아서 곡명과 아티스트를 화면에 띄워준다. 비록 기기가 24시간 주변 소리를 듣고 있어야 한다는 기술적 특성 탓에 사생활 침해 및 도청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애플은 오디오 데이터가 기기 외부로 전송되거나 저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혁신적인 소비자 편의성을 내세우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이처럼 최신 AI에 음악 기술을 적극적으로 더하는 것은 대중이 가장 자주 소비하는 콘텐츠인 음악을 통해 사용자를 자사 생태계에 더 오래 머물게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음악이 AI 생태계 확장의 무기로 떠오른 가운데, 이러한 ‘락인(Lock-in)’ 효과를 창출하기 위한 빅테크 기업들의 싸움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