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7년’은 옛말? 장기전 끝에 더 빛나는 아이돌

위 에이티즈, 아래 엔하이픈. 각 회사 제공

K팝계에는 ‘마의 7년’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돌 그룹이 데뷔 7년 차가 되면 으레 해체나 멤버 이탈 수순을 밟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기류가 달라졌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전속계약서에 따라 아이돌 그룹의 전속계약 기간은 통상 최장 7년으로 묶인다. 계약이 끝나는 시점이 다가오면 각 멤버들의 희망 활동 방향, 기획사와의 신뢰, 군 복무 이슈 등이 소속사와의 협상 테이블에 떠오른다. 

그러나 최근 엔터 산업에서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됐다. 세븐틴은 지난 7월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와 두 번째 전원 재계약을 체결했고, 스트레이 키즈 역시 계약 만료를 앞두고 JYP엔터테인먼트와 전원 재계약하며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에이티즈와 엔하이픈도 눈에 띈다. 

에이티즈는 지난해 KQ엔터테인먼트와 7년 재계약을 맺었다. 성과도 두드러진다. 올해까지 ‘빌보드 200’ 차트 정상에 3차례나 올랐고, ‘코첼라’ ‘서머소닉’ 등 대형 해외 페스티벌 무대에 서며 글로벌 시장에서 K팝 대표 그룹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에이티즈가 지난 6월 발매한 열네 번째 미니 앨범 ‘GOLDEN HOUR : Part.5(골든 아워 : 파트5)’의 타이틀곡 ‘BAD(배드)’는 국내 음원 차트에서도 롱런을 이어가고 있다.

데뷔 7년차인 엔하이픈은 아직 재계약 여부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발매한 미니 8집 ‘더 신 : 블리스(THE SIN : BLISS)’를 통해 ‘빌보드 200’ 차트(9월 5일 자) 정상에 올랐다. K팝 보이그룹 역사상 ‘빌보드 200’ 1위를 기록한 팀은 엔하이픈을 포함해 여섯 팀뿐이다.

이처럼 K팝 그룹들의 생존 방식이 변화하면서 ‘마의 7년’은 완전히 소멸했다기보다 본질적인 성격이 전환된 것에 가깝다. 과거의 7년이 해체냐 존속이냐를 가르는 절체절명의 생존선이었다면, 현재는 팀의 체급과 장기적 생존력을 평가받는 시험대로 바뀐 것이다. 물론 모든 그룹에게 문턱이 낮아진 것은 아니다. 강력한 글로벌 팬덤을 입증한 상위권 팀에게 7년은 더 넓은 무대로 나아가는 도약대가 되지만, 확실한 코어 팬층을 구축하지 못한 팀에게는 여전히 냉혹한 한계선으로 작용한다. 결국 활동 수명은 길어졌을지 몰라도 살아남는 팀과 뒤처지는 팀 사이의 양극화는 더욱 명확해진 셈이다. 이제 K팝 아이돌 그룹에게 7년은 마침표가 아닌 새로운 출발선이다.

스포티파이·멜론, 치열해진 음원 플랫폼 경쟁 속 ‘오프라인 행사’로 승부수

스포티파이 하우스, 멜론 STAGE 99

이제는 오프라인이다. 스포티파이, 멜론과 같은 음원 플랫폼들이 오프라인 행사로 승부수를 띄웠다.

이제 리스너들에게 음악은 이어폰으로 듣는 ‘청취’의 영역을 넘어, 직접 보고 느끼며 현장감을 공유하는 ‘경험’의 영역으로 넘어왔다. 화면 속 플레이리스트와 인터페이스만으로는 유저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 어려워진 현시점에서, 오프라인 공간은 브랜드와 아티스트, 그리고 팬을 정서적으로 묶어주는 확실한 창구가 된다.

스포티파이는 경험과 장르의 확장을 내세웠다. 대표적인 행사가 이달 열린 ‘스포티파이 하우스 서울’이다. 이 행사는 성수동 앤더슨씨 공간 전체를 활용해 앱 속 알고리즘 추천을 팝업존 형태의 물리적 공간으로 바꾸고, K팝 중심이던 기존 이벤트를 넘어 K인디·K힙합 등 다양한 장르 아티스트의 라이브 무대를 선보인 대형 팝업 이벤트다. 방문객이 현장에서 취향 질문에 답하면 자신에게 맞는 음원 장르 룸을 추천받아 직접 청음·체험하게 했으며, 혁오, 잔나비, 다이나믹 듀오 등 다채로운 장르의 뮤지션들이 직접 라이브 무대를 펼쳐 아티스트와 팬이 교감하는 장을 마련했다. 즉, 화면 속 알고리즘을 감각적 체험으로 바꾸고 비주류 장르로까지 음악적 경험을 넓혀준 실체적 사례인 셈이다.

멜론은 ‘충성 고객을 위한 혜택’에 집중하며 차별화에 나섰다. 아티스트와의 ‘팬밋업’ 행사를 기획할 때 유저가 해당 아티스트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온도로 표현하는 자체 지표인 ‘친밀도’가 높은 팬들을 우선 초청해 기존 고객들을 챙긴다. 이와 더불어 연말 음악 시상식인 ‘멜론 뮤직 어워드(MMA)’를 매년 개최하며, 대형 오프라인 이벤트를 활용해 자사 유저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멜론은 골드 등급 이상의 회원들에게 유명 대형 페스티벌이나 뮤지컬의 선예매 기회를 제공하고, 3~5년 이상 플랫폼을 장기 이용한 VIP 및 MVIP 등급 회원들에게는 대형 공연 관람권을 50% 할인해 주는 등 특전을 부여한다. 오랫동안 멜론을 선택해 준 유저들에게 실질적이고 독점적인 오프라인 문화 혜택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결국 음원 플랫폼 경쟁의 판도는 단순히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섰다. 스포티파이가 팝업과 독자적 무대로 ‘새로운 음악 경험과 장르의 확장’을 도모한다면, 멜론은 충성 유저에게 ‘독점적 혜택’을 주며 기존 고객을 묶어두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온라인 앱을 뛰어넘어 리스너들의 오프라인 라이프스타일을 누가 더 깊이 사로잡느냐에 이목이 쏠린다.

리사가 말하지 못했던 것들: K팝, 아티스트의 ‘목소리’는 누구의 것인가

블랙핑크 리사. LLOUD 제공

지난 9월 11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 로이 톰슨홀.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TIFF) 레드카펫에 선 리사를 향해 팬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이날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다큐멘터리 ‘올웨이즈 라리사(Always Lalisa)’는 블랙핑크를 떠나 홀로서기에 나선 리사의 1년을 담은 수 킴(Sue Kim) 감독의 작품이다. 그러나 화려한 레드카펫 뒤로 카메라가 포착한 것은 스포트라이트만은 아니었다.

영화가 공개한 한 장면은 짧지만 무거웠다. 연습생 시절 영상 유출로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을 때, 리사와 현 소속사 LLOUD는 공식 입장을 내고자 했지만 전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것이다. 리사는 자신이 태국에서 갓 건너온 연습생이었고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었다는 맥락을 직접 설명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 설명은 YG의 판단 아래 공개되지 못한 채 오랜 시간 묻혀 있었다.

이 에피소드가 흥미로운 지점은 인종차별 표현 그 자체의 파장을 넘어, ‘아티스트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 권리를 누가 쥐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는 데 있다. 그리고 이는 리사 개인의 사례로 그치지 않는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대형 기획사와 소속 아티스트 간의 ‘소통 간극’이다. 리사의 사례처럼, 투명한 소통으로 즉각적인 사과를 전하려는 아티스트의 입장과 파장을 고려해 보수적 접근을 택하는 기획사의 방향성은 종종 충돌한다. 이는 리스크를 바라보는 양측의 근본적인 견해 차이에서 비롯되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통의 엇박자와 적기를 놓친 침묵은 결국 이미지 타격으로 되돌아온다.

실제 YG엔터테인먼트에서 소속 아티스트들의 언론 홍보를 맡았던 업계 관계자는 빌보드코리아에 “아티스트의 사생활 이슈를 처리하는 과정이야말로 한 기획사의 위기관리 수준을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는 지표”라고 짚었다. 콘텐츠 제작에는 막대한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면서도 정작 아직 벌어지지 않은 위기에 대한 대비에는 소홀한 기획사가 많다는 지적이다. 그 결과 사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뒤에야 뒤늦은 수습에 나서는 패턴이 반복된다는 것. 얼마나 내부 소통이 원활한지, 팬심을 이해하는지, 위기 국면에서 메시지를 쓸 역량이 있는지가 “완성형 매니지먼트의 첫 출발”이라는 게 그의 결론이다.

이 진단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리사의 경우 소속사가 사전에 대비하지 못한 리스크가 아니라, 아티스트 본인이 직접 나서서 해결하려 했던 리스크였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아이러니하다. 위기가 감지됐고 당사자가 대응 의지까지 밝혔음에도, 정작 그 판단은 회사의 몫으로 넘어갔다.

리사-YG 사례가 특히 시사하는 바는, 이런 소통 이슈가 대형 기획사와 글로벌 K팝 아이돌 사이에 벌어졌다는 것이다. YG는 업계 최상위 대형 기획사 중 하나다. 그럼에도 위기관리 판단은 철저히 회사 중심으로 이뤄졌고, 아티스트 본인의 서사적 필요는 부차적으로 취급됐다. 모든 사례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K팝 산업 특성상 대형 기획사의 선례를 중소 기획사들도 참고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그 파장은 작지 않다.

결국 리스크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미리 감지했든 못했든, 그 위기에 어떻게 반응했는지가 한 기획사의 진짜 역량을 보여준다. 콘텐츠에 쏟는 만큼의 공을 소통과 위기 대응에도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매니지먼트가 갖춰야 할 기본기일 것이다. 자신에게 벌어진 논란에 대해 스스로 설명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아티스트가 K팝 산업에 얼마나 더 있을까. 무대가 넓어질수록, 그리고 K팝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질수록, 이 질문은 리사 한 사람만의 문제로 남지 않을 것이다.

명품·플랫폼이 K팝과 함께하는 방식이 달라졌다…디올xA24, 무신사xSM이 던진 신호

BTS 지민, 블랙핑크 지수. 각 인스타그램

K팝과 브랜드의 만남은 더 이상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일주일 사이 발표된 두 건의 협업은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디올(Dior)은 영화사 A24와 손잡으며 K팝 아티스트를 자사 앰배서더 라인업에 올렸고, 무신사는 SM엔터테인먼트와 개별 아티스트 단위가 아닌 ‘전사 아티스트 IP’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패션과 K팝의 결합이 단발성 화보나 광고를 넘어, 장기 파트너십과 산업 단위 협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신호다.

디올x A24, 팝스타와 배우를 잇는 2년짜리 판을 짜다

디올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독립영화 제작사 A24와 2년간의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이번 협업은 A24가 2023년 인수한 뉴욕의 오프브로드웨이 극장 Cherry Lane Theatre를 거점으로 한다. 디올이 이 극장의 주요 파트너로 참여해, 영화와 연극, 라이브 이벤트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단발성 광고 캠페인이 아니라 콘텐츠 제작과 창작 커뮤니티 지원까지 포함하는 ‘기간제 파트너십’이라는 점이 이번 협업의 핵심이다.

파트너십을 알리는 필름 캠페인은 ‘누구나 잠시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어볼 수 있다’는 콘셉트로 시작됐다. 영상에는 사브리나 카펜터, 조시 오코너, 드루 스타키, 카미유 코탱, 소피 와일드 등이 출연해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을 연기하는 콘셉트를 선보였다. 이어 캠페인 참여진들이 ‘Dior A24’ 그래픽 티셔츠를 각기 다른 컬러로 착용한 모습을 SNS에 공개하는 형태로 캠페인이 확장됐다.

이 라인업에 디올의 글로벌 앰배서더인 방탄소년단 지민, 블랙핑크 지수, 스트레이 키즈 현진이 이름을 올렸다. 지민은 1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블루 컬러의 ‘Dior A24’ 티셔츠를 착용한 사진을 게시하며 ‘#DiorA24’ 해시태그를 남겼다. 지수와 현진 역시 각자의 인스타그램에 같은 캠페인 티셔츠를 착용한 사진을 게시하며 라인업에 동참했다. 패션과 영화, 음악을 넘나드는 브랜드 파트너십에 K팝 아티스트 세 명이 공식 라인업으로 포함됐다는 점에서, 이번 협업은 K팝이 글로벌 컬처 브랜딩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무신사 제공

무신사x SM, ‘단발 콜라보’에서 ‘전사 IP 협업’으로

국내에서는 무신사와 SM엔터테인먼트가 아티스트 IP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14일 서울 성수동 SM 본사에서 열린 협약식에는 탁영준 SM 공동대표와 최재영 무신사 최고커머스책임자(CCO) 등이 참석했다.

대형 엔터테인먼트사와 패션 플랫폼의 협업 자체는 새롭지 않다. 실제로 SM과 무신사는 이미 지난 7월과 8월, 하츠투하츠의 “레몬탱”과 NCT 127의 “블링이” 음반 발매를 기념한 협업을 각각 진행한 바 있다. 이번 MOU에서 주목할 지점은 이런 개별 아티스트·개별 프로젝트 단위의 협업을 넘어, SM 소속 전체 아티스트의 IP를 대상으로 한 포괄적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점이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무신사 입점 패션 브랜드와 SM 아티스트 간 협업 상품 기획·발매 △공식 머치(Merch) 유통과 온·오프라인 마케팅 연계 △해외 전략 시장 중심의 공동 마케팅을 추진할 계획이다. 무신사가 아티스트 IP를 단순 마케팅 수단이 아니라 입점 브랜드의 상품 기획·유통까지 연결하는 구조로 활용하려 한다는 점에서, 플랫폼과 엔터사가 만드는 협업의 스케일이 한 단계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재영 CCO는 “SM의 강력한 아티스트 IP와 무신사의 유통 파워 및 플랫폼 인프라, 독창적인 K-패션 브랜드가 만나 새로운 비즈니스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는 MOU 체결 단계로, 실제 협업 브랜드와 참여 아티스트, 구체적인 출시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 부분이 구체화되는 시점이 이번 협업의 실질적 파급력을 가늠할 관전 포인트다.

패션이 K팝을 소비하는 방식, 두 단계 더 진화하다

디올x A24가 K팝 아티스트를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라면, 무신사x SM은 K팝 IP 자체를 패션 산업의 상품 기획 단계부터 결합하는 방식이다. 접근은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K팝이 더 이상 브랜드 캠페인의 ‘모델’로만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와 상품 기획의 파트너로 참여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두 협업이 앞으로 어떤 결과물로 이어질지, 업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커지는 K팝 해외 투어 시장, 덩치만큼 불어난 ‘돌발 변수’ 어떻게 넘을까

MAMAMOO. RBW, TOP. 톤즈엔터테인먼트 제공

K팝이 글로벌 산업으로 도약하며 전 세계로 투어 무대가 확장된 지 오래다. 그러나 무대가 넓어진 만큼 기획사와 아티스트가 감당해야 할 ‘돌발 변수’의 리스크도 덩달아 커지는 추세다. 자연재해부터 현지 대규모 시위까지, 최근 국내외 공연계를 덮친 예기치 못한 리스크 현황과 과제를 짚어본다.

해외 투어 일정에서 가장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는 단연 자연재해다. 지난 4일, 인도네시아 아낙 크라카타우 화산이 분화하며 화산재가 자카르타 일대를 덮치면서 현지를 찾으려던 K팝 아티스트들의 일정에 직격탄이 떨어졌다. 빅뱅 출신 탑은 오는 19일로 예정되어 있던 아시아 팬미팅 투어 ‘탑 <T.O.P PRE-STUDIO 2026>’ 자카르타 공연을 현지 사정으로 최종 취소했다. 이어 마마무(MAMAMOO) 역시 관객과 아티스트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자카르타 공연 전격 취소를 결정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둔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손꼽아 무대를 기다려온 글로벌 팬들에게는 짙은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해당 국가의 정치·사회적 혼란도 투어의 발목을 잡는 핵심 원인으로 작용한다. 보이그룹 클로즈 유어 아이즈(Close Your Eyes)는 지난 8월 28일과 30일,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와 자카르타에서 단독 투어 공연을 앞두고 있었으나 개최를 불과 3일 앞두고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대규모 시위 등 예기치 못한 현지의 복합적인 외부 상황이 겹치면서, 원활한 무대 연출은 물론 관객들의 안전 보장조차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돌발 변수는 비단 해외 무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서울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장기화되고 있는 ‘개표소 봉쇄 시위’ 여파로 국내 대형 공연들마저 비상이 걸렸다. 관객 동선 확보와 안전 관리에 치명적인 차질이 빚어지면서, 일본 그룹 제이오원(JO1)은 이달 말 올림픽공원에서 진행 예정이던 서울 콘서트 개최를 취소했다. 대안을 찾기 위한 기획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오는 10월 2일부터 4일까지 단독 콘서트를 앞둔 엑소(EXO) 도경수는 서둘러 일산 킨텍스로 공연장을 옮겼고, 솔로 콘서트를 준비 중인 비투비(BTOB) 이창섭 역시 장소 변경과 함께 일정을 연기하며 기존 예매를 전체 취소하는 뼈아픈 진통을 겪어야 했다.

천재지변이나 대규모 사회적 시위 같은 외부 변수를 기획사가 사전에 완벽히 예측하고 통제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공연의 급작스러운 취소나 장소 변경은 팬들의 일정 차질을 넘어, 기획사 입장에서도 막대한 금전적 손실과 운영상의 타격을 수반하는 치명적인 악재다. K팝 투어 시장이 글로벌 스케일로 거대해진 만큼, 이제는 불가피한 리스크 발생 시 산업 전반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체계적인 위기 관리 매뉴얼을 고안해야 할 시점이다.

잠실 떠나는 K팝, K팝 공연장의 만성 부족 문제 다시 수면 위로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 서울특별시 제공

세계 각지에서 케이팝 공연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아오지만, 부족한 공연 인프라로 비상을 맞이했다.

K팝의 글로벌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홈그라운드인 한국의 음악 산업은 심각한 ‘공연장 대란’을 겪고 있다. K팝 아티스트들의 핵심 무대였던 잠실 일대의 공연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스타디움급 및 아레나급 인프라 부족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수많은 K팝 그룹의 성지였던 잠실실내체육관은 지난 9월 20일 태민의 월드투어 서울 공연을 끝으로 운영을 전면 중단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잠실 스포츠·MICE(마이스) 복합공간’ 조성 공사가 본격화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아티스트들의 ‘꿈의 무대’로 불리는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역시 2023년 8월 30일부터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들어가 현재 사용이 불가능하다. 리모델링 공사는 2026년 12월 30일 종료될 예정이지만, 가요계가 이 경기장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는 날은 한참 뒤로 밀려났다.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이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임시 홈구장으로 사용되기로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3만 석 규모의 돔구장을 포함한 잠실 마이스 복합공간이 준공 목표 연도인 2032년에 들어서기 전까지, K팝 산업은 서울의 심장부인 ‘잠실’이라는 핵심 인프라를 사실상 잃게 된 셈이다.

잠실을 떠나야 하는 K팝 아티스트들은 고척 스카이돔을 비롯해 인천 영종도의 인스파이어 아레나, 인천 문학경기장, 고양종합운동장 등 서울을 벗어난 외곽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이나 실내체육관 입성이 당연시되던 톱급 아티스트들은 이미 대안을 찾아 외곽으로 밀려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빅뱅은 지난 8월 21일부터 23일까지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BIGBANG 2026-2027 WORLD TOUR < XX : COSMOS >을 열고 수만 명 규모의 무대를 펼쳤다. 당장 이번 주만 해도 막강한 팬덤을 자랑하는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PLAVE)가 서울을 벗어나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2026 PLAVE World Tour [KEEP IT MANIC] in Incheon>을 개최한다. 이처럼 관객 동원력이 뛰어난 대형 아티스트들의 ‘탈 잠실’ 행렬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 외곽으로 빠져나간 공연 인프라는 필연적으로 ‘접근성’이라는 치명적인 단점을 노출하고 있다. 특히 국내 최초 다목적 실내 공연장인 인스파이어 아레나의 경우, 인천국제공항과 인접해 있어 입국 직후 공연을 관람하는 단기 방문객에게는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 시내에 숙소를 잡고 관광과 공연 관람을 병행하려는 다수의 해외 팬들에게는 서울과 영종도를 오가는 이동 과정 자체가 상당한 피로감으로 작용한다.

스타디움급 규모를 소화하기 위해 대안으로 떠오른 인천 문학경기장이나 고양종합운동장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대중교통 인프라가 서울 중심부만큼 촘촘하지 않아, 수만 명의 인파가 몰리는 공연 당일이면 극심한 교통 혼잡과 이동의 불편함이 반복되고 있다.

물론 숨통이 트일 여지는 있다. 2027년 5월 개관 예정인 창동 ‘서울아레나’는 오늘(9월 10일)부터 9월 18일까지 내년 하반기 공연 대관 신청을 접수받는다. 최대 2만 8,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아레나급 전용 공연장과 7,000명 규모의 중형 공연장을 갖춘 서울아레나가 개관하면, 스포츠 경기 일정에 구애받지 않는 음악 전문 인프라가 확보되어 대관 공백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팝은 단순한 음악 장르를 넘어 글로벌 관광객을 한국으로 이끄는 강력한 원동력이다. 아티스트와 팬들이 온전히 음악과 무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높아진 K팝의 위상에 걸맞은 공연 인프라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빌보드, AI 생성 음악 투명성 강화 나선다

Billboard

빌보드는 루미네이트(Luminate)의 독자적인 AI 감지 프로그램을 비롯해, AI로 제작된 음원을 태그하고 식별하는 새로운 도구들의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지난 25일(화), 빌보드는 음악 산업 내 인공지능(AI) 활용에 대한 투명성을 한층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빌보드 차트 및 관련 보도에서 AI가 사용된 곡을 명확히 식별하는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빌보드는 전 세계 대중의 음악 소비 트렌드를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지난 한 세기 가까이 빌보드 차트는 팬들이 사랑하는 음악을 기록하는 업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지표 역할을 해왔으며, 새로운 형태의 예술적 표현과 기술 혁신에 발맞춰 진화해 왔다.

AI 생성 콘텐츠를 분류할 때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콘텐츠 제작자와 아티스트 스스로의 투명성, 그리고 AI 생성 음악을 식별해 내는 신뢰할 수 있는 도구가 모두 필수적이다. AI 사용을 책임감 있게 밝히려는 이러한 공동의 노력은 음악 산업 전반에 걸쳐 매우 중요하며, 향후 빌보드 차트가 음악 소비 트렌드를 더욱 정확하고 책임감 있게 반영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빌보드의 실비오 피에트롤루옹고(Silvio Pietroluongo) 차트 및 데이터 파트너십 부문 수석 부사장(EVP)은 “AI 생성 음악의 투명성을 보장하려면 아티스트와 음반사부터 디지털 음원 서비스 제공자(DSP), 기술 기업, 업계 단체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새로운 식별 도구들이 개발되고 있는 현 상황을 고무적으로 생각하며, 우리 차트가 음악 소비를 정확하고 책임감 있게 반영할 수 있도록 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쳐 다양한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테스트하고 활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레일라 코보(Leila Cobo) 빌보드 공동 최고 콘텐츠 책임자는 “빌보드는 언제나 아티스트를 지지하고, 음악의 가치를 기리며, 보도의 투명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기술 진화의 시기에 우리가 보도와 차트에서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AI를 활용하는 창작자들이 자발적으로 그 사용 여부를 밝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음악 산업이 이러한 복잡한 문제들을 헤쳐 나가고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빌보드는 아티스트 커뮤니티, 음반사, DSP, AI 음악 기업 등 논의를 주도하고 AI 태깅의 투명성을 촉진하는 업계 관계자들과 열린 자세로 긴밀히 협력해 나갈 예정이다.

또 다른 공동 최고 콘텐츠 책임자인 제이슨 립슈츠(Jason Lipshutz)는 “AI가 현대 음악에 영향을 미치고 상호 작용하는 방식이 매일같이 변화하고 있지만, 우리는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플랫폼 전반에서 명확하고 객관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업계의 모든 관계자들과 협력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빌보드는 독자적인 AI 감지 프로그램에 대한 루미네이트의 최근 발표는 물론, 여러 플랫폼에 걸쳐 AI 생성 곡을 식별하고 태그하려는 업계 단체 및 DSP들의 움직임을 포함해, AI 제작 곡을 식별하는 선구적인 도구와 이니셔티브 개발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빌보드는 앞으로도 업계 전반과 폭넓게 협력하며, 사용 가능한 도구를 테스트하고, 기사 편집 및 데이터 분석 전문성을 십분 활용하여 최선의 모범 사례를 구축해 나갈 것이다.

K팝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러닝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이유는?

SM ENT. KAKAO ENT

1. 10월, 런닝화 끈 묶는 K-엔터와 음원 플랫폼

올가을 음악 업계의 시선은 화려한 스타디움 무대가 아닌 ‘트랙’으로 향해 있다.

  • SM엔터테인먼트: 오는 10월 3일 인천 왕산 마리나항에서 오프라인 러닝 페스티벌 ‘SMTOWN RUN CLUB 26’을 개최한다. 샤이니 민호, 동방신기 최강창민, 소녀시대 유리, 엑소 수호 등 소속 아티스트들이 10km 코스 러너로 참여한다. 지난해 열린 ‘SM 런던 런’의 연장선으로 기획된 이번 행사는, 마라톤 코스 종료 후 웨이션브이(WayV), 샤이니 민호, 하츠투하츠(Hearts2Hearts)의 무대가 이어지는 형태로 진행된다.
  • 카카오엔터테인먼트(멜론): 10월 10일 성남 탄천 일대에서 열리는 카카오 주최의 1만 명 규모 마라톤 ‘카카오프렌즈 런 2026’에 자사 음원 플랫폼 멜론(Melon)이 프로모션 형태로 결합한다. 멜론은 행사 전 러닝 페이스(초보, 5K, 10K, 퍼포먼스)별 추천곡을 응모받아 공식 러닝 플레이리스트를 기획해 제공하며, 마라톤 당일에는 아티스트 2팀의 공연 무대가 마련될 예정이다.

2. 왜 ‘런닝’인가? 라이프스타일로 스며든 K팝 IP

기존의 익숙한 팬미팅이나 콘서트가 아닌 ‘러닝 페스티벌’을 선택한 배경에는 팬덤 비즈니스의 초점이 ‘라이프스타일 제품의 소비’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경험의 공유’로 진화했다는 점이 자리하고 있다.

AESPA. LE SSERAFIM. ILLIT

앞서 2023~2024년을 기점으로 K팝 IP 세일즈는 팬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실용적 굿즈(MD)로 큰 변화를 맞이한 바 있다. 레트로 감성을 자극해 품절 대란을 빚었던 에스파(aespa)의 실물 CD 플레이어(CDP)부터, 패션 브랜드 못지않은 르세라핌(LE SSERAFIM)의 애슬레저 짐웨어, 실생활 뷰티 루틴을 겨냥한 아일릿(ILLIT)의 천연 괄사 마사지기까지, 이른바 ‘일코(일반인 코스프레)’가 가능한 라이프스타일 제품들이 팬덤의 방 안과 일상복을 성공적으로 파고들었다.

이제 K팝 업계는 이러한 ‘라이프스타일 제품 판매’를 넘어, 아티스트와 팬이 특정 라이프스타일을 현장에서 함께 땀 흘리며 겪어내는 ‘경험의 단계’로 비즈니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이번 러닝 페스티벌은 그 완벽한 연장선이다. 2030 세대를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한 러닝 크루 문화에 K팝 IP를 결합함으로써, 엔터 기업은 단순한 실물 굿즈를 넘어 ‘건강하고 활동적인 일상’이라는 경험 자체를 아티스트와 동기화하여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3. 글로벌 씬이 증명한 페스티벌 사례

해외 음악 시장에서는 스포츠와 음악이 결합된 페스티벌이 이미 막대한 경제 효과를 창출하는 거대 비즈니스로 자리매김했다.

Night Nation Run. Rock ‘n’ Roll Running
  • 나이트 네이션 런 (Night Nation Run): 레이스 코스 곳곳에 DJ 스테이지를 설치하고, 완주 후 대형 EDM 파티를 여는 세계 최초의 런닝 뮤직 페스티벌. 음악과 스포츠 축제를 결합해 전 세계 100만 명 이상의 집객을 이끌어냈으며, 자선 단체 기부와 연계한 글로벌 펀드레이징 모델로도 주목받고 있다.
  • 락 앤 롤 러닝 시리즈 (Rock ‘n’ Roll Running Series): 마라톤 구간마다 라이브 밴드 공연을 배치해 세계 주요 도시를 순회하는 이벤트. 2026년 미국 음악의 성지 내슈빌(Nashville)에서 열린 행사에는 약 2만 5천 명이 참여했다. 내슈빌 한 도시에서만 연간 8천만 달러(약 1,100억 원) 이상의 경제 파급 효과를 낳았으며, 지난 12년간 자선단체를 위해 1,800만 달러(약 240억 원) 이상을 모금하며 음악의 선한 영향력을 입증했다.

4. ‘관람’에서 ‘동반’으로 진화하는 팬덤

이번 러닝 페스티벌은 K팝 IP 비즈니스가 무대 위를 벗어나, 대중의 ‘라이프스타일’과 ‘커뮤니티 비즈니스’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팬덤은 특정 아티스트의 앨범과 굿즈를 소비하는 차원을 넘어, 같은 가치관과 취미(러닝 등)를 현장에서 공유하는 거대한 커뮤니티로 변화하고 있다. 음악 역시 단순히 귀로 듣는 콘텐츠를 넘어, 대중의 호흡과 심박수에 맞춰 땀 흘리는 든든한 ‘러닝메이트’가 되고 있다.

이러한 팬덤의 변화에 발맞춰, 앞으로는 팬들과 함께 호흡하며 일상적인 문화를 함께 겪고 만들어가는 것이 향후 K팝 산업의 중요한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