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아이돌 컴백, 리믹스 앨범이 왜 따라붙을까

LE SSERAFIM (르세라핌) ‘Made My Night (feat. EJAE)’ Official Visualizer

K팝 아티스트들의 컴백 타임라인에 ‘리믹스 앨범’ 발매가 필수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단순한 팬 서비스 차원을 넘어 숏폼 바이럴과 글로벌 음원 차트 성적을 동시에 겨냥한 치밀한 전략이다.

르세라핌은 지난 14일 오후 1시 싱글 2집 타이틀곡을 재해석한 ‘Made My Night (feat. EJAE)‘를 발매했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로 글로벌 인지도를 굳힌 싱어송라이터 이재(EJAE)의 강렬한 보컬이 얹어지며 또다른 느낌을 선사했다.

이러한 리믹스 생태계 확장에 가장 공격적인 곳은 단연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다. SM은 산하 EDM 레이블 스크림 레코즈를 통해 소속 아티스트들의 타이틀곡을 리믹스하는 ‘iScreaM(아이스크림)’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월 28일에는 레드벨벳의 신곡 ‘Surfin’ Boy’를 리믹스 싱글(iScreaM Vol.40)로 발매했다. 이때 퓨처 펑크와 힙합 인스트루멘탈 씬에서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한 미국 프로듀서 ‘플라밍고시스(Flamingosis)’와, 국내 힙합·R&B 신의 라이징 듀오로 꼽히는 ‘라쿠네라마(RAKUNELAMA)’를 기용해 원곡에 이국적이고 여유로운 그루브를 완벽하게 입혀냈다. 6월에도 라이즈의 ‘Impossible’을 프랑스 출신 하우스 프로듀서 다리우스(Darius) 등과 협업해 선보인 바 있다. 

SM의 기획은 단순한 트랙 변형을 넘어선다. 인디와 서브컬처 장르의 뮤지션들을 앨범으로 끌어들이고 대중이 직접 참여하는 리믹스 경연 대회를 열어 우승작을 정식 음원으로 론칭하는 등 아티스트의 고유 IP를 대중이 마음껏 갖고 노는 ‘놀이터’로 확장시키는 점이 특별하다. 

엔터사들이 리믹스 앨범 제작에 이토록 공을 들이는 결정적 이유는 글로벌 음원 차트의 집계 기준 때문이다. 빌보드를 비롯한 주요 차트들은 오리지널 트랙과 여기서 파생된 다양한 리믹스, 스페드업(Sped-Up) 버전의 스트리밍 및 판매 수치를 전부 ‘단일 원곡의 성적’으로 묶어 합산한다. 

리스너들에게 다채로운 장르 편곡으로 새로운 청각적 유희를 선사하는 것은 물론이다. 동시에 전 세계 플랫폼으로 흩어질 수 있는 팬덤의 스트리밍 화력을 한 곡으로 집중시켜 빌보드 메인 차트 진입 장벽을 낮추는 합법적이고 효율적인 ‘부스터’인 셈이다.

VR·홀로그램으로 최애 만난다… K팝 팬들은 왜 ‘몰입형 공간’에 가나 

빅뱅 전시, 아이브 전시. 각 회사 인스타그램

온라인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K팝 팬들은 오히려 실제 공간을 향하고 있다.

최근 K팝 전시들은 첨단 기술을 입고 거대한 세계관을 직접 경험하는 ‘몰입형 공간’으로 진화했다. 지난달 24일부터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과 시청역 사이 지하공간에서는 빅뱅의 20주년 전시 ‘코스모스(COSMOS)’가 열리고 있다. VR 기기를 통해 멤버들이 코앞에서 라이브를 펼치는 듯한 생생함을 선사하고, 홀로그램과 레이저쇼로 공간을 촘촘히 채웠다. 

성수동에서 진행되는 아이브 안유진과 장원영의 ‘안녕(An-Young) 인 서울’ 전시는 LED 미디어아트에 두 멤버가 직접 조향한 향기와 공간별 사운드를 더해 공감각적인 감상을 끌어냈다. 

NCT 역시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롯데월드 어드벤처 지하에서 ‘네오 디멘션(NEO DIMENSION)’을 열고, 사방을 둘러싼 4면 영상으로 지난 10년의 방대한 세계관 속에 팬들을 초대했다. 여기에 스크린 너머가 아닌 무대 한가운데 선 듯한 시공간적 쾌감을 준 엔하이픈의 극장용 VR 콘서트 상영까지 더해지며, 팬들은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아티스트와 교감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획사들은 왜 끊임없이 팬들을 집 밖으로 불러모을까. 핵심은 ‘경험의 희소성’에 있다. 숏폼 영상과 3분 남짓의 짧은 음원 등 파편화된 콘텐츠가 넘쳐나는 환경에서, 오히려 특정 공간에 오래 머물며 아티스트의 서사를 깊이 있게 흡수하는 체험의 가치가 치솟은 것이다. 시각과 청각, 심지어 후각까지 자극하는 공간의 힘은 디지털 화면이 줄 수 없는 짙은 몰입감을 제공한다. 

이는 최근 멜론이나 스포티파이 같은 대형 플랫폼들이 앞다투어 화려한 팝업스토어나 오프라인 청음회를 기획하는 행보와도 궤를 같이한다. 100% 온라인 기반의 서비스조차 현실 공간에서의 입체적인 브랜드 경험이 뒷받침되어야만 이용자들의 코어 팬덤을 단단하게 묶어둘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이렇게 오프라인에 묶인 팬덤의 에너지가 결국 온라인으로 역류하며 시너지를 낸다는 것이다. 전시장과 VR 상영관에서 압도적인 몰입을 경험한 팬들은 이를 단순히 개인의 추억으로만 남기지 않는다. 이들은 감각적인 숏폼 영상과 정성스러운 후기, 다채로운 인증 사진 등의 2차 콘텐츠를 쏟아내며 소셜미디어상에 자발적인 바이럴을 일으킨다. 오프라인 공간의 높은 밀도가 온라인 확산의 가장 강력한 땔감이 되면서, 팬덤 내부의 결속력은 물론 대중적인 화제성까지 동시에 거머쥐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플레이브, 메가 IP로 성장… 비즈니스 효율의 진실은?

2026 PLAVE WORLD TOUR KEEP IT MANIC

버추얼 아이돌은 오랫동안 서브컬처의 산물로 여겨졌다. 실시간 3D 그래픽으로 구현한 아바타가 대중적 공감을 살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지배적이었다. 블래스트(VLAST) 소속 5인조 보이그룹 플레이브(PLAVE)는 이 편견을 숫자로 뒤집었다.

2025년 발매한 음반 두 장이 모두 밀리언셀러에 올랐고, 한 해 판매량만 235만 장이다. 미니 4집 ‘Caligo Pt.2’는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145위에 올랐다. 디지털 싱글 ‘Pump Up The Volume!’은 멜론 TOP100 1위를 기록했다.

버추얼 아이돌이 넘어야 할 가장 거대한 벽은 ‘물리적 공간’이었다. 그러나 플레이브는 지난해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이틀간의 공연을 전석 매진시키며 이 한계를 1차적으로 돌파했다.

지난 12~13일 인천문학경기장 주경기장에서는 첫 월드투어 ‘2026 PLAVE WORLD TOUR KEEP IT MANIC’의 막을 올렸다. 야외 스타디움 공연은 날씨의 영향을 직접 받는데다 실내 돔보다 연출 제어가 까다롭다. 플레이브는 자본과 기술로 이를 정면 돌파했다. 가로 120m, 세로 20m가 넘는 초대형 LED 스크린이 스타디움을 감싸며 화려한 시각적 연출을 쏟아냈다. 

이 지점에서 메가 IP급 버추얼 아이돌이 가진 ‘비즈니스 효율’에 이목이 쏠린다. 

버추얼 아이돌은 ‘가성비’가 좋다는 게 업계 통설이었다. 연습생 트레이닝비, 숙소비, 의상비 같은 고정비가 빠지니 당연한 얘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블래스트의 2025년 재무제표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매출은 2023년 122억 원에서 2025년 855억 원으로 뛰었고, 영업이익률은 23.6%이다. 그런데 급여로만 52억 원이 나갔다. 숙소비나 의상비는 덜 들지만 그 자리를 IT 인프라 유지비와 고급 기술 인력 인건비가 채운 셈이다.

이유는 블래스트의 조직 구조에 있다. 블래스트는 매니지먼트만 하는 게 아니라 방송국과 제작사 역할을 동시에 한다. 유튜브 라이브 방송 하나를 켜려 해도 언리얼 엔진 기반 실시간 파이프라인(실시간으로 3D 그래픽을 구현하는 고도의 전문 방송 시스템)이 돌아가야 한다. 광학식 모션 캡처 엔지니어, 3D 애니메이터, 서버 개발자까지 상시 대기한다. 플레이브 한 팀을 굴리는 데 100여 명이 붙어 있다.

해외 투어는 또 다른 부담이다. 실제 아이돌은 투어 중에도 작곡가는 다음 앨범을, 다른 멤버는 국내 방송을 소화하는 식으로 일을 나눠 돌릴 수 있다. 반면 플레이브는 모션 캡처 수트와 센서, 그래픽 서버, 이를 다루는 엔지니어 팀 전체가 통째로 투어에 묶인다. 그 기간 국내 매체 노출이나 연말 시상식 참여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버추얼 아이돌의 초기 제작비가 저렴할지는 몰라도, 무대 위에서 실시간으로 춤추고 노래하게 만드는 렌더링 비용과 인력 운용비는 기존 아이돌의 유지비를 훨씬 초과한다. 결코 ‘가성비’가 좋은 것이 아니라, 막강한 팬덤 폭발력으로 그 고정비를 뛰어넘는 ‘슈퍼 매출’을 만들어내고 있을 뿐이다.

‘마의 7년’은 옛말? 장기전 끝에 더 빛나는 아이돌

위 에이티즈, 아래 엔하이픈. 각 회사 제공

K팝계에는 ‘마의 7년’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돌 그룹이 데뷔 7년 차가 되면 으레 해체나 멤버 이탈 수순을 밟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기류가 달라졌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전속계약서에 따라 아이돌 그룹의 전속계약 기간은 통상 최장 7년으로 묶인다. 계약이 끝나는 시점이 다가오면 각 멤버들의 희망 활동 방향, 기획사와의 신뢰, 군 복무 이슈 등이 소속사와의 협상 테이블에 떠오른다. 

그러나 최근 엔터 산업에서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됐다. 세븐틴은 지난 7월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와 두 번째 전원 재계약을 체결했고, 스트레이 키즈 역시 계약 만료를 앞두고 JYP엔터테인먼트와 전원 재계약하며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에이티즈와 엔하이픈도 눈에 띈다. 

에이티즈는 지난해 KQ엔터테인먼트와 7년 재계약을 맺었다. 성과도 두드러진다. 올해까지 ‘빌보드 200’ 차트 정상에 3차례나 올랐고, ‘코첼라’ ‘서머소닉’ 등 대형 해외 페스티벌 무대에 서며 글로벌 시장에서 K팝 대표 그룹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에이티즈가 지난 6월 발매한 열네 번째 미니 앨범 ‘GOLDEN HOUR : Part.5(골든 아워 : 파트5)’의 타이틀곡 ‘BAD(배드)’는 국내 음원 차트에서도 롱런을 이어가고 있다.

데뷔 7년차인 엔하이픈은 아직 재계약 여부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발매한 미니 8집 ‘더 신 : 블리스(THE SIN : BLISS)’를 통해 ‘빌보드 200’ 차트(9월 5일 자) 정상에 올랐다. K팝 보이그룹 역사상 ‘빌보드 200’ 1위를 기록한 팀은 엔하이픈을 포함해 여섯 팀뿐이다.

이처럼 K팝 그룹들의 생존 방식이 변화하면서 ‘마의 7년’은 완전히 소멸했다기보다 본질적인 성격이 전환된 것에 가깝다. 과거의 7년이 해체냐 존속이냐를 가르는 절체절명의 생존선이었다면, 현재는 팀의 체급과 장기적 생존력을 평가받는 시험대로 바뀐 것이다. 물론 모든 그룹에게 문턱이 낮아진 것은 아니다. 강력한 글로벌 팬덤을 입증한 상위권 팀에게 7년은 더 넓은 무대로 나아가는 도약대가 되지만, 확실한 코어 팬층을 구축하지 못한 팀에게는 여전히 냉혹한 한계선으로 작용한다. 결국 활동 수명은 길어졌을지 몰라도 살아남는 팀과 뒤처지는 팀 사이의 양극화는 더욱 명확해진 셈이다. 이제 K팝 아이돌 그룹에게 7년은 마침표가 아닌 새로운 출발선이다.

스포티파이·멜론, 치열해진 음원 플랫폼 경쟁 속 ‘오프라인 행사’로 승부수

스포티파이 하우스, 멜론 STAGE 99

이제는 오프라인이다. 스포티파이, 멜론과 같은 음원 플랫폼들이 오프라인 행사로 승부수를 띄웠다.

이제 리스너들에게 음악은 이어폰으로 듣는 ‘청취’의 영역을 넘어, 직접 보고 느끼며 현장감을 공유하는 ‘경험’의 영역으로 넘어왔다. 화면 속 플레이리스트와 인터페이스만으로는 유저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 어려워진 현시점에서, 오프라인 공간은 브랜드와 아티스트, 그리고 팬을 정서적으로 묶어주는 확실한 창구가 된다.

스포티파이는 경험과 장르의 확장을 내세웠다. 대표적인 행사가 이달 열린 ‘스포티파이 하우스 서울’이다. 이 행사는 성수동 앤더슨씨 공간 전체를 활용해 앱 속 알고리즘 추천을 팝업존 형태의 물리적 공간으로 바꾸고, K팝 중심이던 기존 이벤트를 넘어 K인디·K힙합 등 다양한 장르 아티스트의 라이브 무대를 선보인 대형 팝업 이벤트다. 방문객이 현장에서 취향 질문에 답하면 자신에게 맞는 음원 장르 룸을 추천받아 직접 청음·체험하게 했으며, 혁오, 잔나비, 다이나믹 듀오 등 다채로운 장르의 뮤지션들이 직접 라이브 무대를 펼쳐 아티스트와 팬이 교감하는 장을 마련했다. 즉, 화면 속 알고리즘을 감각적 체험으로 바꾸고 비주류 장르로까지 음악적 경험을 넓혀준 실체적 사례인 셈이다.

멜론은 ‘충성 고객을 위한 혜택’에 집중하며 차별화에 나섰다. 아티스트와의 ‘팬밋업’ 행사를 기획할 때 유저가 해당 아티스트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온도로 표현하는 자체 지표인 ‘친밀도’가 높은 팬들을 우선 초청해 기존 고객들을 챙긴다. 이와 더불어 연말 음악 시상식인 ‘멜론 뮤직 어워드(MMA)’를 매년 개최하며, 대형 오프라인 이벤트를 활용해 자사 유저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멜론은 골드 등급 이상의 회원들에게 유명 대형 페스티벌이나 뮤지컬의 선예매 기회를 제공하고, 3~5년 이상 플랫폼을 장기 이용한 VIP 및 MVIP 등급 회원들에게는 대형 공연 관람권을 50% 할인해 주는 등 특전을 부여한다. 오랫동안 멜론을 선택해 준 유저들에게 실질적이고 독점적인 오프라인 문화 혜택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결국 음원 플랫폼 경쟁의 판도는 단순히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섰다. 스포티파이가 팝업과 독자적 무대로 ‘새로운 음악 경험과 장르의 확장’을 도모한다면, 멜론은 충성 유저에게 ‘독점적 혜택’을 주며 기존 고객을 묶어두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온라인 앱을 뛰어넘어 리스너들의 오프라인 라이프스타일을 누가 더 깊이 사로잡느냐에 이목이 쏠린다.

커지는 K팝 해외 투어 시장, 덩치만큼 불어난 ‘돌발 변수’ 어떻게 넘을까

MAMAMOO. RBW, TOP. 톤즈엔터테인먼트 제공

K팝이 글로벌 산업으로 도약하며 전 세계로 투어 무대가 확장된 지 오래다. 그러나 무대가 넓어진 만큼 기획사와 아티스트가 감당해야 할 ‘돌발 변수’의 리스크도 덩달아 커지는 추세다. 자연재해부터 현지 대규모 시위까지, 최근 국내외 공연계를 덮친 예기치 못한 리스크 현황과 과제를 짚어본다.

해외 투어 일정에서 가장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는 단연 자연재해다. 지난 4일, 인도네시아 아낙 크라카타우 화산이 분화하며 화산재가 자카르타 일대를 덮치면서 현지를 찾으려던 K팝 아티스트들의 일정에 직격탄이 떨어졌다. 빅뱅 출신 탑은 오는 19일로 예정되어 있던 아시아 팬미팅 투어 ‘탑 <T.O.P PRE-STUDIO 2026>’ 자카르타 공연을 현지 사정으로 최종 취소했다. 이어 마마무(MAMAMOO) 역시 관객과 아티스트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자카르타 공연 전격 취소를 결정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둔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손꼽아 무대를 기다려온 글로벌 팬들에게는 짙은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해당 국가의 정치·사회적 혼란도 투어의 발목을 잡는 핵심 원인으로 작용한다. 보이그룹 클로즈 유어 아이즈(Close Your Eyes)는 지난 8월 28일과 30일,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와 자카르타에서 단독 투어 공연을 앞두고 있었으나 개최를 불과 3일 앞두고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대규모 시위 등 예기치 못한 현지의 복합적인 외부 상황이 겹치면서, 원활한 무대 연출은 물론 관객들의 안전 보장조차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돌발 변수는 비단 해외 무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서울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장기화되고 있는 ‘개표소 봉쇄 시위’ 여파로 국내 대형 공연들마저 비상이 걸렸다. 관객 동선 확보와 안전 관리에 치명적인 차질이 빚어지면서, 일본 그룹 제이오원(JO1)은 이달 말 올림픽공원에서 진행 예정이던 서울 콘서트 개최를 취소했다. 대안을 찾기 위한 기획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오는 10월 2일부터 4일까지 단독 콘서트를 앞둔 엑소(EXO) 도경수는 서둘러 일산 킨텍스로 공연장을 옮겼고, 솔로 콘서트를 준비 중인 비투비(BTOB) 이창섭 역시 장소 변경과 함께 일정을 연기하며 기존 예매를 전체 취소하는 뼈아픈 진통을 겪어야 했다.

천재지변이나 대규모 사회적 시위 같은 외부 변수를 기획사가 사전에 완벽히 예측하고 통제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공연의 급작스러운 취소나 장소 변경은 팬들의 일정 차질을 넘어, 기획사 입장에서도 막대한 금전적 손실과 운영상의 타격을 수반하는 치명적인 악재다. K팝 투어 시장이 글로벌 스케일로 거대해진 만큼, 이제는 불가피한 리스크 발생 시 산업 전반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체계적인 위기 관리 매뉴얼을 고안해야 할 시점이다.

최신 AI에 음악 기능을 추가하는 빅테크 기업들… 메타 뮤즈와 애플 오디오 인텔리전스

META, APPLE 제공

빅테크 기업들이 자사의 최신 인공지능(AI) 기술에 음악 기능을 잇달아 탑재하며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 있다. 단순한 정보 검색을 넘어, 사람들이 매일 소비하는 음악을 AI 생태계로 끌어들여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다.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은 글로벌 예매 플랫폼 티켓마스터와 메타(Meta)의 만남이다. 최근 티켓마스터는 사용자의 맥락을 이해하고 행동하는 메타의 맞춤형 AI 에이전트 ‘뮤즈(Muse) AI’의 첫 음악 파트너로 합류했다. 이 결합의 핵심은 소비자가 앱을 여러 개 오갈 필요 없이, 일상적인 대화창 안에서 곧바로 티켓을 구매할 수 있는 편의성에 있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에서 친구와 특정 아티스트의 내한 공연에 대해 메시지를 주고받으면, 뮤즈 AI가 이를 스스로 파악해 대화창 아래에 남은 좌석과 가격을 즉각 띄워준다. 별도의 예매 앱을 켜고 가수를 검색하는 번거로운 과정이 완전히 생략되는 것이다. 이처럼 접근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티켓마스터는 메타 외에도 구글 제미나이, 오픈AI 챗GPT, 앤트로픽 클로드 등 주요 대화형 AI 플랫폼은 물론 음성 명령 기반의 아마존 알렉사+와도 전방위적인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애플(Apple) 역시 일상 속 음악 경험을 완전히 자동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애플 워치에 새롭게 도입된 ‘오디오 인텔리전스(Audio Intelligence)’ 기능은 기기에 내장된 마이크를 활용해 주변 소리 환경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여기에 자회사의 음악 검색 서비스인 샤잠(Shazam)이 통합되면서, 카페에서 좋은 노래가 흘러나올 때 굳이 앱을 켜거나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스마트워치가 알아서 곡명과 아티스트를 화면에 띄워준다. 비록 기기가 24시간 주변 소리를 듣고 있어야 한다는 기술적 특성 탓에 사생활 침해 및 도청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애플은 오디오 데이터가 기기 외부로 전송되거나 저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혁신적인 소비자 편의성을 내세우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이처럼 최신 AI에 음악 기술을 적극적으로 더하는 것은 대중이 가장 자주 소비하는 콘텐츠인 음악을 통해 사용자를 자사 생태계에 더 오래 머물게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음악이 AI 생태계 확장의 무기로 떠오른 가운데, 이러한 ‘락인(Lock-in)’ 효과를 창출하기 위한 빅테크 기업들의 싸움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수노, 새로운 AI 생성 모델 ‘V6’ 공개… 저작권 소송은 아직도 진행중

SUNO V6. SUNO 제공

수노가 워너뮤직그룹(WMG), BMG, 빌리브(Believe)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이후 첫 AI 생성 모델 ‘V6’를 새롭게 공개했다. 하지만 소니 뮤직과 유니버설 뮤직 그룹(UMG) 등과는 아직 치열한 저작권 소송이 진행 중이다.

AI 음악 스타트업 수노가 최신 생성형 AI 모델인 ‘V6’를 전격 출시했다. 새롭게 선보인 V6 제품군은 무료로 빠르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V6-mini’와 유료 구독자 전용 주력 모델인 ‘V6’, 그리고 실험적인 음악 생성에 특화된 ‘V6-wild’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V6는 수노가 WMG와의 저작권 소송을 합의로 마무리하고 공식 파트너십을 맺은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제품이다. 수노는 파트너십을 통해 WMG의 합법적인 라이선스 음원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존 데이터를 배제하고 백지상태에서 새 모델을 학습시켰다.

파트너십은 WMG에 국한되지 않았다. 수노는 글로벌 유통 및 음악 기업인 BMG, 빌리브, 그리고 튠코어 소속 아티스트들의 음악도 V6 모델에 통합하기로 했다. 특히 BMG의 라이선스 데이터는 현재 새 모델에 점진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수노는 향후 V6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를 파트너 및 권리자들과 공유하는 새로운 상생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V6 모델은 이전 버전보다 기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제 텍스트, 오디오, 이미지, 비디오를 한 번에 입력해 음악을 만들 수 있으며, 일상 언어로 가사 한 단어만 수정하거나 두 곡을 섞는 매시업도 가능해졌다. 한편, 가장 큰 변화는 V6 출시에 따라 기존 모델을 통한 곡 생성이 전면 중단되었다는 점이다. 과거에 만든 곡을 재생하거나 공유할 수는 있지만, 새로운 곡은 오직 V6로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수노의 법정 싸움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소니 뮤직 및 UMG의 데이터는 이번 V6 모델 학습에서 완전히 배제되었으며, 이들과의 저작권 침해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심지어 지난 8월, 소니 뮤직과 UMG 측은 수노가 유튜브의 다운로드 방지 기술을 우회해 데이터를 무단 수집했다는 주장을 소송에 추가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수노는 독일 음악저작권협회(GEMA)와의 소송에서 패소한 데 이어, 캐나다 음악저작권협회, 라운드 힐 뮤직, 싱어송라이터 제이슨 이스벨의 집단소송 등 전방위적인 법적 분쟁에 직면해 있다.

해외에서는 AI 생성물에 대한 저작권 소송이 빗발치며 난항을 겪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아직 저작권 관련 법안이나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이러한 제도적 공백 속에서도 머무르(MEOMURU)의 곡이 유튜브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AI로 제작된 음악들이 차트에 진입하며 상업적인 이득을 취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는 최근 AI 활용 음악의 저작권 등록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가, 업계와의 충분한 논의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는 거센 비판에 부딪혀 불과 시행 20여 일 만에 이를 전격 철회하며 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수노의 V6 모델 출시와 더불어,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AI 음악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AI 음악 창작물과 기존 창작자들 간의 저작권 및 권리를 둘러싼 분쟁의 불씨를 막기 위해, 이제는 명확한 법적 기준과 산업 내 실질적인 ‘사회적 합의’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이다.

잠실 떠나는 K팝, K팝 공연장의 만성 부족 문제 다시 수면 위로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 서울특별시 제공

세계 각지에서 케이팝 공연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아오지만, 부족한 공연 인프라로 비상을 맞이했다.

K팝의 글로벌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홈그라운드인 한국의 음악 산업은 심각한 ‘공연장 대란’을 겪고 있다. K팝 아티스트들의 핵심 무대였던 잠실 일대의 공연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스타디움급 및 아레나급 인프라 부족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수많은 K팝 그룹의 성지였던 잠실실내체육관은 지난 9월 20일 태민의 월드투어 서울 공연을 끝으로 운영을 전면 중단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잠실 스포츠·MICE(마이스) 복합공간’ 조성 공사가 본격화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아티스트들의 ‘꿈의 무대’로 불리는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역시 2023년 8월 30일부터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들어가 현재 사용이 불가능하다. 리모델링 공사는 2026년 12월 30일 종료될 예정이지만, 가요계가 이 경기장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는 날은 한참 뒤로 밀려났다.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이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임시 홈구장으로 사용되기로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3만 석 규모의 돔구장을 포함한 잠실 마이스 복합공간이 준공 목표 연도인 2032년에 들어서기 전까지, K팝 산업은 서울의 심장부인 ‘잠실’이라는 핵심 인프라를 사실상 잃게 된 셈이다.

잠실을 떠나야 하는 K팝 아티스트들은 고척 스카이돔을 비롯해 인천 영종도의 인스파이어 아레나, 인천 문학경기장, 고양종합운동장 등 서울을 벗어난 외곽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이나 실내체육관 입성이 당연시되던 톱급 아티스트들은 이미 대안을 찾아 외곽으로 밀려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빅뱅은 지난 8월 21일부터 23일까지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BIGBANG 2026-2027 WORLD TOUR < XX : COSMOS >을 열고 수만 명 규모의 무대를 펼쳤다. 당장 이번 주만 해도 막강한 팬덤을 자랑하는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PLAVE)가 서울을 벗어나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2026 PLAVE World Tour [KEEP IT MANIC] in Incheon>을 개최한다. 이처럼 관객 동원력이 뛰어난 대형 아티스트들의 ‘탈 잠실’ 행렬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 외곽으로 빠져나간 공연 인프라는 필연적으로 ‘접근성’이라는 치명적인 단점을 노출하고 있다. 특히 국내 최초 다목적 실내 공연장인 인스파이어 아레나의 경우, 인천국제공항과 인접해 있어 입국 직후 공연을 관람하는 단기 방문객에게는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 시내에 숙소를 잡고 관광과 공연 관람을 병행하려는 다수의 해외 팬들에게는 서울과 영종도를 오가는 이동 과정 자체가 상당한 피로감으로 작용한다.

스타디움급 규모를 소화하기 위해 대안으로 떠오른 인천 문학경기장이나 고양종합운동장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대중교통 인프라가 서울 중심부만큼 촘촘하지 않아, 수만 명의 인파가 몰리는 공연 당일이면 극심한 교통 혼잡과 이동의 불편함이 반복되고 있다.

물론 숨통이 트일 여지는 있다. 2027년 5월 개관 예정인 창동 ‘서울아레나’는 오늘(9월 10일)부터 9월 18일까지 내년 하반기 공연 대관 신청을 접수받는다. 최대 2만 8,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아레나급 전용 공연장과 7,000명 규모의 중형 공연장을 갖춘 서울아레나가 개관하면, 스포츠 경기 일정에 구애받지 않는 음악 전문 인프라가 확보되어 대관 공백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팝은 단순한 음악 장르를 넘어 글로벌 관광객을 한국으로 이끄는 강력한 원동력이다. 아티스트와 팬들이 온전히 음악과 무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높아진 K팝의 위상에 걸맞은 공연 인프라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하이브, 방시혁 송치 이어 위버스 개인정보 유출…”잇단 악재”

WEVERSE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의 부당 이득 혐의로 인한 불구속 송치에 이어, 하이브의 팬 플랫폼인 위버스에서 40만 명 이상의 고객 정보가 유출되며 악재가 겹치고 있다.

지난 6일, 하이브의 자회사 위버스컴퍼니가 운영하는 팬덤 플랫폼 ‘위버스(Weverse)’에서 무려 42만 2,584건의 유저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대형 사고가 터졌다. 양주일 위버스컴퍼니 대표가 직접 공지를 올리며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팬분들께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위버스가 자체 보안망으로 이 사태를 잡아낸 게 아니라, KISA(한국인터넷진흥원)를 통해 외부 제보를 받고 나서야 뒤늦게 알아챘다는 점이다. 서둘러 시스템을 고치고 당국에 신고했다고는 하지만, 40만 명이 넘는 팬들의 정보가 새어나갈 동안 까맣게 몰랐다는 점에서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실 위버스는 올해 2분기 기준으로 한 달에만 1,440만 명이 이용하는 초대형 플랫폼이다. 작년보다 350만 명이나 훌쩍 뛰었다. K팝을 전 세계에 알리며 글로벌 팬들을 모으는 핵심 창구인데, 정작 팬들의 소중한 정보를 지키는 기본 보안 시스템은 너무 부실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팬들을 보호해야 할 기업이 가장 기본적인 책임조차 다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뼈아픈 실책이다.

여기에 최근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부당이득 취득 등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되며 오너 리스크까지 불거졌다. 방 의장은 과거 하이브 상장 전 투자자들을 속이고 측근들의 사모펀드를 통해 거액의 부당 이익을 챙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써 하이브는 리더십 논란에 보안 허점이라는 겹악재를 동시에 떠안게 됐다.

잇달아 악재들이 겹치며, 그동안 소속 아티스트들의 탄탄한 글로벌 성과로 버텨오던 주가마저 결국 흔들리는 모양새다. 9일 기준 하이브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3.97% 뚝 떨어진 17만 4,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며칠간 선방하던 흐름이 꺾이며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방시혁 의장의 사법 절차가 장기화하고 위버스 사태처럼 팬들의 신뢰를 잃는 악재가 반복될 경우, 간신히 버티던 투자 심리가 더욱 차갑게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