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홀로그램으로 최애 만난다… K팝 팬들은 왜 ‘몰입형 공간’에 가나 

빅뱅 전시, 아이브 전시. 각 회사 인스타그램

온라인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K팝 팬들은 오히려 실제 공간을 향하고 있다.

최근 K팝 전시들은 첨단 기술을 입고 거대한 세계관을 직접 경험하는 ‘몰입형 공간’으로 진화했다. 지난달 24일부터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과 시청역 사이 지하공간에서는 빅뱅의 20주년 전시 ‘코스모스(COSMOS)’가 열리고 있다. VR 기기를 통해 멤버들이 코앞에서 라이브를 펼치는 듯한 생생함을 선사하고, 홀로그램과 레이저쇼로 공간을 촘촘히 채웠다. 

성수동에서 진행되는 아이브 안유진과 장원영의 ‘안녕(An-Young) 인 서울’ 전시는 LED 미디어아트에 두 멤버가 직접 조향한 향기와 공간별 사운드를 더해 공감각적인 감상을 끌어냈다. 

NCT 역시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롯데월드 어드벤처 지하에서 ‘네오 디멘션(NEO DIMENSION)’을 열고, 사방을 둘러싼 4면 영상으로 지난 10년의 방대한 세계관 속에 팬들을 초대했다. 여기에 스크린 너머가 아닌 무대 한가운데 선 듯한 시공간적 쾌감을 준 엔하이픈의 극장용 VR 콘서트 상영까지 더해지며, 팬들은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아티스트와 교감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획사들은 왜 끊임없이 팬들을 집 밖으로 불러모을까. 핵심은 ‘경험의 희소성’에 있다. 숏폼 영상과 3분 남짓의 짧은 음원 등 파편화된 콘텐츠가 넘쳐나는 환경에서, 오히려 특정 공간에 오래 머물며 아티스트의 서사를 깊이 있게 흡수하는 체험의 가치가 치솟은 것이다. 시각과 청각, 심지어 후각까지 자극하는 공간의 힘은 디지털 화면이 줄 수 없는 짙은 몰입감을 제공한다. 

이는 최근 멜론이나 스포티파이 같은 대형 플랫폼들이 앞다투어 화려한 팝업스토어나 오프라인 청음회를 기획하는 행보와도 궤를 같이한다. 100% 온라인 기반의 서비스조차 현실 공간에서의 입체적인 브랜드 경험이 뒷받침되어야만 이용자들의 코어 팬덤을 단단하게 묶어둘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이렇게 오프라인에 묶인 팬덤의 에너지가 결국 온라인으로 역류하며 시너지를 낸다는 것이다. 전시장과 VR 상영관에서 압도적인 몰입을 경험한 팬들은 이를 단순히 개인의 추억으로만 남기지 않는다. 이들은 감각적인 숏폼 영상과 정성스러운 후기, 다채로운 인증 사진 등의 2차 콘텐츠를 쏟아내며 소셜미디어상에 자발적인 바이럴을 일으킨다. 오프라인 공간의 높은 밀도가 온라인 확산의 가장 강력한 땔감이 되면서, 팬덤 내부의 결속력은 물론 대중적인 화제성까지 동시에 거머쥐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블랙핑크와 NCT, 데뷔 10주년을 맞이하는 방식은 어떻게 다를까

YG ENTERTAINMENT, SM ENTERTAINMENT 제공

블랙핑크와 NCT가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두 그룹 모두 K팝을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인 만큼, 이들이 데뷔 10주년을 맞이하는 방식에 이목이 쏠린다. 

블랙핑크는 아쉬움으로 시작했다. 2016년 8월 8일 데뷔한 블랙핑크는 데뷔일인 지난 8월 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0주년 기념 ‘Meet & Greet’ 행사를 진행했다. 글로벌 톱 걸그룹으로 도약한 블랙핑크이기에 ‘10’이라는 숫자가 팬들에게 주는 의미가 컸으나, YG엔터테인먼트는 데뷔 기념 행사에 내내 침묵하다 ‘Meet & Greet’ 행사 개최 이틀 전에 이를 공지했다. 

LLOUD 제공

행사도 블랙핑크의 위상에 비해 규모가 터무니없이 초라했다. 

행사를 이틀 앞두고 공지가 이뤄진데다 참석 인원이 40명으로 제한되고, 라이브 방송과 오프라인 행사 역시 짧게 진행되면서 팬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에 블랙핑크 멤버 전원이 사과를 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BLISSOO 제공

팬들의 아쉬움이 블랙핑크 멤버들의 솔로곡 릴레이로 달래질 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제니가 먼저 솔로 앨범 ‘Fallen Angel’을 발매했다. 제니가 신보를 내놓은 지 일주일 만에 리사와 지수가 같은 날인 지난 4일 선공개 싱글을 발매했다. 리사는 오는 10월 23일 발매되는 새 EP ‘PRESS PLAY’의 선공개곡 “SaWaDiKa’을, 지수는 정규 1집의 선공개 싱글인 ‘CLICK’을 선보였다.

NCT는 보다 풍성하다. SM엔터테인먼트는 NCT 론칭 10주년을 기념한 ‘NCT 2026’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9월 한 달간 음악, 패션, 전시를 아우르는 이벤트를 준비했다.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반포한강공원 달빛무지개분수에서 NCT 파생 그룹들의 대표곡에 맞춘 분수쇼를 선보였고, 3일부터 27일까지는 석촌호수에 아트벌룬이 띄워진다. 잠실 롯데월드타워 일대에서 열리는 2027 S/S 서울패션위크에서는 4일부터 6일까지 NCT 활동 의상이 전시됐다. 오는 18일부터 10월 18일까지는 롯데월드의 몰입형 체험 플랫폼 ‘DEEP’과 손잡고 이머시브 전시를 개최해 관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선보인다. 

잡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멤버들의 의상 및 개인 소장품을 판매하는 ‘NCT 플리마켓’에서 성범죄로 실형을 확정받아 팀을 탈퇴한 태일의 옷을 팔아 해당 옷을 산 팬이 자신의 SNS에 이를 공론화했다. 이 팬은 “범죄자 옷을 사고 싶어 하는 팬이 어딨나. SM에 정식으로 항의하겠다”고 억울함을 호소했고, SM 측 또한 태일 옷이 나온 건 맞다며 뒤늦게 사실을 시인했다. 

전세계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K팝 그룹들의 10주년은 팬들에게는 기념비적인 순간이다. 소란이 있었다 하더라도 앞으로 펼쳐질 음악 활동 및 새로운 콘텐츠가 순조롭게 전개된다면 팬들의 아쉬움도 자연스레 사그라들 가능성이 있다. 두 그룹 모두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만큼, 다음 발걸음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