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x이승철부터 전소연x이상미까지, 세대 초월 컬래버

우즈 x 이승철, 전소연 x 이상미. 각 회사 제공

최근 세대를 초월한 선후배 아티스트 간의 협업이 돋보인다. 헌정곡, 정식 오마주, 숏폼 챌린지 등으로 협업 형태가 다변화되는 추세다.

데뷔 40주년을 맞은 이승철과 후배 아티스트 우즈(WOODZ)의 협업이 그 중 하나다. 이승철은 40주년 기념 트리뷰트 듀엣 프로젝트 ‘LEE SEUNG CHUL’의 첫 주자로 우즈를 지목했다. 오는 30일 발매되는 신곡 ‘우리만의 이야기’는 우즈가 이승철의 40년 음악 인생을 바탕으로 직접 작사·작곡한 헌정곡이다. 이승철이 우즈의 보컬 기량과 프로듀싱 능력을 높이 평가해 직접 협업을 제안했으며, 곡 작업 전반에 우즈의 해석을 적극 반영했다.

선배 아티스트의 음악적 유산을 정식 오마주 형태로 활용한 사례도 있다. 그룹 (여자)아이들 전소연은 지난 7일 발매한 솔로 정규 1집 수록곡 ‘퇴사할게여’에서 밴드 익스(EX)의 2005년 히트곡 ‘잘 부탁드립니다’ 속 특유의 보컬 어조를 오마주했다. 곡 공개 직후 일부 리스너 사이에서 도입부 유사성 지적이 나오자, 전소연은 방송을 통해 원곡자인 이상미에게 사전에 직접 연락해 허락을 구한 오마주 과정이었음을 밝혔다. 이상미 역시 SNS를 통해 전소연과의 릴스 챌린지 영상을 공개하며 사전 협의된 프로젝트였음을 직접 확인했다.

이러한 협업 형태는 선배 아티스트에게 젊은 리스너층과의 접점을 만들어주고, 후배 아티스트에게는 검증된 레거시 IP를 활용해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정식 절차를 거친 오마주와 헌정 방식은 표절·유사성 리스크를 차단하는 동시에, 음원 기획 단계에서 선후배 아티스트 모두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핑클 컴백, 글로벌 ‘노스탤지어 스트리밍 붐’과의 접점은? 

핑클

핑클이 21년 만에 완전체로 컴백을 예고해 국내 음악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1세대 걸그룹의 컴백에 이목이 쏠리는 배경은 전세계적인 ‘노스탤지어 스트리밍 열풍’과도 맞닿아 있다.  

글로벌 음악 데이터 분석 기업 루미네이트(Luminate)의 롭 조나스(Rob Jonas) CEO는 최근 빌보드(Billboard) 에디터 크리스틴 로빈슨(Kristin Robinson)과 진행한 팟캐스트에서 현음악 시장을 관통하는 핵심 동력으로 ‘노스탤지어 스트리밍(Nostalgia Streaming)’을 제시했다. 루미네이트 데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서 발매 후 18개월이 지난 구곡(Catalogue) 음원의 점유율은 신곡(Frontline)을 지속해서 압도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만 곡의 신곡이 스트리밍 플랫폼에 쏟아지는 환경 속에서, 이미 검증된 멜로디와 서사를 지닌 카탈로그 음원 및 리메이크 트랙이 리스너들에게 높은 친숙함과 선택을 받는 구조가 정착한 것이다.

옛 노래의 리메이크가 증가하고 핑클과 같은 1세대 아티스트가 다시 시장 중심부로 돌아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세대별 소비 특성과 기획사의 리스크 관리 전략이 결합해 있다. 숏폼 플랫폼을 주로 소비하는 1020세대는 과거의 명곡을 리메이크나 숏폼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신곡’으로 수용하는 반면, 원곡에 대한 기억을 가진 3040세대는 강력한 음원 소비력과 구매력으로 차트 하한선을 받쳐준다. 엔터테인먼트사 입장에서도 신규 아티스트 및 IP 개발에 드는 막대한 초기 비용과 리스크를 줄이면서, 검증된 IP를 재가공해 안정적인 스트리밍 수익을 확보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핑클의 컴백처럼 레거시 IP를 재해석하는 행보는 과거의 향수가 일시적 추억 소환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음원 매출로 전환되는 구조를 보여준다. 노스탤지어 스트리밍이 글로벌 음악 시장의 핵심 축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레거시 IP를 재해석하는 역량과 아티스트의 리브랜딩은 국내외 음악 산업의 주요 성장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음악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와 맞물려 음악 씬에서는 리스너들에게 검증된 명곡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리메이크 음원들이 발매되고있다. 대표적으로 가수 ‘강남이 기획 및 진행을 맡아 일본의 전설적인 명곡들을 국내 아티스트들과 재해석하는 리메이크 프로젝트가 꼽힌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인디 록 신의 대표 싱어송라이터 한로로가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주제가인 “잔혹한 천사의 테제”를 특유의 감성으로 재해석하고, AKMU 이수현이 마츠다 세이코의 대표곡 “푸른 산호초”를 리메이크하는 등 국경과 시대를 넘어선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의 음악적 유산을 아티스트 고유의 색깔로 재창조한 이러한 트랙들은 원곡을 아는 세대에게는 향수를, 처음 접하는 세대에게는 새로운 감성을 선사하며 음원 시장에서 유의미한 반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 가요계에 국한되지 않는 글로벌 음악 산업의 구조적 흐름이다. 

라틴으로, 인도로 뻗어나가는 K팝

Stray Kids Rock in Rio 공연. JYP 엔터테인먼트 제공

K팝 산업이 인도와 라틴 아메리카에서 더욱 존재감을 확실히하고 있다. 

최근에는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가 돋보인다. 지난 8월 24일 발매된 JYP 소속 그룹 넥스지(NEXZ)의 미니 4집 타이틀곡  “SAUCIN”은 베네수엘라, 우루과이, 에콰도르, 코스타리카 등 라틴 아메리카 주요 국가의 유튜브 데일리 차트 1위에 올랐다. 넥스지는 이 기세를 몰아 이달 11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세계적 음악 축제 ‘록 인 리오(Rock in Rio)’의 오프닝을 장식하며 현지 관객과의 접점을 극대화했다.

JYP는 글로벌 공연 기획사 라이브네이션과 함께 기획한 음악 페스티벌 ‘스트레이시티 라틴 아메리카(STRAYCITY)’를 선보이기도 했다. 9월 9일 콜롬비아 보고타를 시작으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멕시코시티 ‘에스타디오 GNP 세구로스’로 이어지는 이번 페스티벌은 단순한 일회성 투어를 넘어 K팝 기획사가 남미 거점 도시에 아티스트 IP 기반의 페스티벌 노하우를 직접 이식해 현지 공연 시장을 개척하는 사례로 해석된다. 

Rashmika Mandanna. 하이브 제공

인도 시장에서는 현지 인재를 발굴해 K팝 IP를 창출하는 대형 오디션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하이브인디아(HYBE INDIA)는 이달 11일 현지 톱배우 라슈미카 만다나(Rashmika Mandanna)와 손잡고 걸그룹 발굴 프로젝트인 ‘하이브인디아 오디션: 파이널 콜(HYBE INDIA AUDITION: FINAL CALL)’을 진행 중이다. 전 세계 116개국 지원자가 몰린 데 힘입어 인도 현지 대면 오디션 심사 도시를 23개로 대폭 확대했다. 

K팝 기업들이 이 신흥 시장들에 직접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인프라를 투입하는 배경에는 시장의 빠른 성장세와 구조적 변화가 있다. FICCI(인도상공회의소 연합)와 EY(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어니스트앤영)에 따르면 인도의 미디어·엔터테인먼트(M&E) 산업은 2025년 기준 전년 대비 9% 성장한 2조 7,800억 루피(약 320억 달러) 규모를 기록했으며, 라이브 이벤트 부문은 44% 성장했다. 2025년 1,440만 명이었던 유료 음악 구독자 역시 2028년 3,000만 건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여기에 2026년 4월 한-인도 정상회담의 ‘뭄바이 코리아 센터(Mumbai Korea Center)’ 설립 합의, ‘K-Dream Stage 2026’, ‘2026 한-인도 K-콘텐츠 비즈위크’ 등 정부 차원의 인프라 및 B2B 지원도 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라틴 아메리카와 인도는 높은 1020세대 인구 비율을 바탕으로 숏폼과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한 음악 소비가 가장 활발한 지역이다. 그동안 K팝이 북미와 일본 시장에서 완성된 음반과 콘서트 투어로 수익을 창출하는 ‘양적 팽창’을 이어왔다면, 인도와 라틴 아메리카 개척은 제작·트레이닝·공연 기획 시스템 자체를 현지에 뿌리내리게 하는 ‘질적 진화’의 단계다. K팝 시스템이 이 거대 시장에서 어떠한 산업적인 시너지를 낼지 주목된다. 

NCT 127, 10년 저력 증명한 ‘NEO CITY : THE REDLINE’

NCT 127. SM 엔터테인먼트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NCT 127의 질주가 시작됐다.  

NCT 127은 지난 20일(한국 시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다섯 번째 투어 ‘네오 시티 : 서울 – 더 레드라인'(NEO CITY : SEOUL – THE REDLINE)의 서울 마지막 공연을 열었다. 18일부터 사흘간 열린 공연은 시야제한석까지 전석 매진돼 약 3만1500명을 모았다.

이번 공연은 5명의 멤버로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련한 무대 장악력과 한층 과감해진 연출로 팬들을 매료시켰다. 인트로와 함께 선보인 첫 무대 “Legacy”에서는 멤버들이 와이어를 타고 공중에서 하강하는 오프닝을 연출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다채로운 곡들에서 선보인 파격적인 무대 연출이 빛을 발했다. “Cherry Bomb” 무대에서는 태용이 그룹의 변화에 맞춰 랩 벌스를 새롭게 작사해 한층 색다른 무대를 꾸몄다. “Punch”는 복싱 링 경기장을 연상케 하는 연출 속에서 수많은 댄서들과 함께 웅장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리더 태용마저 “이렇게 멋있는 “Punch” 무대는 나도 처음이다”라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을 정도다. 차를 타고 질주하는 VCR 영상과 이어지듯 실제 무대 위로 차를 타고 등장한 “Piñata” 무대 역시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공연의 열기는 “소방차(Fire Truck)”부터 “Fact Check (불가사의; 팩트 체크)”, “영웅 (Kick It)”으로 쉼 없이 몰아치는 폭발적인 히트곡 메들리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여기에 그룹의 새 정규 7집 “BLINGY”의 수록곡들까지 더해지며, 10년의 커리어 동안 팬들에게 사랑받은 명곡들과 새로운 매력을 모두 아우르는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였다.

직접 참석하지 못하는 팬들을 위해 9월 19일과 20일 공연은 Beyond LIVE(비욘드 라이브)와 Weverse(위버스)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특히 서울 공연 마지막 날에는 현재 군 복무 중인 멤버 정우와 도영이 관객으로 깜짝 방문해 현장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도영은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떡 케이크를 직접 준비해 와 멤버들과 팬들에게 잊지 못할 훈훈한 추억을 선사했다.

서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NCT 127은 오는 2027년 1월까지 아시아 전역에서 ‘NEO CITY : THE REDLINE’ 투어를 이어가며, 자카르타, 홍콩, 싱가포르, 사이타마, 방콕, 마닐라, 타이베이, 쿠알라룸푸르, 마카오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K팝 아이돌 컴백, 리믹스 앨범이 왜 따라붙을까

LE SSERAFIM (르세라핌) ‘Made My Night (feat. EJAE)’ Official Visualizer

K팝 아티스트들의 컴백 타임라인에 ‘리믹스 앨범’ 발매가 필수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단순한 팬 서비스 차원을 넘어 숏폼 바이럴과 글로벌 음원 차트 성적을 동시에 겨냥한 치밀한 전략이다.

르세라핌은 지난 14일 오후 1시 싱글 2집 타이틀곡을 재해석한 ‘Made My Night (feat. EJAE)‘를 발매했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로 글로벌 인지도를 굳힌 싱어송라이터 이재(EJAE)의 강렬한 보컬이 얹어지며 또다른 느낌을 선사했다.

이러한 리믹스 생태계 확장에 가장 공격적인 곳은 단연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다. SM은 산하 EDM 레이블 스크림 레코즈를 통해 소속 아티스트들의 타이틀곡을 리믹스하는 ‘iScreaM(아이스크림)’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월 28일에는 레드벨벳의 신곡 ‘Surfin’ Boy’를 리믹스 싱글(iScreaM Vol.40)로 발매했다. 이때 퓨처 펑크와 힙합 인스트루멘탈 씬에서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한 미국 프로듀서 ‘플라밍고시스(Flamingosis)’와, 국내 힙합·R&B 신의 라이징 듀오로 꼽히는 ‘라쿠네라마(RAKUNELAMA)’를 기용해 원곡에 이국적이고 여유로운 그루브를 완벽하게 입혀냈다. 6월에도 라이즈의 ‘Impossible’을 프랑스 출신 하우스 프로듀서 다리우스(Darius) 등과 협업해 선보인 바 있다. 

SM의 기획은 단순한 트랙 변형을 넘어선다. 인디와 서브컬처 장르의 뮤지션들을 앨범으로 끌어들이고 대중이 직접 참여하는 리믹스 경연 대회를 열어 우승작을 정식 음원으로 론칭하는 등 아티스트의 고유 IP를 대중이 마음껏 갖고 노는 ‘놀이터’로 확장시키는 점이 특별하다. 

엔터사들이 리믹스 앨범 제작에 이토록 공을 들이는 결정적 이유는 글로벌 음원 차트의 집계 기준 때문이다. 빌보드를 비롯한 주요 차트들은 오리지널 트랙과 여기서 파생된 다양한 리믹스, 스페드업(Sped-Up) 버전의 스트리밍 및 판매 수치를 전부 ‘단일 원곡의 성적’으로 묶어 합산한다. 

리스너들에게 다채로운 장르 편곡으로 새로운 청각적 유희를 선사하는 것은 물론이다. 동시에 전 세계 플랫폼으로 흩어질 수 있는 팬덤의 스트리밍 화력을 한 곡으로 집중시켜 빌보드 메인 차트 진입 장벽을 낮추는 합법적이고 효율적인 ‘부스터’인 셈이다.

VR·홀로그램으로 최애 만난다… K팝 팬들은 왜 ‘몰입형 공간’에 가나 

빅뱅 전시, 아이브 전시. 각 회사 인스타그램

온라인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K팝 팬들은 오히려 실제 공간을 향하고 있다.

최근 K팝 전시들은 첨단 기술을 입고 거대한 세계관을 직접 경험하는 ‘몰입형 공간’으로 진화했다. 지난달 24일부터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과 시청역 사이 지하공간에서는 빅뱅의 20주년 전시 ‘코스모스(COSMOS)’가 열리고 있다. VR 기기를 통해 멤버들이 코앞에서 라이브를 펼치는 듯한 생생함을 선사하고, 홀로그램과 레이저쇼로 공간을 촘촘히 채웠다. 

성수동에서 진행되는 아이브 안유진과 장원영의 ‘안녕(An-Young) 인 서울’ 전시는 LED 미디어아트에 두 멤버가 직접 조향한 향기와 공간별 사운드를 더해 공감각적인 감상을 끌어냈다. 

NCT 역시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롯데월드 어드벤처 지하에서 ‘네오 디멘션(NEO DIMENSION)’을 열고, 사방을 둘러싼 4면 영상으로 지난 10년의 방대한 세계관 속에 팬들을 초대했다. 여기에 스크린 너머가 아닌 무대 한가운데 선 듯한 시공간적 쾌감을 준 엔하이픈의 극장용 VR 콘서트 상영까지 더해지며, 팬들은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아티스트와 교감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획사들은 왜 끊임없이 팬들을 집 밖으로 불러모을까. 핵심은 ‘경험의 희소성’에 있다. 숏폼 영상과 3분 남짓의 짧은 음원 등 파편화된 콘텐츠가 넘쳐나는 환경에서, 오히려 특정 공간에 오래 머물며 아티스트의 서사를 깊이 있게 흡수하는 체험의 가치가 치솟은 것이다. 시각과 청각, 심지어 후각까지 자극하는 공간의 힘은 디지털 화면이 줄 수 없는 짙은 몰입감을 제공한다. 

이는 최근 멜론이나 스포티파이 같은 대형 플랫폼들이 앞다투어 화려한 팝업스토어나 오프라인 청음회를 기획하는 행보와도 궤를 같이한다. 100% 온라인 기반의 서비스조차 현실 공간에서의 입체적인 브랜드 경험이 뒷받침되어야만 이용자들의 코어 팬덤을 단단하게 묶어둘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이렇게 오프라인에 묶인 팬덤의 에너지가 결국 온라인으로 역류하며 시너지를 낸다는 것이다. 전시장과 VR 상영관에서 압도적인 몰입을 경험한 팬들은 이를 단순히 개인의 추억으로만 남기지 않는다. 이들은 감각적인 숏폼 영상과 정성스러운 후기, 다채로운 인증 사진 등의 2차 콘텐츠를 쏟아내며 소셜미디어상에 자발적인 바이럴을 일으킨다. 오프라인 공간의 높은 밀도가 온라인 확산의 가장 강력한 땔감이 되면서, 팬덤 내부의 결속력은 물론 대중적인 화제성까지 동시에 거머쥐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플레이브, 메가 IP로 성장… 비즈니스 효율의 진실은?

2026 PLAVE WORLD TOUR KEEP IT MANIC

버추얼 아이돌은 오랫동안 서브컬처의 산물로 여겨졌다. 실시간 3D 그래픽으로 구현한 아바타가 대중적 공감을 살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지배적이었다. 블래스트(VLAST) 소속 5인조 보이그룹 플레이브(PLAVE)는 이 편견을 숫자로 뒤집었다.

2025년 발매한 음반 두 장이 모두 밀리언셀러에 올랐고, 한 해 판매량만 235만 장이다. 미니 4집 ‘Caligo Pt.2’는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145위에 올랐다. 디지털 싱글 ‘Pump Up The Volume!’은 멜론 TOP100 1위를 기록했다.

버추얼 아이돌이 넘어야 할 가장 거대한 벽은 ‘물리적 공간’이었다. 그러나 플레이브는 지난해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이틀간의 공연을 전석 매진시키며 이 한계를 1차적으로 돌파했다.

지난 12~13일 인천문학경기장 주경기장에서는 첫 월드투어 ‘2026 PLAVE WORLD TOUR KEEP IT MANIC’의 막을 올렸다. 야외 스타디움 공연은 날씨의 영향을 직접 받는데다 실내 돔보다 연출 제어가 까다롭다. 플레이브는 자본과 기술로 이를 정면 돌파했다. 가로 120m, 세로 20m가 넘는 초대형 LED 스크린이 스타디움을 감싸며 화려한 시각적 연출을 쏟아냈다. 

이 지점에서 메가 IP급 버추얼 아이돌이 가진 ‘비즈니스 효율’에 이목이 쏠린다. 

버추얼 아이돌은 ‘가성비’가 좋다는 게 업계 통설이었다. 연습생 트레이닝비, 숙소비, 의상비 같은 고정비가 빠지니 당연한 얘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블래스트의 2025년 재무제표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매출은 2023년 122억 원에서 2025년 855억 원으로 뛰었고, 영업이익률은 23.6%이다. 그런데 급여로만 52억 원이 나갔다. 숙소비나 의상비는 덜 들지만 그 자리를 IT 인프라 유지비와 고급 기술 인력 인건비가 채운 셈이다.

이유는 블래스트의 조직 구조에 있다. 블래스트는 매니지먼트만 하는 게 아니라 방송국과 제작사 역할을 동시에 한다. 유튜브 라이브 방송 하나를 켜려 해도 언리얼 엔진 기반 실시간 파이프라인(실시간으로 3D 그래픽을 구현하는 고도의 전문 방송 시스템)이 돌아가야 한다. 광학식 모션 캡처 엔지니어, 3D 애니메이터, 서버 개발자까지 상시 대기한다. 플레이브 한 팀을 굴리는 데 100여 명이 붙어 있다.

해외 투어는 또 다른 부담이다. 실제 아이돌은 투어 중에도 작곡가는 다음 앨범을, 다른 멤버는 국내 방송을 소화하는 식으로 일을 나눠 돌릴 수 있다. 반면 플레이브는 모션 캡처 수트와 센서, 그래픽 서버, 이를 다루는 엔지니어 팀 전체가 통째로 투어에 묶인다. 그 기간 국내 매체 노출이나 연말 시상식 참여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버추얼 아이돌의 초기 제작비가 저렴할지는 몰라도, 무대 위에서 실시간으로 춤추고 노래하게 만드는 렌더링 비용과 인력 운용비는 기존 아이돌의 유지비를 훨씬 초과한다. 결코 ‘가성비’가 좋은 것이 아니라, 막강한 팬덤 폭발력으로 그 고정비를 뛰어넘는 ‘슈퍼 매출’을 만들어내고 있을 뿐이다.

엠넷플러스, 하이브와 손잡고 첫 전용 브랜드관 ‘스탠에이’ 론칭

엠넷플러스, 스탠에이 로고. 엠넷플러스 제공.

CJ ENM의 글로벌 K팝 콘텐츠 플랫폼 엠넷플러스가 하이브와 손잡고 첫 브랜드관 ‘스탠에이’(STAN:A)를 선보였다. 

엠넷플러스는 지난 11일 ‘STAN:A’ 브랜드관을 열고 하이브 미디어 스튜디오가 제작하는 영상 팟캐스트 프로그램들을 플랫폼 내에 모아 제공한다고 밝혔다. 엠넷플러스가 외부 콘텐츠 브랜드를 별도 전용 공간으로 구성해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브랜드관 오픈으로 하이브가 내부 전담 조직인 하이브 미디어 스튜디오를 통해 기존 디지털 채널에서 선보여온 비디오 팟캐스트 콘텐츠를 엠넷플러스에서도 시청할 수 있게 됐다.

제이·허윤진·의주, 엠넷플러스 공식 유튜브 캡처

오늘(18일)부터 엔하이픈의 ‘블러드 다이어리’, 세븐틴, 에반, 앤팀 등이 출연하는 ‘스탠’, 르세라핌 허윤진의 ‘HMM’ 등이 차례로 공개된다. 이 중 ‘블러드 다이어리’는 CJ ENM의 음악 전문 채널 Mnet을 통해서도 연내 방송될 예정이다.

엠넷플러스는 “하이브 미디어 스튜디오와 협업 범위를 넓혀 차별화된 팬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브 미디어 스튜디오 역시 “TV 등 다양한 채널로 영역을 확장해 K팝 팬덤을 넘어 폭넓은 시청층과 만나며 콘텐츠의 대중성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양측의 이해관계도 명확하게 맞아떨어진다. 엠넷플러스는 전 세계 250여 개 지역에 서비스되는 플랫폼으로, 전체 이용자의 약 80%가 해외 이용자다. ‘숨바꼭질2’, ‘워너원고’ 등 자체 IP와 KCON, MAMA AWARDS 같은 대형 K팝 행사 콘텐츠를 아우르며 올해 상반기 조회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3배 성장했다. 이미 확보한 글로벌 트래픽에 하이브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얹어 체류시간과 콘텐츠 다양성을 동시에 늘리려는 계산이다. 하이브 입장에서는 자체 채널만으로는 닿기 어려운 해외 팬층에 ‘STAN:A’ 시리즈를 노출시키고, 나아가 TV 편성까지 확보하며 팬덤 바깥의 대중성을 확장할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마의 7년’은 옛말? 장기전 끝에 더 빛나는 아이돌

위 에이티즈, 아래 엔하이픈. 각 회사 제공

K팝계에는 ‘마의 7년’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돌 그룹이 데뷔 7년 차가 되면 으레 해체나 멤버 이탈 수순을 밟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기류가 달라졌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전속계약서에 따라 아이돌 그룹의 전속계약 기간은 통상 최장 7년으로 묶인다. 계약이 끝나는 시점이 다가오면 각 멤버들의 희망 활동 방향, 기획사와의 신뢰, 군 복무 이슈 등이 소속사와의 협상 테이블에 떠오른다. 

그러나 최근 엔터 산업에서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됐다. 세븐틴은 지난 7월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와 두 번째 전원 재계약을 체결했고, 스트레이 키즈 역시 계약 만료를 앞두고 JYP엔터테인먼트와 전원 재계약하며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에이티즈와 엔하이픈도 눈에 띈다. 

에이티즈는 지난해 KQ엔터테인먼트와 7년 재계약을 맺었다. 성과도 두드러진다. 올해까지 ‘빌보드 200’ 차트 정상에 3차례나 올랐고, ‘코첼라’ ‘서머소닉’ 등 대형 해외 페스티벌 무대에 서며 글로벌 시장에서 K팝 대표 그룹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에이티즈가 지난 6월 발매한 열네 번째 미니 앨범 ‘GOLDEN HOUR : Part.5(골든 아워 : 파트5)’의 타이틀곡 ‘BAD(배드)’는 국내 음원 차트에서도 롱런을 이어가고 있다.

데뷔 7년차인 엔하이픈은 아직 재계약 여부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발매한 미니 8집 ‘더 신 : 블리스(THE SIN : BLISS)’를 통해 ‘빌보드 200’ 차트(9월 5일 자) 정상에 올랐다. K팝 보이그룹 역사상 ‘빌보드 200’ 1위를 기록한 팀은 엔하이픈을 포함해 여섯 팀뿐이다.

이처럼 K팝 그룹들의 생존 방식이 변화하면서 ‘마의 7년’은 완전히 소멸했다기보다 본질적인 성격이 전환된 것에 가깝다. 과거의 7년이 해체냐 존속이냐를 가르는 절체절명의 생존선이었다면, 현재는 팀의 체급과 장기적 생존력을 평가받는 시험대로 바뀐 것이다. 물론 모든 그룹에게 문턱이 낮아진 것은 아니다. 강력한 글로벌 팬덤을 입증한 상위권 팀에게 7년은 더 넓은 무대로 나아가는 도약대가 되지만, 확실한 코어 팬층을 구축하지 못한 팀에게는 여전히 냉혹한 한계선으로 작용한다. 결국 활동 수명은 길어졌을지 몰라도 살아남는 팀과 뒤처지는 팀 사이의 양극화는 더욱 명확해진 셈이다. 이제 K팝 아이돌 그룹에게 7년은 마침표가 아닌 새로운 출발선이다.

스포티파이·멜론, 치열해진 음원 플랫폼 경쟁 속 ‘오프라인 행사’로 승부수

스포티파이 하우스, 멜론 STAGE 99

이제는 오프라인이다. 스포티파이, 멜론과 같은 음원 플랫폼들이 오프라인 행사로 승부수를 띄웠다.

이제 리스너들에게 음악은 이어폰으로 듣는 ‘청취’의 영역을 넘어, 직접 보고 느끼며 현장감을 공유하는 ‘경험’의 영역으로 넘어왔다. 화면 속 플레이리스트와 인터페이스만으로는 유저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 어려워진 현시점에서, 오프라인 공간은 브랜드와 아티스트, 그리고 팬을 정서적으로 묶어주는 확실한 창구가 된다.

스포티파이는 경험과 장르의 확장을 내세웠다. 대표적인 행사가 이달 열린 ‘스포티파이 하우스 서울’이다. 이 행사는 성수동 앤더슨씨 공간 전체를 활용해 앱 속 알고리즘 추천을 팝업존 형태의 물리적 공간으로 바꾸고, K팝 중심이던 기존 이벤트를 넘어 K인디·K힙합 등 다양한 장르 아티스트의 라이브 무대를 선보인 대형 팝업 이벤트다. 방문객이 현장에서 취향 질문에 답하면 자신에게 맞는 음원 장르 룸을 추천받아 직접 청음·체험하게 했으며, 혁오, 잔나비, 다이나믹 듀오 등 다채로운 장르의 뮤지션들이 직접 라이브 무대를 펼쳐 아티스트와 팬이 교감하는 장을 마련했다. 즉, 화면 속 알고리즘을 감각적 체험으로 바꾸고 비주류 장르로까지 음악적 경험을 넓혀준 실체적 사례인 셈이다.

멜론은 ‘충성 고객을 위한 혜택’에 집중하며 차별화에 나섰다. 아티스트와의 ‘팬밋업’ 행사를 기획할 때 유저가 해당 아티스트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온도로 표현하는 자체 지표인 ‘친밀도’가 높은 팬들을 우선 초청해 기존 고객들을 챙긴다. 이와 더불어 연말 음악 시상식인 ‘멜론 뮤직 어워드(MMA)’를 매년 개최하며, 대형 오프라인 이벤트를 활용해 자사 유저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멜론은 골드 등급 이상의 회원들에게 유명 대형 페스티벌이나 뮤지컬의 선예매 기회를 제공하고, 3~5년 이상 플랫폼을 장기 이용한 VIP 및 MVIP 등급 회원들에게는 대형 공연 관람권을 50% 할인해 주는 등 특전을 부여한다. 오랫동안 멜론을 선택해 준 유저들에게 실질적이고 독점적인 오프라인 문화 혜택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결국 음원 플랫폼 경쟁의 판도는 단순히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섰다. 스포티파이가 팝업과 독자적 무대로 ‘새로운 음악 경험과 장르의 확장’을 도모한다면, 멜론은 충성 유저에게 ‘독점적 혜택’을 주며 기존 고객을 묶어두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온라인 앱을 뛰어넘어 리스너들의 오프라인 라이프스타일을 누가 더 깊이 사로잡느냐에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