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왜 런던에 라이브 스테이지를 세웠을까?

애플(Apple)이 오프라인 라이브 음악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딛었다. 

현지 시각 28일, 영국 런던의 상징적인 건축물 배터시 발전소(Battersea Power Station) 내부에 애플 최초의 자체 상설 공연장 ‘애플 뮤직 홀(Apple Music Hall)’이 드디어 문을 열었다. 역사적인 첫 무대는 팝의 거장 엘튼 존(Elton John)의 어쿠스틱 라이브로 장식됐으며, 그 현장은 애플 뮤직을 통해 전 세계에 독점 생중계됐다.

애플 뮤직 홀의 핵심은 소규모 클럽이 주는 특유의 밀착감과 아레나급 음향 기술의 결합이다. 단 600석 규모로 설계된 이곳은 아티스트의 미세한 표정과 숨소리까지 눈앞에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소형 공연장으로, 관객과 뮤지션 사이의 물리적·감정적 거리감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여기에 무대 전반을 감싸는 48개의 공간 음향(Spatial Audio) 스피커와 16대의 카메라는 물론, 내부 2개의 믹싱 스튜디오를 갖춰 현장의 생생한 오디오와 비주얼을 실시간 고품질 입체 음원과 라이브 영상으로 완성한다.

애플은 공식 채널을 통해 “배터시 발전소 내부에 전 세계 예술가를 위한 첫 라이브 스테이지를 건설했다”라며 “소규모 클럽의 친밀함과 아레나급 음향 시설이 조화를 이루는 곳에서, 아티스트와 팬 그리고 음악은 한층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첫 오프라인 거점으로 미국 본토가 아닌 영국 런던을 선택한 배경에는 대중음악사적 헤리티지와 브랜드 서사가 깊게 작용했다. 런던은 과거 10년간 글로벌 음악 씬을 뒤흔들었던 ‘애플 뮤직 페스티벌’의 모태이자, 애플 유럽 본부와 글로벌 라디오 스튜디오가 있는 팝의 중심지다. 배터시 발전소 특유의 아치형 벽돌 구조와 청동 디테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내부 디자인 역시 런던이 가진 음악 문화에 대한 리스펙트를 담아낸 결과다.

개막 무대를 장식한 엘튼 존을 시작으로 애플 뮤직 홀은 올 하반기 글로벌 음악 씬을 이끄는 아티스트 라인업을 연이어 선보인다. 10월 2일 힙합 씬의 스타 베이비 킴(Baby Keem)을 비롯해 스카이 뉴먼(10월 7일), 트로이 시반(10월 13일), 알로 파크스(10월 22일), 버나 보이(10월 29일), 체이스 앤 스테이터스(11월 26일), 그리고 찰리 XCX(12월 2일)까지 장르와 국경을 넘나드는 뮤지션들이 이 감각적인 600석의 스테이지를 순차적으로 채울 예정이다.

BTS, MTV VMA서 로제 이어 ‘올해의 노래’ 등 2관왕…리사는 아시아 최초 ‘베스트 팝’

BTS. 빅히트 뮤직 제공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주요 대중음악 시상식 ‘2026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MTV VMA)’에서 주요 본상인 ‘올해의 노래(Song of the Year)’를 품에 안으며 시상식의 주인공이 됐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피콕 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방탄소년단은 곡 “Swim”으로 최고 영예 중 하나인 ‘올해의 노래’와 ‘베스트 K팝’ 부문을 동시 수상하며 2관왕에 올랐다. 방탄소년단의 ‘올해의 노래’ 수상은 앞서 동일 부문을 수상했던 블랙핑크 로제에 이어 한국 아티스트로서 달성한 기념비적인 기록이다. K팝 아티스트들이 미국의 주요 음악 시상식에서 대상 격의 트로피를 연이어 들어 올리며 글로벌 팝 시장 내 확고한 주도권을 쥐고 있음을 증명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블랙핑크 리사의 활약도 빛났다. 리사는 일본 배우 사카구치 켄타로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솔로 곡 “DREAM feat. Kentaro Sakaguchi)”으로 쟁쟁한 팝스타들을 제치고 ‘베스트 팝(Best Pop)’ 트로피를 차지했다.

올해 시상식에서 베스트 팝을 비롯해 베스트 K팝, 베스트 안무, 베스트 편집 등 총 4개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렸던 리사는 이번 수상으로 아시아 솔로 아티스트 최초 ‘베스트 팝’ 부문 수상자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한국 가수가 역대 MTV VMA에서 ‘베스트 팝’ 부문을 수상한 것은 지난 2020년 방탄소년단에 이어 두 번째이며, 그룹이 아닌 솔로 아티스트 자격으로는 아시아 전체를 통틀어 리사가 사상 최초다.

추석 귀성길 10시간 반도 끄떡없는 K팝 레전드 ‘자컨’/다큐/리얼리티 BEST

이번 추석, 서울에서 부산까지 예상 소요 시간은 무려 10시간 반.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꽉 막힌 고속도로 위에서 이토록 길고 지루한 시간을 순식간에 삭제해 줄 확실한 치트키가 필요하다. 음악이나 라디오만으로는 버티기 힘든 험난한 귀성길을 위해, 1시간이 1분처럼 지나가게 만드는 K팝 아티스트들의 ‘자체 제작 콘텐츠(이하 자컨)’를 추천한다. 쉴 새 없는 티키타카로 폭소를 유발하는 예능부터 눈을 뗄 수 없는 리얼리티와 진지한 다큐까지, 10시간 반의 여정을 찰나로 만들어 줄 레전드 타임킬링용 콘텐츠 라인업 5편을 모아봤다.

1. 에이티즈(ATEEZ) 최산, 정우영 – ‘9트쫑’ 우리가 쟤네보다 낫다ㅋ (투바투 편)
에이티즈의 99년생 동갑내기 산과 우영이 뭉친 유튜브 채널 ‘9트쫑’이다. 채널명은 ‘9번 시도하고 실패하면 쫑(끝)’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대본 없이 이어지는 두 사람의 찐친 모멘트와 현실 친구 특유의 차진 입담이 쉴 새 없이 터진다. 특히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의 범규와 수빈이 게스트로 등판해 선사하는 타 그룹 간의 묘한 신경전과 환장(?)의 케미스트리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 장시간 운전으로 텐션이 뚝 떨어지는 오후 시간대, 차 안을 단숨에 시끌벅적하게 만들어 줄 확실한 웃음 보증 수표다.

2. 리사(LISA) – 올웨이즈 라리사(Always Lalisa)
블랙핑크를 넘어 솔로 아티스트로 도약하는 리사의 치열한 궤적과 인간적인 고충을 촘촘하게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화려한 무대 이면에 가려졌던 이야기들이 눈길을 끄는데, 특히 과거 불거졌던 흑인 비하 논란 당시 전 소속사(YG)와의 소통 과정에서 겪었던 답답함과 연예인으로서 짊어져야 하는 무게를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3. 보이넥스트도어(BOYNEXTDOOR) – [HOME: DELUXE] Special Report: The Animals
자체 콘텐츠 맛집으로 떠오른 보이넥스트도어의 작정하고 만든 페이크 다큐멘터리다. 멤버들이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진지한 얼굴로 각자의 황당한 동물 콘셉트에 과몰입하며 뻔뻔한 콩트 연기를 이어간다. 여기에 신스틸러 배우 윤경호가 깜짝 출연해 멤버들과 능청스러운 연기 앙상블을 맞추며 재미의 방점을 찍는다. 억지웃음 없이 기발한 기획력과 천연덕스러운 소화력으로 밀어붙여 끝없는 정체 구간에서도 미소가 터져 나오게 만든다.

4. 하츠투하츠(Hearts2Hearts) – 둘셋하투하 EP.4, EP.5 (초능력 편)
SM엔터테인먼트의 대세 걸그룹 하츠투하츠의 자컨 ‘둘셋하투하’ 에피소드 중에서도 역대급 긴장감과 화제성을 낳았던 ‘아이코닉 파워 레이스(초능력편)’다. 마법소녀 콘셉트의 초능력을 활용한 이름표 뜯기 추격전으로,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두뇌 싸움과 짜릿한 반전, 배신이 얽히며 장르물을 방불케 한다. 눈을 뗄 수 없는 전개 덕분에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5. 방탄소년단(BTS) 슈가 – 나랑 부산 퇴근런 10km 뛸 사람? (with 정국) l SUGA’s VLOG
차 안의 대화마저 끊기고 예능의 자극적인 오디오마저 피곤해질 무렵 꺼내 들기 좋은 힐링 콘텐츠. 화려한 무대를 벗어난 슈가가 일상 속에서 묵묵히 달리기를 하며 전하는 생각들이 잔잔한 위로를 준다. 특히 그룹 막내 정국이 러닝 메이트로 동참해 두 사람이 땀방울을 흘리며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훈훈함을 더한다. 불필요한 효과음이나 작위적인 연출이 없어 귀경길 늦은 밤, 차분하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영상으로 어울린다.

추석 귀성길, 귀경길에 맞는 플레이리스트 추천

CORTIS. 빅히트 뮤직 제공

민족 대명절 추석이 시작됐다. 꽉 막힌 고속도로 위,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내비게이션의 도착 시간을 묵묵히 견뎌야 할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차 안의 답답한 공기를 환기하고 무거운 졸음을 쫓아낼 맞춤형 플레이리스트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순간, 지루했던 귀성길을 가장 경쾌한 드라이브 코스로 뒤바꿔 놓을 7곡의 라인업을 소개한다.

1. 코르티스 (CORTIS) – REDRED
끝없이 늘어선 앞차의 붉은 브레이크 등을 보고 있자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그럴 땐 차라리 이 곡을 틀자. 거친 기타 리프가 쏟아지는 첫 마디부터 막힌 톨게이트 앞의 짜증을 묘한 아드레날린으로 바꿔놓는다.

2. 로제 (ROSÉ), Bruno Mars – APT.
“아파트 아파트!” 도입부의 게임 구호부터 이미 어깨가 들썩인다.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주고받는 쫀득한 보컬에 맞춰 운전대를 탭댄스 치듯 두드리다 보면, 졸음쉼터를 찾던 무거운 눈꺼풀이 번쩍 뜨일 것. 동승자가 있다면 후렴구 떼창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3. 에이티즈 (ATEEZ)  –BAD
깜빡이도 없이 훅 치고 들어오는 얌체 차량에 욱하는 마음이 들었다면 이 곡이 처방전이다. 베이스가 심장을 때리는 폭주하는 사운드에 답답함을 실어 창밖으로 날려보내자. 단, 비트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과속 페달을 밟지 않도록 주의할 것.

4. 방탄소년단 (BTS) – Dynamite
뒷좌석에 앉은 조카부터 조수석의 부모님까지, 차 안의 모두를 대통합시킬 수 있는 유일한 치트키. 재생하는 순간 칙칙했던 차 안이 미러볼 도는 펑키한 디스코장으로 변한다. 명절 교통체증 한복판에서도 기어코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만드는 마법의 트랙.

5. 방탄소년단 (BTS) – Swim
해가 뉘엿뉘엿 지고 가로등 불빛이 하나둘 켜지는 귀경길 저녁, 차 안을 유영하듯 채우는 그루비한 비트가 일품이다. 하루 종일 긴장해 굳어있던 운전자의 어깨를 느슨하게 풀어주는, 밤 운전 특유의 센치한 무드에 완벽히 녹아드는 곡.

6. 사자보이즈 (Saja Boys) – Soda Pop
휴게소에서 산 얼음 가득한 콜라 한 모금을 들이켰을 때의 짜릿함. 딱 그 느낌이다. 끝없는 직진 코스와 터널의 연속에 집중력이 흐트러질 무렵, 귓가에 터지는 톡톡 튀는 팝 사운드가 텁텁해진 입안과 머릿속을 시원하게 씻어 내린다.

7. 블랙핑크 (Black Pink) – ‘뛰어’
내비게이션의 남은 거리가 드디어 한 자릿수로 접어들었을 때 터트려야 할 마지막 부스터.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비트가 몽롱해진 정신을 깨우고 목적지를 향해 남은 에너지를 쏟아붓게 만든다. 꽉 막힌 길을 뚫고 마침내 도착지에 다다르는 쾌감과 가장 잘 어울리는 엔딩 트랙.

우즈x이승철부터 전소연x이상미까지, 세대 초월 컬래버

우즈 x 이승철, 전소연 x 이상미. 각 회사 제공

최근 세대를 초월한 선후배 아티스트 간의 협업이 돋보인다. 헌정곡, 정식 오마주, 숏폼 챌린지 등으로 협업 형태가 다변화되는 추세다.

데뷔 40주년을 맞은 이승철과 후배 아티스트 우즈(WOODZ)의 협업이 그 중 하나다. 이승철은 40주년 기념 트리뷰트 듀엣 프로젝트 ‘LEE SEUNG CHUL’의 첫 주자로 우즈를 지목했다. 오는 30일 발매되는 신곡 ‘우리만의 이야기’는 우즈가 이승철의 40년 음악 인생을 바탕으로 직접 작사·작곡한 헌정곡이다. 이승철이 우즈의 보컬 기량과 프로듀싱 능력을 높이 평가해 직접 협업을 제안했으며, 곡 작업 전반에 우즈의 해석을 적극 반영했다.

선배 아티스트의 음악적 유산을 정식 오마주 형태로 활용한 사례도 있다. 그룹 (여자)아이들 전소연은 지난 7일 발매한 솔로 정규 1집 수록곡 ‘퇴사할게여’에서 밴드 익스(EX)의 2005년 히트곡 ‘잘 부탁드립니다’ 속 특유의 보컬 어조를 오마주했다. 곡 공개 직후 일부 리스너 사이에서 도입부 유사성 지적이 나오자, 전소연은 방송을 통해 원곡자인 이상미에게 사전에 직접 연락해 허락을 구한 오마주 과정이었음을 밝혔다. 이상미 역시 SNS를 통해 전소연과의 릴스 챌린지 영상을 공개하며 사전 협의된 프로젝트였음을 직접 확인했다.

이러한 협업 형태는 선배 아티스트에게 젊은 리스너층과의 접점을 만들어주고, 후배 아티스트에게는 검증된 레거시 IP를 활용해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정식 절차를 거친 오마주와 헌정 방식은 표절·유사성 리스크를 차단하는 동시에, 음원 기획 단계에서 선후배 아티스트 모두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핑클 컴백, 글로벌 ‘노스탤지어 스트리밍 붐’과의 접점은? 

핑클

핑클이 21년 만에 완전체로 컴백을 예고해 국내 음악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1세대 걸그룹의 컴백에 이목이 쏠리는 배경은 전세계적인 ‘노스탤지어 스트리밍 열풍’과도 맞닿아 있다.  

글로벌 음악 데이터 분석 기업 루미네이트(Luminate)의 롭 조나스(Rob Jonas) CEO는 최근 빌보드(Billboard) 에디터 크리스틴 로빈슨(Kristin Robinson)과 진행한 팟캐스트에서 현음악 시장을 관통하는 핵심 동력으로 ‘노스탤지어 스트리밍(Nostalgia Streaming)’을 제시했다. 루미네이트 데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서 발매 후 18개월이 지난 구곡(Catalogue) 음원의 점유율은 신곡(Frontline)을 지속해서 압도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만 곡의 신곡이 스트리밍 플랫폼에 쏟아지는 환경 속에서, 이미 검증된 멜로디와 서사를 지닌 카탈로그 음원 및 리메이크 트랙이 리스너들에게 높은 친숙함과 선택을 받는 구조가 정착한 것이다.

옛 노래의 리메이크가 증가하고 핑클과 같은 1세대 아티스트가 다시 시장 중심부로 돌아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세대별 소비 특성과 기획사의 리스크 관리 전략이 결합해 있다. 숏폼 플랫폼을 주로 소비하는 1020세대는 과거의 명곡을 리메이크나 숏폼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신곡’으로 수용하는 반면, 원곡에 대한 기억을 가진 3040세대는 강력한 음원 소비력과 구매력으로 차트 하한선을 받쳐준다. 엔터테인먼트사 입장에서도 신규 아티스트 및 IP 개발에 드는 막대한 초기 비용과 리스크를 줄이면서, 검증된 IP를 재가공해 안정적인 스트리밍 수익을 확보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핑클의 컴백처럼 레거시 IP를 재해석하는 행보는 과거의 향수가 일시적 추억 소환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음원 매출로 전환되는 구조를 보여준다. 노스탤지어 스트리밍이 글로벌 음악 시장의 핵심 축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레거시 IP를 재해석하는 역량과 아티스트의 리브랜딩은 국내외 음악 산업의 주요 성장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음악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와 맞물려 음악 씬에서는 리스너들에게 검증된 명곡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리메이크 음원들이 발매되고있다. 대표적으로 가수 ‘강남이 기획 및 진행을 맡아 일본의 전설적인 명곡들을 국내 아티스트들과 재해석하는 리메이크 프로젝트가 꼽힌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인디 록 신의 대표 싱어송라이터 한로로가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주제가인 “잔혹한 천사의 테제”를 특유의 감성으로 재해석하고, AKMU 이수현이 마츠다 세이코의 대표곡 “푸른 산호초”를 리메이크하는 등 국경과 시대를 넘어선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의 음악적 유산을 아티스트 고유의 색깔로 재창조한 이러한 트랙들은 원곡을 아는 세대에게는 향수를, 처음 접하는 세대에게는 새로운 감성을 선사하며 음원 시장에서 유의미한 반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 가요계에 국한되지 않는 글로벌 음악 산업의 구조적 흐름이다. 

라틴으로, 인도로 뻗어나가는 K팝

Stray Kids Rock in Rio 공연. JYP 엔터테인먼트 제공

K팝 산업이 인도와 라틴 아메리카에서 더욱 존재감을 확실히하고 있다. 

최근에는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가 돋보인다. 지난 8월 24일 발매된 JYP 소속 그룹 넥스지(NEXZ)의 미니 4집 타이틀곡  “SAUCIN”은 베네수엘라, 우루과이, 에콰도르, 코스타리카 등 라틴 아메리카 주요 국가의 유튜브 데일리 차트 1위에 올랐다. 넥스지는 이 기세를 몰아 이달 11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세계적 음악 축제 ‘록 인 리오(Rock in Rio)’의 오프닝을 장식하며 현지 관객과의 접점을 극대화했다.

JYP는 글로벌 공연 기획사 라이브네이션과 함께 기획한 음악 페스티벌 ‘스트레이시티 라틴 아메리카(STRAYCITY)’를 선보이기도 했다. 9월 9일 콜롬비아 보고타를 시작으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멕시코시티 ‘에스타디오 GNP 세구로스’로 이어지는 이번 페스티벌은 단순한 일회성 투어를 넘어 K팝 기획사가 남미 거점 도시에 아티스트 IP 기반의 페스티벌 노하우를 직접 이식해 현지 공연 시장을 개척하는 사례로 해석된다. 

Rashmika Mandanna. 하이브 제공

인도 시장에서는 현지 인재를 발굴해 K팝 IP를 창출하는 대형 오디션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하이브인디아(HYBE INDIA)는 이달 11일 현지 톱배우 라슈미카 만다나(Rashmika Mandanna)와 손잡고 걸그룹 발굴 프로젝트인 ‘하이브인디아 오디션: 파이널 콜(HYBE INDIA AUDITION: FINAL CALL)’을 진행 중이다. 전 세계 116개국 지원자가 몰린 데 힘입어 인도 현지 대면 오디션 심사 도시를 23개로 대폭 확대했다. 

K팝 기업들이 이 신흥 시장들에 직접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인프라를 투입하는 배경에는 시장의 빠른 성장세와 구조적 변화가 있다. FICCI(인도상공회의소 연합)와 EY(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어니스트앤영)에 따르면 인도의 미디어·엔터테인먼트(M&E) 산업은 2025년 기준 전년 대비 9% 성장한 2조 7,800억 루피(약 320억 달러) 규모를 기록했으며, 라이브 이벤트 부문은 44% 성장했다. 2025년 1,440만 명이었던 유료 음악 구독자 역시 2028년 3,000만 건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여기에 2026년 4월 한-인도 정상회담의 ‘뭄바이 코리아 센터(Mumbai Korea Center)’ 설립 합의, ‘K-Dream Stage 2026’, ‘2026 한-인도 K-콘텐츠 비즈위크’ 등 정부 차원의 인프라 및 B2B 지원도 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라틴 아메리카와 인도는 높은 1020세대 인구 비율을 바탕으로 숏폼과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한 음악 소비가 가장 활발한 지역이다. 그동안 K팝이 북미와 일본 시장에서 완성된 음반과 콘서트 투어로 수익을 창출하는 ‘양적 팽창’을 이어왔다면, 인도와 라틴 아메리카 개척은 제작·트레이닝·공연 기획 시스템 자체를 현지에 뿌리내리게 하는 ‘질적 진화’의 단계다. K팝 시스템이 이 거대 시장에서 어떠한 산업적인 시너지를 낼지 주목된다. 

NCT 127, 10년 저력 증명한 ‘NEO CITY : THE REDLINE’

NCT 127. SM 엔터테인먼트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NCT 127의 질주가 시작됐다.  

NCT 127은 지난 20일(한국 시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다섯 번째 투어 ‘네오 시티 : 서울 – 더 레드라인'(NEO CITY : SEOUL – THE REDLINE)의 서울 마지막 공연을 열었다. 18일부터 사흘간 열린 공연은 시야제한석까지 전석 매진돼 약 3만1500명을 모았다.

이번 공연은 5명의 멤버로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련한 무대 장악력과 한층 과감해진 연출로 팬들을 매료시켰다. 인트로와 함께 선보인 첫 무대 “Legacy”에서는 멤버들이 와이어를 타고 공중에서 하강하는 오프닝을 연출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다채로운 곡들에서 선보인 파격적인 무대 연출이 빛을 발했다. “Cherry Bomb” 무대에서는 태용이 그룹의 변화에 맞춰 랩 벌스를 새롭게 작사해 한층 색다른 무대를 꾸몄다. “Punch”는 복싱 링 경기장을 연상케 하는 연출 속에서 수많은 댄서들과 함께 웅장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리더 태용마저 “이렇게 멋있는 “Punch” 무대는 나도 처음이다”라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을 정도다. 차를 타고 질주하는 VCR 영상과 이어지듯 실제 무대 위로 차를 타고 등장한 “Piñata” 무대 역시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공연의 열기는 “소방차(Fire Truck)”부터 “Fact Check (불가사의; 팩트 체크)”, “영웅 (Kick It)”으로 쉼 없이 몰아치는 폭발적인 히트곡 메들리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여기에 그룹의 새 정규 7집 “BLINGY”의 수록곡들까지 더해지며, 10년의 커리어 동안 팬들에게 사랑받은 명곡들과 새로운 매력을 모두 아우르는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였다.

직접 참석하지 못하는 팬들을 위해 9월 19일과 20일 공연은 Beyond LIVE(비욘드 라이브)와 Weverse(위버스)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특히 서울 공연 마지막 날에는 현재 군 복무 중인 멤버 정우와 도영이 관객으로 깜짝 방문해 현장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도영은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떡 케이크를 직접 준비해 와 멤버들과 팬들에게 잊지 못할 훈훈한 추억을 선사했다.

서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NCT 127은 오는 2027년 1월까지 아시아 전역에서 ‘NEO CITY : THE REDLINE’ 투어를 이어가며, 자카르타, 홍콩, 싱가포르, 사이타마, 방콕, 마닐라, 타이베이, 쿠알라룸푸르, 마카오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K팝 아이돌 컴백, 리믹스 앨범이 왜 따라붙을까

LE SSERAFIM (르세라핌) ‘Made My Night (feat. EJAE)’ Official Visualizer

K팝 아티스트들의 컴백 타임라인에 ‘리믹스 앨범’ 발매가 필수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단순한 팬 서비스 차원을 넘어 숏폼 바이럴과 글로벌 음원 차트 성적을 동시에 겨냥한 치밀한 전략이다.

르세라핌은 지난 14일 오후 1시 싱글 2집 타이틀곡을 재해석한 ‘Made My Night (feat. EJAE)‘를 발매했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로 글로벌 인지도를 굳힌 싱어송라이터 이재(EJAE)의 강렬한 보컬이 얹어지며 또다른 느낌을 선사했다.

이러한 리믹스 생태계 확장에 가장 공격적인 곳은 단연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다. SM은 산하 EDM 레이블 스크림 레코즈를 통해 소속 아티스트들의 타이틀곡을 리믹스하는 ‘iScreaM(아이스크림)’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월 28일에는 레드벨벳의 신곡 ‘Surfin’ Boy’를 리믹스 싱글(iScreaM Vol.40)로 발매했다. 이때 퓨처 펑크와 힙합 인스트루멘탈 씬에서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한 미국 프로듀서 ‘플라밍고시스(Flamingosis)’와, 국내 힙합·R&B 신의 라이징 듀오로 꼽히는 ‘라쿠네라마(RAKUNELAMA)’를 기용해 원곡에 이국적이고 여유로운 그루브를 완벽하게 입혀냈다. 6월에도 라이즈의 ‘Impossible’을 프랑스 출신 하우스 프로듀서 다리우스(Darius) 등과 협업해 선보인 바 있다. 

SM의 기획은 단순한 트랙 변형을 넘어선다. 인디와 서브컬처 장르의 뮤지션들을 앨범으로 끌어들이고 대중이 직접 참여하는 리믹스 경연 대회를 열어 우승작을 정식 음원으로 론칭하는 등 아티스트의 고유 IP를 대중이 마음껏 갖고 노는 ‘놀이터’로 확장시키는 점이 특별하다. 

엔터사들이 리믹스 앨범 제작에 이토록 공을 들이는 결정적 이유는 글로벌 음원 차트의 집계 기준 때문이다. 빌보드를 비롯한 주요 차트들은 오리지널 트랙과 여기서 파생된 다양한 리믹스, 스페드업(Sped-Up) 버전의 스트리밍 및 판매 수치를 전부 ‘단일 원곡의 성적’으로 묶어 합산한다. 

리스너들에게 다채로운 장르 편곡으로 새로운 청각적 유희를 선사하는 것은 물론이다. 동시에 전 세계 플랫폼으로 흩어질 수 있는 팬덤의 스트리밍 화력을 한 곡으로 집중시켜 빌보드 메인 차트 진입 장벽을 낮추는 합법적이고 효율적인 ‘부스터’인 셈이다.

VR·홀로그램으로 최애 만난다… K팝 팬들은 왜 ‘몰입형 공간’에 가나 

빅뱅 전시, 아이브 전시. 각 회사 인스타그램

온라인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K팝 팬들은 오히려 실제 공간을 향하고 있다.

최근 K팝 전시들은 첨단 기술을 입고 거대한 세계관을 직접 경험하는 ‘몰입형 공간’으로 진화했다. 지난달 24일부터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과 시청역 사이 지하공간에서는 빅뱅의 20주년 전시 ‘코스모스(COSMOS)’가 열리고 있다. VR 기기를 통해 멤버들이 코앞에서 라이브를 펼치는 듯한 생생함을 선사하고, 홀로그램과 레이저쇼로 공간을 촘촘히 채웠다. 

성수동에서 진행되는 아이브 안유진과 장원영의 ‘안녕(An-Young) 인 서울’ 전시는 LED 미디어아트에 두 멤버가 직접 조향한 향기와 공간별 사운드를 더해 공감각적인 감상을 끌어냈다. 

NCT 역시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롯데월드 어드벤처 지하에서 ‘네오 디멘션(NEO DIMENSION)’을 열고, 사방을 둘러싼 4면 영상으로 지난 10년의 방대한 세계관 속에 팬들을 초대했다. 여기에 스크린 너머가 아닌 무대 한가운데 선 듯한 시공간적 쾌감을 준 엔하이픈의 극장용 VR 콘서트 상영까지 더해지며, 팬들은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아티스트와 교감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획사들은 왜 끊임없이 팬들을 집 밖으로 불러모을까. 핵심은 ‘경험의 희소성’에 있다. 숏폼 영상과 3분 남짓의 짧은 음원 등 파편화된 콘텐츠가 넘쳐나는 환경에서, 오히려 특정 공간에 오래 머물며 아티스트의 서사를 깊이 있게 흡수하는 체험의 가치가 치솟은 것이다. 시각과 청각, 심지어 후각까지 자극하는 공간의 힘은 디지털 화면이 줄 수 없는 짙은 몰입감을 제공한다. 

이는 최근 멜론이나 스포티파이 같은 대형 플랫폼들이 앞다투어 화려한 팝업스토어나 오프라인 청음회를 기획하는 행보와도 궤를 같이한다. 100% 온라인 기반의 서비스조차 현실 공간에서의 입체적인 브랜드 경험이 뒷받침되어야만 이용자들의 코어 팬덤을 단단하게 묶어둘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이렇게 오프라인에 묶인 팬덤의 에너지가 결국 온라인으로 역류하며 시너지를 낸다는 것이다. 전시장과 VR 상영관에서 압도적인 몰입을 경험한 팬들은 이를 단순히 개인의 추억으로만 남기지 않는다. 이들은 감각적인 숏폼 영상과 정성스러운 후기, 다채로운 인증 사진 등의 2차 콘텐츠를 쏟아내며 소셜미디어상에 자발적인 바이럴을 일으킨다. 오프라인 공간의 높은 밀도가 온라인 확산의 가장 강력한 땔감이 되면서, 팬덤 내부의 결속력은 물론 대중적인 화제성까지 동시에 거머쥐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