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플랫폼이 K팝과 함께하는 방식이 달라졌다…디올xA24, 무신사xSM이 던진 신호

BTS 지민, 블랙핑크 지수. 각 인스타그램

K팝과 브랜드의 만남은 더 이상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일주일 사이 발표된 두 건의 협업은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디올(Dior)은 영화사 A24와 손잡으며 K팝 아티스트를 자사 앰배서더 라인업에 올렸고, 무신사는 SM엔터테인먼트와 개별 아티스트 단위가 아닌 ‘전사 아티스트 IP’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패션과 K팝의 결합이 단발성 화보나 광고를 넘어, 장기 파트너십과 산업 단위 협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신호다.

디올x A24, 팝스타와 배우를 잇는 2년짜리 판을 짜다

디올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독립영화 제작사 A24와 2년간의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이번 협업은 A24가 2023년 인수한 뉴욕의 오프브로드웨이 극장 Cherry Lane Theatre를 거점으로 한다. 디올이 이 극장의 주요 파트너로 참여해, 영화와 연극, 라이브 이벤트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단발성 광고 캠페인이 아니라 콘텐츠 제작과 창작 커뮤니티 지원까지 포함하는 ‘기간제 파트너십’이라는 점이 이번 협업의 핵심이다.

파트너십을 알리는 필름 캠페인은 ‘누구나 잠시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어볼 수 있다’는 콘셉트로 시작됐다. 영상에는 사브리나 카펜터, 조시 오코너, 드루 스타키, 카미유 코탱, 소피 와일드 등이 출연해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을 연기하는 콘셉트를 선보였다. 이어 캠페인 참여진들이 ‘Dior A24’ 그래픽 티셔츠를 각기 다른 컬러로 착용한 모습을 SNS에 공개하는 형태로 캠페인이 확장됐다.

이 라인업에 디올의 글로벌 앰배서더인 방탄소년단 지민, 블랙핑크 지수, 스트레이 키즈 현진이 이름을 올렸다. 지민은 1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블루 컬러의 ‘Dior A24’ 티셔츠를 착용한 사진을 게시하며 ‘#DiorA24’ 해시태그를 남겼다. 지수와 현진 역시 각자의 인스타그램에 같은 캠페인 티셔츠를 착용한 사진을 게시하며 라인업에 동참했다. 패션과 영화, 음악을 넘나드는 브랜드 파트너십에 K팝 아티스트 세 명이 공식 라인업으로 포함됐다는 점에서, 이번 협업은 K팝이 글로벌 컬처 브랜딩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무신사 제공

무신사x SM, ‘단발 콜라보’에서 ‘전사 IP 협업’으로

국내에서는 무신사와 SM엔터테인먼트가 아티스트 IP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14일 서울 성수동 SM 본사에서 열린 협약식에는 탁영준 SM 공동대표와 최재영 무신사 최고커머스책임자(CCO) 등이 참석했다.

대형 엔터테인먼트사와 패션 플랫폼의 협업 자체는 새롭지 않다. 실제로 SM과 무신사는 이미 지난 7월과 8월, 하츠투하츠의 “레몬탱”과 NCT 127의 “블링이” 음반 발매를 기념한 협업을 각각 진행한 바 있다. 이번 MOU에서 주목할 지점은 이런 개별 아티스트·개별 프로젝트 단위의 협업을 넘어, SM 소속 전체 아티스트의 IP를 대상으로 한 포괄적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점이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무신사 입점 패션 브랜드와 SM 아티스트 간 협업 상품 기획·발매 △공식 머치(Merch) 유통과 온·오프라인 마케팅 연계 △해외 전략 시장 중심의 공동 마케팅을 추진할 계획이다. 무신사가 아티스트 IP를 단순 마케팅 수단이 아니라 입점 브랜드의 상품 기획·유통까지 연결하는 구조로 활용하려 한다는 점에서, 플랫폼과 엔터사가 만드는 협업의 스케일이 한 단계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재영 CCO는 “SM의 강력한 아티스트 IP와 무신사의 유통 파워 및 플랫폼 인프라, 독창적인 K-패션 브랜드가 만나 새로운 비즈니스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는 MOU 체결 단계로, 실제 협업 브랜드와 참여 아티스트, 구체적인 출시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 부분이 구체화되는 시점이 이번 협업의 실질적 파급력을 가늠할 관전 포인트다.

패션이 K팝을 소비하는 방식, 두 단계 더 진화하다

디올x A24가 K팝 아티스트를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라면, 무신사x SM은 K팝 IP 자체를 패션 산업의 상품 기획 단계부터 결합하는 방식이다. 접근은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K팝이 더 이상 브랜드 캠페인의 ‘모델’로만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와 상품 기획의 파트너로 참여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두 협업이 앞으로 어떤 결과물로 이어질지, 업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창작자 보호 나선 음악 업계… 음저협, AI 탐지 프로그램으로 돌파구 찾나

LIKE A PRAYER 앨범 커버. J, ARIA CHART. ARIA 제공

AI로 제작된 음악이 국내외 차트까지 뚫으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이 곡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을 누구의 권리로 인정할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음악계는 인간의 기여가 전혀 없는 ‘100% AI 음원’을 식별할 탐지 프로그램 도입에 속도를 내며 기준 마련에 나섰다.

AI 음악이 더 이상 유튜브 숏폼이나 일회성 밈(Meme)에만 머물지 않는다. 글로벌 대중음악 차트에서 AI 음악의 파급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호주에서 나왔다. 호주의 DJ 겸 프로듀서인 조쉬 파와즈(Josh Fawaz)가 AI를 활용해 제작한 마돈나의 ‘라이크 어 프레어(Like a Prayer)’ 커버곡이 3,800만 회 이상의 스트리밍을 기록하며 호주음반산업협회(ARIA) 댄스 싱글 차트 1위 및 공식 종합 차트 2위에 올랐다. 사람이 직접 부르지 않은 순수 AI 음원이 차트 최상위권에 오르자, 현지 음악계에서는 권리 인정과 차트 공정성을 둘러싼 논쟁이 일었다. 이에 ARIA 측은 지난 8월 말 “인간의 참여가 없는 100% AI 생성 음원의 차트 진입을 전면 금지한다”는 새로운 규정을 공식 발표했다. 차트 진입으로 입증된 AI 음원의 상업적 성과를 과연 누구의 몫으로 인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글로벌 음악 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국내 가요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3월 24일 발표된 감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에 신규 등록을 요청한 곡 중 60.9%가 인간의 참여 여부가 모호한 ‘AI 생성 의심 곡’으로 분류됐다. AI를 통해 대량으로 생성된 곡들이 저작권료 분배 시장에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음저협은 지난 8월 초 선제적으로 ‘AI 음악 저작권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AI를 활용해 음악을 제작했더라도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있다면 저작권을 정상적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이었다. 반면 프롬프트(명령어) 입력만으로 AI가 100% 전담해 생성한 곡은 등록을 배제하겠다는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 가이드라인은 22일 만에 철회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아직 창작자들과 산업계 전반의 의견 수렴이 부족하니 섣부른 규제는 멈추라”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제도 마련이 지연되자, 음악 업계는 기술적 대응이라는 대안을 선택했다. 음저협을 포함한 국내 주요 음악 단체 6곳이 창작자의 기여 없이 시스템만으로 생성된 곡을 찾아내는 ‘AI 활용 음악 탐지 프로그램’을 공동 도입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현재 이들은 프로그램 개발 업체 선정 단계를 밟고 있다. 음원의 파형과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해 인간의 창작이 배제된 음원을 기술적으로 필터링하겠다는 계획이다. 부당하게 분배되는 저작권료를 막고 인간 창작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해외 주요 음악 선진국들은 ‘조건부 허가’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미국 저작권청(USCO)과 독일 음악저작권협회(GEMA) 등은 기획, 작사, 편곡 등 인간의 아이디어나 창작적 노력이 증명된다면 AI를 썼더라도 해당 부분의 저작권을 인정해주고 있다. 시스템이 100%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한 권리만 배제할 뿐, 기술과의 합법적인 협업은 허용하는 추세다.

이제 AI는 음악계에서 무조건적인 규제 대상이 아니다. 작업 시간을 단축하고 창작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유용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무조건적인 배제보다는 기술의 효용성을 수용하면서도 ‘인간 창작’의 고유한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커지는 K팝 해외 투어 시장, 덩치만큼 불어난 ‘돌발 변수’ 어떻게 넘을까

MAMAMOO. RBW, TOP. 톤즈엔터테인먼트 제공

K팝이 글로벌 산업으로 도약하며 전 세계로 투어 무대가 확장된 지 오래다. 그러나 무대가 넓어진 만큼 기획사와 아티스트가 감당해야 할 ‘돌발 변수’의 리스크도 덩달아 커지는 추세다. 자연재해부터 현지 대규모 시위까지, 최근 국내외 공연계를 덮친 예기치 못한 리스크 현황과 과제를 짚어본다.

해외 투어 일정에서 가장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는 단연 자연재해다. 지난 4일, 인도네시아 아낙 크라카타우 화산이 분화하며 화산재가 자카르타 일대를 덮치면서 현지를 찾으려던 K팝 아티스트들의 일정에 직격탄이 떨어졌다. 빅뱅 출신 탑은 오는 19일로 예정되어 있던 아시아 팬미팅 투어 ‘탑 <T.O.P PRE-STUDIO 2026>’ 자카르타 공연을 현지 사정으로 최종 취소했다. 이어 마마무(MAMAMOO) 역시 관객과 아티스트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자카르타 공연 전격 취소를 결정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둔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손꼽아 무대를 기다려온 글로벌 팬들에게는 짙은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해당 국가의 정치·사회적 혼란도 투어의 발목을 잡는 핵심 원인으로 작용한다. 보이그룹 클로즈 유어 아이즈(Close Your Eyes)는 지난 8월 28일과 30일,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와 자카르타에서 단독 투어 공연을 앞두고 있었으나 개최를 불과 3일 앞두고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대규모 시위 등 예기치 못한 현지의 복합적인 외부 상황이 겹치면서, 원활한 무대 연출은 물론 관객들의 안전 보장조차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돌발 변수는 비단 해외 무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서울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장기화되고 있는 ‘개표소 봉쇄 시위’ 여파로 국내 대형 공연들마저 비상이 걸렸다. 관객 동선 확보와 안전 관리에 치명적인 차질이 빚어지면서, 일본 그룹 제이오원(JO1)은 이달 말 올림픽공원에서 진행 예정이던 서울 콘서트 개최를 취소했다. 대안을 찾기 위한 기획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오는 10월 2일부터 4일까지 단독 콘서트를 앞둔 엑소(EXO) 도경수는 서둘러 일산 킨텍스로 공연장을 옮겼고, 솔로 콘서트를 준비 중인 비투비(BTOB) 이창섭 역시 장소 변경과 함께 일정을 연기하며 기존 예매를 전체 취소하는 뼈아픈 진통을 겪어야 했다.

천재지변이나 대규모 사회적 시위 같은 외부 변수를 기획사가 사전에 완벽히 예측하고 통제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공연의 급작스러운 취소나 장소 변경은 팬들의 일정 차질을 넘어, 기획사 입장에서도 막대한 금전적 손실과 운영상의 타격을 수반하는 치명적인 악재다. K팝 투어 시장이 글로벌 스케일로 거대해진 만큼, 이제는 불가피한 리스크 발생 시 산업 전반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체계적인 위기 관리 매뉴얼을 고안해야 할 시점이다.

수노, 새로운 AI 생성 모델 ‘V6’ 공개… 저작권 소송은 아직도 진행중

SUNO V6. SUNO 제공

수노가 워너뮤직그룹(WMG), BMG, 빌리브(Believe)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이후 첫 AI 생성 모델 ‘V6’를 새롭게 공개했다. 하지만 소니 뮤직과 유니버설 뮤직 그룹(UMG) 등과는 아직 치열한 저작권 소송이 진행 중이다.

AI 음악 스타트업 수노가 최신 생성형 AI 모델인 ‘V6’를 전격 출시했다. 새롭게 선보인 V6 제품군은 무료로 빠르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V6-mini’와 유료 구독자 전용 주력 모델인 ‘V6’, 그리고 실험적인 음악 생성에 특화된 ‘V6-wild’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V6는 수노가 WMG와의 저작권 소송을 합의로 마무리하고 공식 파트너십을 맺은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제품이다. 수노는 파트너십을 통해 WMG의 합법적인 라이선스 음원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존 데이터를 배제하고 백지상태에서 새 모델을 학습시켰다.

파트너십은 WMG에 국한되지 않았다. 수노는 글로벌 유통 및 음악 기업인 BMG, 빌리브, 그리고 튠코어 소속 아티스트들의 음악도 V6 모델에 통합하기로 했다. 특히 BMG의 라이선스 데이터는 현재 새 모델에 점진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수노는 향후 V6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를 파트너 및 권리자들과 공유하는 새로운 상생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V6 모델은 이전 버전보다 기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제 텍스트, 오디오, 이미지, 비디오를 한 번에 입력해 음악을 만들 수 있으며, 일상 언어로 가사 한 단어만 수정하거나 두 곡을 섞는 매시업도 가능해졌다. 한편, 가장 큰 변화는 V6 출시에 따라 기존 모델을 통한 곡 생성이 전면 중단되었다는 점이다. 과거에 만든 곡을 재생하거나 공유할 수는 있지만, 새로운 곡은 오직 V6로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수노의 법정 싸움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소니 뮤직 및 UMG의 데이터는 이번 V6 모델 학습에서 완전히 배제되었으며, 이들과의 저작권 침해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심지어 지난 8월, 소니 뮤직과 UMG 측은 수노가 유튜브의 다운로드 방지 기술을 우회해 데이터를 무단 수집했다는 주장을 소송에 추가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수노는 독일 음악저작권협회(GEMA)와의 소송에서 패소한 데 이어, 캐나다 음악저작권협회, 라운드 힐 뮤직, 싱어송라이터 제이슨 이스벨의 집단소송 등 전방위적인 법적 분쟁에 직면해 있다.

해외에서는 AI 생성물에 대한 저작권 소송이 빗발치며 난항을 겪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아직 저작권 관련 법안이나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이러한 제도적 공백 속에서도 머무르(MEOMURU)의 곡이 유튜브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AI로 제작된 음악들이 차트에 진입하며 상업적인 이득을 취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는 최근 AI 활용 음악의 저작권 등록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가, 업계와의 충분한 논의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는 거센 비판에 부딪혀 불과 시행 20여 일 만에 이를 전격 철회하며 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수노의 V6 모델 출시와 더불어,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AI 음악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AI 음악 창작물과 기존 창작자들 간의 저작권 및 권리를 둘러싼 분쟁의 불씨를 막기 위해, 이제는 명확한 법적 기준과 산업 내 실질적인 ‘사회적 합의’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이다.

잠실 떠나는 K팝, K팝 공연장의 만성 부족 문제 다시 수면 위로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 서울특별시 제공

세계 각지에서 케이팝 공연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아오지만, 부족한 공연 인프라로 비상을 맞이했다.

K팝의 글로벌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홈그라운드인 한국의 음악 산업은 심각한 ‘공연장 대란’을 겪고 있다. K팝 아티스트들의 핵심 무대였던 잠실 일대의 공연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스타디움급 및 아레나급 인프라 부족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수많은 K팝 그룹의 성지였던 잠실실내체육관은 지난 9월 20일 태민의 월드투어 서울 공연을 끝으로 운영을 전면 중단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잠실 스포츠·MICE(마이스) 복합공간’ 조성 공사가 본격화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아티스트들의 ‘꿈의 무대’로 불리는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역시 2023년 8월 30일부터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들어가 현재 사용이 불가능하다. 리모델링 공사는 2026년 12월 30일 종료될 예정이지만, 가요계가 이 경기장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는 날은 한참 뒤로 밀려났다.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이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임시 홈구장으로 사용되기로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3만 석 규모의 돔구장을 포함한 잠실 마이스 복합공간이 준공 목표 연도인 2032년에 들어서기 전까지, K팝 산업은 서울의 심장부인 ‘잠실’이라는 핵심 인프라를 사실상 잃게 된 셈이다.

잠실을 떠나야 하는 K팝 아티스트들은 고척 스카이돔을 비롯해 인천 영종도의 인스파이어 아레나, 인천 문학경기장, 고양종합운동장 등 서울을 벗어난 외곽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이나 실내체육관 입성이 당연시되던 톱급 아티스트들은 이미 대안을 찾아 외곽으로 밀려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빅뱅은 지난 8월 21일부터 23일까지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BIGBANG 2026-2027 WORLD TOUR < XX : COSMOS >을 열고 수만 명 규모의 무대를 펼쳤다. 당장 이번 주만 해도 막강한 팬덤을 자랑하는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PLAVE)가 서울을 벗어나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2026 PLAVE World Tour [KEEP IT MANIC] in Incheon>을 개최한다. 이처럼 관객 동원력이 뛰어난 대형 아티스트들의 ‘탈 잠실’ 행렬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 외곽으로 빠져나간 공연 인프라는 필연적으로 ‘접근성’이라는 치명적인 단점을 노출하고 있다. 특히 국내 최초 다목적 실내 공연장인 인스파이어 아레나의 경우, 인천국제공항과 인접해 있어 입국 직후 공연을 관람하는 단기 방문객에게는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 시내에 숙소를 잡고 관광과 공연 관람을 병행하려는 다수의 해외 팬들에게는 서울과 영종도를 오가는 이동 과정 자체가 상당한 피로감으로 작용한다.

스타디움급 규모를 소화하기 위해 대안으로 떠오른 인천 문학경기장이나 고양종합운동장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대중교통 인프라가 서울 중심부만큼 촘촘하지 않아, 수만 명의 인파가 몰리는 공연 당일이면 극심한 교통 혼잡과 이동의 불편함이 반복되고 있다.

물론 숨통이 트일 여지는 있다. 2027년 5월 개관 예정인 창동 ‘서울아레나’는 오늘(9월 10일)부터 9월 18일까지 내년 하반기 공연 대관 신청을 접수받는다. 최대 2만 8,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아레나급 전용 공연장과 7,000명 규모의 중형 공연장을 갖춘 서울아레나가 개관하면, 스포츠 경기 일정에 구애받지 않는 음악 전문 인프라가 확보되어 대관 공백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팝은 단순한 음악 장르를 넘어 글로벌 관광객을 한국으로 이끄는 강력한 원동력이다. 아티스트와 팬들이 온전히 음악과 무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높아진 K팝의 위상에 걸맞은 공연 인프라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엑소 콘서트 부정 예매 칼 빼든 SM, 암표와의 전쟁은 현재진행형

SM ENTERTAINMENT 제공

국내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정부의 엄격한 대응에도 암표와의 전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8월 27일 그룹 엑소의 서울 앙코르 콘서트 <EXO #6 – EXhOrizon PLANET [dot]> 선예매 과정에서 불법적인 경로로 예매된 티켓들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소속사 측은 개별 안내 없이 해당 예매 건을 취소 및 전액 환불 처리하고, 예매자를 차단한 뒤 해당 좌석을 재판매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예매 조건도 한층 강화했다. 예매처인 멜론티켓 국내 페이지에서 팬클럽 선예매 사전 인증을 마친 회원만 예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으며, 결제 수단 역시 국내 발행 카드로 한정해 무통장 입금과 해외 발행 카드 결제를 전면 차단했다.

소속사의 강경 대응과 발맞춰 정부 차원에서도 암표 근절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8일부터 이른바 ‘암표 3법(공연법·국민체육진흥법·체육시설설치법 개정안)’을 시행, 부정 판매로 얻은 금액 등을 기준으로 최대 판매 금액의 50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과 함께 부당이익 몰수 및 추징도 가능해지는 등 처벌 수위가 대폭 강화됐다.

사단법인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이하 음공협)는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빅뱅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로 열기를 띤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오프라인 암표 근절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음원 사재기와 암표 거래의 문제점을 대중에게 친숙하게 알리며, 공정하고 건강한 공연 관람 문화를 조성하는 데 힘을 보탰다.

하지만 이러한 강경 대응과 처벌 강화에도 암표는 계속해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3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NC 다이노스의 2026 KBO리그 경기에서는 그룹 코르티스 멤버 성현의 시구가 진행됐다. 해당 경기의 입장권은 중고 티켓 거래 사이트인 ‘티켓베이’에서 장당 최대 40만 원에 거래됐다. 경기 인기도에 따라 정가가 5만~8만 원 선에 책정된 좌석이었지만, ‘시구 장면 명당’이라는 홍보 문구까지 덧붙여져 비싼 값에 재판매된 것이다.

정부가 법 개정 등을 통해 칼을 빼 들었음에도 완벽한 암표 근절을 가로막는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구멍은 가격을 비공개로 흥정하는 은밀한 거래 방식이다.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나 소셜 미디어 ‘X(옛 트위터)’ 등에서는 판매자가 티켓 가격을 명시하지 않고, 구매 희망자에게 먼저 금액을 부르도록 유도하는 이른바 ‘제시’ 방식이 횡행하고 있다. 다수의 구매자가 1대1 개인 채팅으로 비공개 입찰을 하면 판매자가 최고가를 부른 사람을 선택하는 구조여서, 거래 당사자가 아니면 최종 거래액을 파악하기조차 어렵다. 실제로 최근 번개장터에서는 가격을 적지 않은 그룹 엔시티 127(NCT 127)의 <NCT ‘NEO – 127 5TH : CITY REDLINE’ SEOUL THE TOUR> 콘서트 양도 글이 수십 건씩 쏟아지기도 했다.

까다로운 법적 요건 역시 실무적인 단속의 발목을 잡는다. 개정법상 부정 판매로 제재하려면 ‘상습 또는 영업으로’ 판매했다는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러나 판매자가 거래 직후 게시글을 지우거나 다중 계정을 이용해 점조직처럼 움직일 경우, 단편적인 신고만으로는 상습성과 영업성을 입증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무엇보다 웃돈을 주고 티켓을 사는 ‘최종 구매자’나 일부 행사 형태가 아예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한계로 지적된다. 현행법상 처벌 대상은 표를 비싸게 되파는 ‘판매자’에만 국한되어 있다. 즉, 정가의 두세 배에 달하는 웃돈을 지불하고 표를 사더라도 구매자는 아무런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다. 처벌 걱정 없이 비싼 값에라도 표를 구하려는 수요가 존재하는 한 판매자만 옥죄어서는 암표의 뿌리를 뽑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더불어 아이돌 ‘팬미팅’은 콘서트와 진행 방식이 거의 같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공연법상 ‘공연’으로 분류되지 않아 합법적으로 암표 규제망을 빠져나가고 있다.

유관 기관들은 쏟아지는 암표 신고 속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개정법 시행 직후 나흘 동안 접수된 암표 신고만 2,000여 건에 달한다. 콘진원과 음공협 등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거래 내역과 증빙 자료를 검토하고, 플랫폼 및 예매처와 공조하여 제도의 허점을 보완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결국 암표와의 전쟁에서 실질적인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단순한 처벌 강화를 넘어, 날로 교묘해지는 거래 수법을 차단하고 헐거운 법망을 촘촘히 꿰맬 수 있는 세밀한 후속 조치가 시급한 시점이다.

블랙핑크와 NCT, 데뷔 10주년을 맞이하는 방식은 어떻게 다를까

YG ENTERTAINMENT, SM ENTERTAINMENT 제공

블랙핑크와 NCT가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두 그룹 모두 K팝을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인 만큼, 이들이 데뷔 10주년을 맞이하는 방식에 이목이 쏠린다. 

블랙핑크는 아쉬움으로 시작했다. 2016년 8월 8일 데뷔한 블랙핑크는 데뷔일인 지난 8월 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0주년 기념 ‘Meet & Greet’ 행사를 진행했다. 글로벌 톱 걸그룹으로 도약한 블랙핑크이기에 ‘10’이라는 숫자가 팬들에게 주는 의미가 컸으나, YG엔터테인먼트는 데뷔 기념 행사에 내내 침묵하다 ‘Meet & Greet’ 행사 개최 이틀 전에 이를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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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도 블랙핑크의 위상에 비해 규모가 터무니없이 초라했다. 

행사를 이틀 앞두고 공지가 이뤄진데다 참석 인원이 40명으로 제한되고, 라이브 방송과 오프라인 행사 역시 짧게 진행되면서 팬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에 블랙핑크 멤버 전원이 사과를 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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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의 아쉬움이 블랙핑크 멤버들의 솔로곡 릴레이로 달래질 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제니가 먼저 솔로 앨범 ‘Fallen Angel’을 발매했다. 제니가 신보를 내놓은 지 일주일 만에 리사와 지수가 같은 날인 지난 4일 선공개 싱글을 발매했다. 리사는 오는 10월 23일 발매되는 새 EP ‘PRESS PLAY’의 선공개곡 “SaWaDiKa’을, 지수는 정규 1집의 선공개 싱글인 ‘CLICK’을 선보였다.

NCT는 보다 풍성하다. SM엔터테인먼트는 NCT 론칭 10주년을 기념한 ‘NCT 2026’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9월 한 달간 음악, 패션, 전시를 아우르는 이벤트를 준비했다.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반포한강공원 달빛무지개분수에서 NCT 파생 그룹들의 대표곡에 맞춘 분수쇼를 선보였고, 3일부터 27일까지는 석촌호수에 아트벌룬이 띄워진다. 잠실 롯데월드타워 일대에서 열리는 2027 S/S 서울패션위크에서는 4일부터 6일까지 NCT 활동 의상이 전시됐다. 오는 18일부터 10월 18일까지는 롯데월드의 몰입형 체험 플랫폼 ‘DEEP’과 손잡고 이머시브 전시를 개최해 관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선보인다. 

잡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멤버들의 의상 및 개인 소장품을 판매하는 ‘NCT 플리마켓’에서 성범죄로 실형을 확정받아 팀을 탈퇴한 태일의 옷을 팔아 해당 옷을 산 팬이 자신의 SNS에 이를 공론화했다. 이 팬은 “범죄자 옷을 사고 싶어 하는 팬이 어딨나. SM에 정식으로 항의하겠다”고 억울함을 호소했고, SM 측 또한 태일 옷이 나온 건 맞다며 뒤늦게 사실을 시인했다. 

전세계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K팝 그룹들의 10주년은 팬들에게는 기념비적인 순간이다. 소란이 있었다 하더라도 앞으로 펼쳐질 음악 활동 및 새로운 콘텐츠가 순조롭게 전개된다면 팬들의 아쉬움도 자연스레 사그라들 가능성이 있다. 두 그룹 모두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만큼, 다음 발걸음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빅뱅 20주년 콘서트에서 터진 시야제한석 이슈, 입 닫은 YG

BIGBANG. YG ENTERTAINMENT 제공

빅뱅의 20주년 콘서트에서 시야제한석을 두고 팬들의 불만이 터져나온 가운데,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는 공식 입장이 없다며 입을 닫았다.

지난 8월 21일부터 23일까지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쿠팡플레이와 함께하는 BIGBANG 2026-2027 WORLD TOUR ‘XX : COSMOS’ IN GOYANG’이 열렸다. 2017년 이후 9년 만에 열린 빅뱅의 콘서트이자 데뷔 20주년 월드투어의 첫 무대였으나, 고가의 티켓을 구매하고도 무대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는 팬들의 불만이 쏟아져 오점을 남겼다.

이번 논란의 중심이 된 좌석은 25만3000원에 판매된 ‘F1·F2 FLOOR R석’이다. 27만5000원에 판매된 스탠딩 VIP에 이어 두 번째로 비싼 등급이다. 그러나 연결 통로나 돌출 무대가 높게 설치돼 일부 관객들에게는 본무대에 선 멤버들의 모습이 상당 부분 보이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전해졌다.

결국 공정거래위원회 민원 접수로까지 이어졌다. YG 측이 지난 6월 처음 공개한 공연 안내에서는 FLOOR R 좌석에서 본무대 관람이 제한될 수 있다는 설명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7월 추가 티켓 판매 공지에는 일부 좌석에서 시야, 음향 제한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과 시야 제한을 이유로 공연 당일 취소나 변경, 환불을 요청할 수 없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좌석 판매 및 고지 과정이 적절했는지 확인해 달라는 전자상거래법 위반 신고가 접수됐다.

유사한 시야제한석 이슈에 대해 YG 측의 상반된 태도도 눈길을 끈다.

작년 7월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개최된 블랙핑크 콘서트 ‘BLACKPINK WORLD TOUR IN GOYANG’에서도 N3 좌석의 무대 시야가 제한되며 관객들의 불만을 자아낸 바 있다. 당시 YG 측은 공식 사과하는 입장을 내고 후속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빅뱅 콘서트의 시야제한석 관련 추후 대응 계획 및 관련 입장에 대해 YG 측은 빌보드코리아에 공식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SM, 중국 텐센트와 합작법인 STE 설립… 중국 신인 아이돌 프로젝트 추진한다

ZHOUMI. SMTME ENTERTAINMENT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중국 최대 음악 플랫폼 기업인 텐센트 뮤직 엔터테인먼트(TME)와 손잡고 베이징에 합작법인 ‘STE’를 공식 출범시켰다. 지난 5월 양사가 맺은 업무협약을 구체화한 결과물로, 이를 통해 중화권 시장 공략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 대륙 정조준한 현지화 아이돌 제작

합작법인 STE 설립의 가장 큰 목적은 중국 본토에 최적화된 K팝 시스템의 도입이다. STE는 향후 2~3년 안에 중국 현지에서 활동할 신규 아이돌 그룹을 선보일 예정이다. 오디션을 통한 인재 발굴부터 데뷔 이후의 모든 활동을 중국 현지에서 총괄하게 된다.

이와 함께 기존 중화권 출신 아티스트들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도 이뤄진다. NCT 드림의 런쥔과 웨이션브이의 양양, 샤오쥔 등이 대륙에서 보다 체계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현지 맞춤형 매니지먼트를 전담할 계획이다.

■ 실무와 무대 감각 겸비한 ‘조미’ 리더십

신임 대표이사 자리에는 슈퍼주니어-M 출신의 조미가 올랐다. 약 20년 동안 무대 위에서 K팝 시스템을 직접 경험한 그는, 과거 SM 중국법인 이사직을 역임하며 경영 및 실무 감각까지 입증한 바 있다. 현지 트렌드와 K팝 제작 노하우를 모두 꿰뚫고 있어, SM과 TME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 K팝 기획사들의 치열해지는 ‘대륙 공략’

중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내 대형 엔터테인먼트사들의 움직임은 이미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 JYP엔터테인먼트: 지난 2017년 TME와 합작해 ‘신성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이듬해인 2018년 전원 중국인 멤버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 ‘보이스토리’를 데뷔시키는 등 일찌감치 현지화의 성공 사례를 썼다.
  • 하이브(HYBE): 2025년 4월 중국 베이징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소속 아티스트들이 대륙에 원활하게 진출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네트워크와 인프라 구축에 힘쓰고 있다.

최근 개최된 음악 시상식 ‘TIMA’에서 국내 K팝 아티스트들이 주요 부문을 수상하고 화려한 무대를 장식하며 현지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와 함께 중국 내 팬미팅과 오프라인 콘서트가 속속 재개되며 굳게 닫혀있던 대륙의 문이 다시 열리는 추세다. 이를 기점으로 거대한 중국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K팝 엔터테인먼트사들의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K팝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러닝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이유는?

SM ENT. KAKAO ENT

1. 10월, 런닝화 끈 묶는 K-엔터와 음원 플랫폼

올가을 음악 업계의 시선은 화려한 스타디움 무대가 아닌 ‘트랙’으로 향해 있다.

  • SM엔터테인먼트: 오는 10월 3일 인천 왕산 마리나항에서 오프라인 러닝 페스티벌 ‘SMTOWN RUN CLUB 26’을 개최한다. 샤이니 민호, 동방신기 최강창민, 소녀시대 유리, 엑소 수호 등 소속 아티스트들이 10km 코스 러너로 참여한다. 지난해 열린 ‘SM 런던 런’의 연장선으로 기획된 이번 행사는, 마라톤 코스 종료 후 웨이션브이(WayV), 샤이니 민호, 하츠투하츠(Hearts2Hearts)의 무대가 이어지는 형태로 진행된다.
  • 카카오엔터테인먼트(멜론): 10월 10일 성남 탄천 일대에서 열리는 카카오 주최의 1만 명 규모 마라톤 ‘카카오프렌즈 런 2026’에 자사 음원 플랫폼 멜론(Melon)이 프로모션 형태로 결합한다. 멜론은 행사 전 러닝 페이스(초보, 5K, 10K, 퍼포먼스)별 추천곡을 응모받아 공식 러닝 플레이리스트를 기획해 제공하며, 마라톤 당일에는 아티스트 2팀의 공연 무대가 마련될 예정이다.

2. 왜 ‘런닝’인가? 라이프스타일로 스며든 K팝 IP

기존의 익숙한 팬미팅이나 콘서트가 아닌 ‘러닝 페스티벌’을 선택한 배경에는 팬덤 비즈니스의 초점이 ‘라이프스타일 제품의 소비’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경험의 공유’로 진화했다는 점이 자리하고 있다.

AESPA. LE SSERAFIM. ILLIT

앞서 2023~2024년을 기점으로 K팝 IP 세일즈는 팬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실용적 굿즈(MD)로 큰 변화를 맞이한 바 있다. 레트로 감성을 자극해 품절 대란을 빚었던 에스파(aespa)의 실물 CD 플레이어(CDP)부터, 패션 브랜드 못지않은 르세라핌(LE SSERAFIM)의 애슬레저 짐웨어, 실생활 뷰티 루틴을 겨냥한 아일릿(ILLIT)의 천연 괄사 마사지기까지, 이른바 ‘일코(일반인 코스프레)’가 가능한 라이프스타일 제품들이 팬덤의 방 안과 일상복을 성공적으로 파고들었다.

이제 K팝 업계는 이러한 ‘라이프스타일 제품 판매’를 넘어, 아티스트와 팬이 특정 라이프스타일을 현장에서 함께 땀 흘리며 겪어내는 ‘경험의 단계’로 비즈니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이번 러닝 페스티벌은 그 완벽한 연장선이다. 2030 세대를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한 러닝 크루 문화에 K팝 IP를 결합함으로써, 엔터 기업은 단순한 실물 굿즈를 넘어 ‘건강하고 활동적인 일상’이라는 경험 자체를 아티스트와 동기화하여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3. 글로벌 씬이 증명한 페스티벌 사례

해외 음악 시장에서는 스포츠와 음악이 결합된 페스티벌이 이미 막대한 경제 효과를 창출하는 거대 비즈니스로 자리매김했다.

Night Nation Run. Rock ‘n’ Roll Running
  • 나이트 네이션 런 (Night Nation Run): 레이스 코스 곳곳에 DJ 스테이지를 설치하고, 완주 후 대형 EDM 파티를 여는 세계 최초의 런닝 뮤직 페스티벌. 음악과 스포츠 축제를 결합해 전 세계 100만 명 이상의 집객을 이끌어냈으며, 자선 단체 기부와 연계한 글로벌 펀드레이징 모델로도 주목받고 있다.
  • 락 앤 롤 러닝 시리즈 (Rock ‘n’ Roll Running Series): 마라톤 구간마다 라이브 밴드 공연을 배치해 세계 주요 도시를 순회하는 이벤트. 2026년 미국 음악의 성지 내슈빌(Nashville)에서 열린 행사에는 약 2만 5천 명이 참여했다. 내슈빌 한 도시에서만 연간 8천만 달러(약 1,100억 원) 이상의 경제 파급 효과를 낳았으며, 지난 12년간 자선단체를 위해 1,800만 달러(약 240억 원) 이상을 모금하며 음악의 선한 영향력을 입증했다.

4. ‘관람’에서 ‘동반’으로 진화하는 팬덤

이번 러닝 페스티벌은 K팝 IP 비즈니스가 무대 위를 벗어나, 대중의 ‘라이프스타일’과 ‘커뮤니티 비즈니스’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팬덤은 특정 아티스트의 앨범과 굿즈를 소비하는 차원을 넘어, 같은 가치관과 취미(러닝 등)를 현장에서 공유하는 거대한 커뮤니티로 변화하고 있다. 음악 역시 단순히 귀로 듣는 콘텐츠를 넘어, 대중의 호흡과 심박수에 맞춰 땀 흘리는 든든한 ‘러닝메이트’가 되고 있다.

이러한 팬덤의 변화에 발맞춰, 앞으로는 팬들과 함께 호흡하며 일상적인 문화를 함께 겪고 만들어가는 것이 향후 K팝 산업의 중요한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