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얼 아이돌은 오랫동안 서브컬처의 산물로 여겨졌다. 실시간 3D 그래픽으로 구현한 아바타가 대중적 공감을 살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지배적이었다. 블래스트(VLAST) 소속 5인조 보이그룹 플레이브(PLAVE)는 이 편견을 숫자로 뒤집었다.
2025년 발매한 음반 두 장이 모두 밀리언셀러에 올랐고, 한 해 판매량만 235만 장이다. 미니 4집 ‘Caligo Pt.2’는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145위에 올랐다. 디지털 싱글 ‘Pump Up The Volume!’은 멜론 TOP100 1위를 기록했다.
버추얼 아이돌이 넘어야 할 가장 거대한 벽은 ‘물리적 공간’이었다. 그러나 플레이브는 지난해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이틀간의 공연을 전석 매진시키며 이 한계를 1차적으로 돌파했다.
지난 12~13일 인천문학경기장 주경기장에서는 첫 월드투어 ‘2026 PLAVE WORLD TOUR KEEP IT MANIC’의 막을 올렸다. 야외 스타디움 공연은 날씨의 영향을 직접 받는데다 실내 돔보다 연출 제어가 까다롭다. 플레이브는 자본과 기술로 이를 정면 돌파했다. 가로 120m, 세로 20m가 넘는 초대형 LED 스크린이 스타디움을 감싸며 화려한 시각적 연출을 쏟아냈다.
이 지점에서 메가 IP급 버추얼 아이돌이 가진 ‘비즈니스 효율’에 이목이 쏠린다.
버추얼 아이돌은 ‘가성비’가 좋다는 게 업계 통설이었다. 연습생 트레이닝비, 숙소비, 의상비 같은 고정비가 빠지니 당연한 얘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블래스트의 2025년 재무제표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매출은 2023년 122억 원에서 2025년 855억 원으로 뛰었고, 영업이익률은 23.6%이다. 그런데 급여로만 52억 원이 나갔다. 숙소비나 의상비는 덜 들지만 그 자리를 IT 인프라 유지비와 고급 기술 인력 인건비가 채운 셈이다.
이유는 블래스트의 조직 구조에 있다. 블래스트는 매니지먼트만 하는 게 아니라 방송국과 제작사 역할을 동시에 한다. 유튜브 라이브 방송 하나를 켜려 해도 언리얼 엔진 기반 실시간 파이프라인(실시간으로 3D 그래픽을 구현하는 고도의 전문 방송 시스템)이 돌아가야 한다. 광학식 모션 캡처 엔지니어, 3D 애니메이터, 서버 개발자까지 상시 대기한다. 플레이브 한 팀을 굴리는 데 100여 명이 붙어 있다.
해외 투어는 또 다른 부담이다. 실제 아이돌은 투어 중에도 작곡가는 다음 앨범을, 다른 멤버는 국내 방송을 소화하는 식으로 일을 나눠 돌릴 수 있다. 반면 플레이브는 모션 캡처 수트와 센서, 그래픽 서버, 이를 다루는 엔지니어 팀 전체가 통째로 투어에 묶인다. 그 기간 국내 매체 노출이나 연말 시상식 참여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버추얼 아이돌의 초기 제작비가 저렴할지는 몰라도, 무대 위에서 실시간으로 춤추고 노래하게 만드는 렌더링 비용과 인력 운용비는 기존 아이돌의 유지비를 훨씬 초과한다. 결코 ‘가성비’가 좋은 것이 아니라, 막강한 팬덤 폭발력으로 그 고정비를 뛰어넘는 ‘슈퍼 매출’을 만들어내고 있을 뿐이다.
K팝계에는 ‘마의 7년’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돌 그룹이 데뷔 7년 차가 되면 으레 해체나 멤버 이탈 수순을 밟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기류가 달라졌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전속계약서에 따라 아이돌 그룹의 전속계약 기간은 통상 최장 7년으로 묶인다. 계약이 끝나는 시점이 다가오면 각 멤버들의 희망 활동 방향, 기획사와의 신뢰, 군 복무 이슈 등이 소속사와의 협상 테이블에 떠오른다.
그러나 최근 엔터 산업에서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됐다. 세븐틴은 지난 7월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와 두 번째 전원 재계약을 체결했고, 스트레이 키즈 역시 계약 만료를 앞두고 JYP엔터테인먼트와 전원 재계약하며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에이티즈와 엔하이픈도 눈에 띈다.
에이티즈는 지난해 KQ엔터테인먼트와 7년 재계약을 맺었다. 성과도 두드러진다. 올해까지 ‘빌보드 200’ 차트 정상에 3차례나 올랐고, ‘코첼라’ ‘서머소닉’ 등 대형 해외 페스티벌 무대에 서며 글로벌 시장에서 K팝 대표 그룹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에이티즈가 지난 6월 발매한 열네 번째 미니 앨범 ‘GOLDEN HOUR : Part.5(골든 아워 : 파트5)’의 타이틀곡 ‘BAD(배드)’는 국내 음원 차트에서도 롱런을 이어가고 있다.
데뷔 7년차인 엔하이픈은 아직 재계약 여부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발매한 미니 8집 ‘더 신 : 블리스(THE SIN : BLISS)’를 통해 ‘빌보드 200’ 차트(9월 5일 자) 정상에 올랐다. K팝 보이그룹 역사상 ‘빌보드 200’ 1위를 기록한 팀은 엔하이픈을 포함해 여섯 팀뿐이다.
이처럼 K팝 그룹들의 생존 방식이 변화하면서 ‘마의 7년’은 완전히 소멸했다기보다 본질적인 성격이 전환된 것에 가깝다. 과거의 7년이 해체냐 존속이냐를 가르는 절체절명의 생존선이었다면, 현재는 팀의 체급과 장기적 생존력을 평가받는 시험대로 바뀐 것이다. 물론 모든 그룹에게 문턱이 낮아진 것은 아니다. 강력한 글로벌 팬덤을 입증한 상위권 팀에게 7년은 더 넓은 무대로 나아가는 도약대가 되지만, 확실한 코어 팬층을 구축하지 못한 팀에게는 여전히 냉혹한 한계선으로 작용한다. 결국 활동 수명은 길어졌을지 몰라도 살아남는 팀과 뒤처지는 팀 사이의 양극화는 더욱 명확해진 셈이다. 이제 K팝 아이돌 그룹에게 7년은 마침표가 아닌 새로운 출발선이다.
이제는 오프라인이다. 스포티파이, 멜론과 같은 음원 플랫폼들이 오프라인 행사로 승부수를 띄웠다.
이제 리스너들에게 음악은 이어폰으로 듣는 ‘청취’의 영역을 넘어, 직접 보고 느끼며 현장감을 공유하는 ‘경험’의 영역으로 넘어왔다. 화면 속 플레이리스트와 인터페이스만으로는 유저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 어려워진 현시점에서, 오프라인 공간은 브랜드와 아티스트, 그리고 팬을 정서적으로 묶어주는 확실한 창구가 된다.
스포티파이는 경험과 장르의 확장을 내세웠다. 대표적인 행사가 이달 열린 ‘스포티파이 하우스 서울’이다. 이 행사는 성수동 앤더슨씨 공간 전체를 활용해 앱 속 알고리즘 추천을 팝업존 형태의 물리적 공간으로 바꾸고, K팝 중심이던 기존 이벤트를 넘어 K인디·K힙합 등 다양한 장르 아티스트의 라이브 무대를 선보인 대형 팝업 이벤트다. 방문객이 현장에서 취향 질문에 답하면 자신에게 맞는 음원 장르 룸을 추천받아 직접 청음·체험하게 했으며, 혁오, 잔나비, 다이나믹 듀오 등 다채로운 장르의 뮤지션들이 직접 라이브 무대를 펼쳐 아티스트와 팬이 교감하는 장을 마련했다. 즉, 화면 속 알고리즘을 감각적 체험으로 바꾸고 비주류 장르로까지 음악적 경험을 넓혀준 실체적 사례인 셈이다.
멜론은 ‘충성 고객을 위한 혜택’에 집중하며 차별화에 나섰다. 아티스트와의 ‘팬밋업’ 행사를 기획할 때 유저가 해당 아티스트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온도로 표현하는 자체 지표인 ‘친밀도’가 높은 팬들을 우선 초청해 기존 고객들을 챙긴다. 이와 더불어 연말 음악 시상식인 ‘멜론 뮤직 어워드(MMA)’를 매년 개최하며, 대형 오프라인 이벤트를 활용해 자사 유저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멜론은 골드 등급 이상의 회원들에게 유명 대형 페스티벌이나 뮤지컬의 선예매 기회를 제공하고, 3~5년 이상 플랫폼을 장기 이용한 VIP 및 MVIP 등급 회원들에게는 대형 공연 관람권을 50% 할인해 주는 등 특전을 부여한다. 오랫동안 멜론을 선택해 준 유저들에게 실질적이고 독점적인 오프라인 문화 혜택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결국 음원 플랫폼 경쟁의 판도는 단순히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섰다. 스포티파이가 팝업과 독자적 무대로 ‘새로운 음악 경험과 장르의 확장’을 도모한다면, 멜론은 충성 유저에게 ‘독점적 혜택’을 주며 기존 고객을 묶어두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온라인 앱을 뛰어넘어 리스너들의 오프라인 라이프스타일을 누가 더 깊이 사로잡느냐에 이목이 쏠린다.
K팝과 브랜드의 만남은 더 이상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일주일 사이 발표된 두 건의 협업은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디올(Dior)은 영화사 A24와 손잡으며 K팝 아티스트를 자사 앰배서더 라인업에 올렸고, 무신사는 SM엔터테인먼트와 개별 아티스트 단위가 아닌 ‘전사 아티스트 IP’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패션과 K팝의 결합이 단발성 화보나 광고를 넘어, 장기 파트너십과 산업 단위 협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신호다.
디올x A24, 팝스타와 배우를 잇는 2년짜리 판을 짜다
디올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독립영화 제작사 A24와 2년간의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이번 협업은 A24가 2023년 인수한 뉴욕의 오프브로드웨이 극장 Cherry Lane Theatre를 거점으로 한다. 디올이 이 극장의 주요 파트너로 참여해, 영화와 연극, 라이브 이벤트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단발성 광고 캠페인이 아니라 콘텐츠 제작과 창작 커뮤니티 지원까지 포함하는 ‘기간제 파트너십’이라는 점이 이번 협업의 핵심이다.
파트너십을 알리는 필름 캠페인은 ‘누구나 잠시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어볼 수 있다’는 콘셉트로 시작됐다. 영상에는 사브리나 카펜터, 조시 오코너, 드루 스타키, 카미유 코탱, 소피 와일드 등이 출연해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을 연기하는 콘셉트를 선보였다. 이어 캠페인 참여진들이 ‘Dior A24’ 그래픽 티셔츠를 각기 다른 컬러로 착용한 모습을 SNS에 공개하는 형태로 캠페인이 확장됐다.
이 라인업에 디올의 글로벌 앰배서더인 방탄소년단 지민, 블랙핑크 지수, 스트레이 키즈 현진이 이름을 올렸다. 지민은 1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블루 컬러의 ‘Dior A24’ 티셔츠를 착용한 사진을 게시하며 ‘#DiorA24’ 해시태그를 남겼다. 지수와 현진 역시 각자의 인스타그램에 같은 캠페인 티셔츠를 착용한 사진을 게시하며 라인업에 동참했다. 패션과 영화, 음악을 넘나드는 브랜드 파트너십에 K팝 아티스트 세 명이 공식 라인업으로 포함됐다는 점에서, 이번 협업은 K팝이 글로벌 컬처 브랜딩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무신사 제공
무신사x SM, ‘단발 콜라보’에서 ‘전사 IP 협업’으로
국내에서는 무신사와 SM엔터테인먼트가 아티스트 IP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14일 서울 성수동 SM 본사에서 열린 협약식에는 탁영준 SM 공동대표와 최재영 무신사 최고커머스책임자(CCO) 등이 참석했다.
대형 엔터테인먼트사와 패션 플랫폼의 협업 자체는 새롭지 않다. 실제로 SM과 무신사는 이미 지난 7월과 8월, 하츠투하츠의 “레몬탱”과 NCT 127의 “블링이” 음반 발매를 기념한 협업을 각각 진행한 바 있다. 이번 MOU에서 주목할 지점은 이런 개별 아티스트·개별 프로젝트 단위의 협업을 넘어, SM 소속 전체 아티스트의 IP를 대상으로 한 포괄적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점이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무신사 입점 패션 브랜드와 SM 아티스트 간 협업 상품 기획·발매 △공식 머치(Merch) 유통과 온·오프라인 마케팅 연계 △해외 전략 시장 중심의 공동 마케팅을 추진할 계획이다. 무신사가 아티스트 IP를 단순 마케팅 수단이 아니라 입점 브랜드의 상품 기획·유통까지 연결하는 구조로 활용하려 한다는 점에서, 플랫폼과 엔터사가 만드는 협업의 스케일이 한 단계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재영 CCO는 “SM의 강력한 아티스트 IP와 무신사의 유통 파워 및 플랫폼 인프라, 독창적인 K-패션 브랜드가 만나 새로운 비즈니스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는 MOU 체결 단계로, 실제 협업 브랜드와 참여 아티스트, 구체적인 출시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 부분이 구체화되는 시점이 이번 협업의 실질적 파급력을 가늠할 관전 포인트다.
패션이 K팝을 소비하는 방식, 두 단계 더 진화하다
디올x A24가 K팝 아티스트를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라면, 무신사x SM은 K팝 IP 자체를 패션 산업의 상품 기획 단계부터 결합하는 방식이다. 접근은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K팝이 더 이상 브랜드 캠페인의 ‘모델’로만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와 상품 기획의 파트너로 참여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두 협업이 앞으로 어떤 결과물로 이어질지, 업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K팝이 글로벌 산업으로 도약하며 전 세계로 투어 무대가 확장된 지 오래다. 그러나 무대가 넓어진 만큼 기획사와 아티스트가 감당해야 할 ‘돌발 변수’의 리스크도 덩달아 커지는 추세다. 자연재해부터 현지 대규모 시위까지, 최근 국내외 공연계를 덮친 예기치 못한 리스크 현황과 과제를 짚어본다.
해외 투어 일정에서 가장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는 단연 자연재해다. 지난 4일, 인도네시아 아낙 크라카타우 화산이 분화하며 화산재가 자카르타 일대를 덮치면서 현지를 찾으려던 K팝 아티스트들의 일정에 직격탄이 떨어졌다. 빅뱅 출신 탑은 오는 19일로 예정되어 있던 아시아 팬미팅 투어 ‘탑 <T.O.P PRE-STUDIO 2026>’ 자카르타 공연을 현지 사정으로 최종 취소했다. 이어 마마무(MAMAMOO) 역시 관객과 아티스트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자카르타 공연 전격 취소를 결정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둔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손꼽아 무대를 기다려온 글로벌 팬들에게는 짙은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해당 국가의 정치·사회적 혼란도 투어의 발목을 잡는 핵심 원인으로 작용한다. 보이그룹 클로즈 유어 아이즈(Close Your Eyes)는 지난 8월 28일과 30일,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와 자카르타에서 단독 투어 공연을 앞두고 있었으나 개최를 불과 3일 앞두고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대규모 시위 등 예기치 못한 현지의 복합적인 외부 상황이 겹치면서, 원활한 무대 연출은 물론 관객들의 안전 보장조차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돌발 변수는 비단 해외 무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서울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장기화되고 있는 ‘개표소 봉쇄 시위’ 여파로 국내 대형 공연들마저 비상이 걸렸다. 관객 동선 확보와 안전 관리에 치명적인 차질이 빚어지면서, 일본 그룹 제이오원(JO1)은 이달 말 올림픽공원에서 진행 예정이던 서울 콘서트 개최를 취소했다. 대안을 찾기 위한 기획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오는 10월 2일부터 4일까지 단독 콘서트를 앞둔 엑소(EXO) 도경수는 서둘러 일산 킨텍스로 공연장을 옮겼고, 솔로 콘서트를 준비 중인 비투비(BTOB) 이창섭 역시 장소 변경과 함께 일정을 연기하며 기존 예매를 전체 취소하는 뼈아픈 진통을 겪어야 했다.
천재지변이나 대규모 사회적 시위 같은 외부 변수를 기획사가 사전에 완벽히 예측하고 통제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공연의 급작스러운 취소나 장소 변경은 팬들의 일정 차질을 넘어, 기획사 입장에서도 막대한 금전적 손실과 운영상의 타격을 수반하는 치명적인 악재다. K팝 투어 시장이 글로벌 스케일로 거대해진 만큼, 이제는 불가피한 리스크 발생 시 산업 전반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체계적인 위기 관리 매뉴얼을 고안해야 할 시점이다.
세계 각지에서 케이팝 공연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아오지만, 부족한 공연 인프라로 비상을 맞이했다.
K팝의 글로벌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홈그라운드인 한국의 음악 산업은 심각한 ‘공연장 대란’을 겪고 있다. K팝 아티스트들의 핵심 무대였던 잠실 일대의 공연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스타디움급 및 아레나급 인프라 부족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수많은 K팝 그룹의 성지였던 잠실실내체육관은 지난 9월 20일 태민의 월드투어 서울 공연을 끝으로 운영을 전면 중단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잠실 스포츠·MICE(마이스) 복합공간’ 조성 공사가 본격화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아티스트들의 ‘꿈의 무대’로 불리는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역시 2023년 8월 30일부터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들어가 현재 사용이 불가능하다. 리모델링 공사는 2026년 12월 30일 종료될 예정이지만, 가요계가 이 경기장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는 날은 한참 뒤로 밀려났다.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이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임시 홈구장으로 사용되기로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3만 석 규모의 돔구장을 포함한 잠실 마이스 복합공간이 준공 목표 연도인 2032년에 들어서기 전까지, K팝 산업은 서울의 심장부인 ‘잠실’이라는 핵심 인프라를 사실상 잃게 된 셈이다.
잠실을 떠나야 하는 K팝 아티스트들은 고척 스카이돔을 비롯해 인천 영종도의 인스파이어 아레나, 인천 문학경기장, 고양종합운동장 등 서울을 벗어난 외곽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이나 실내체육관 입성이 당연시되던 톱급 아티스트들은 이미 대안을 찾아 외곽으로 밀려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빅뱅은 지난 8월 21일부터 23일까지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BIGBANG 2026-2027 WORLD TOUR < XX : COSMOS >을 열고 수만 명 규모의 무대를 펼쳤다. 당장 이번 주만 해도 막강한 팬덤을 자랑하는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PLAVE)가 서울을 벗어나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2026 PLAVE World Tour [KEEP IT MANIC] in Incheon>을 개최한다. 이처럼 관객 동원력이 뛰어난 대형 아티스트들의 ‘탈 잠실’ 행렬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 외곽으로 빠져나간 공연 인프라는 필연적으로 ‘접근성’이라는 치명적인 단점을 노출하고 있다. 특히 국내 최초 다목적 실내 공연장인 인스파이어 아레나의 경우, 인천국제공항과 인접해 있어 입국 직후 공연을 관람하는 단기 방문객에게는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 시내에 숙소를 잡고 관광과 공연 관람을 병행하려는 다수의 해외 팬들에게는 서울과 영종도를 오가는 이동 과정 자체가 상당한 피로감으로 작용한다.
스타디움급 규모를 소화하기 위해 대안으로 떠오른 인천 문학경기장이나 고양종합운동장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대중교통 인프라가 서울 중심부만큼 촘촘하지 않아, 수만 명의 인파가 몰리는 공연 당일이면 극심한 교통 혼잡과 이동의 불편함이 반복되고 있다.
물론 숨통이 트일 여지는 있다. 2027년 5월 개관 예정인 창동 ‘서울아레나’는 오늘(9월 10일)부터 9월 18일까지 내년 하반기 공연 대관 신청을 접수받는다. 최대 2만 8,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아레나급 전용 공연장과 7,000명 규모의 중형 공연장을 갖춘 서울아레나가 개관하면, 스포츠 경기 일정에 구애받지 않는 음악 전문 인프라가 확보되어 대관 공백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팝은 단순한 음악 장르를 넘어 글로벌 관광객을 한국으로 이끄는 강력한 원동력이다. 아티스트와 팬들이 온전히 음악과 무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높아진 K팝의 위상에 걸맞은 공연 인프라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블랙핑크와 NCT가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두 그룹 모두 K팝을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인 만큼, 이들이 데뷔 10주년을 맞이하는 방식에 이목이 쏠린다.
블랙핑크는 아쉬움으로 시작했다. 2016년 8월 8일 데뷔한 블랙핑크는 데뷔일인 지난 8월 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0주년 기념 ‘Meet & Greet’ 행사를 진행했다. 글로벌 톱 걸그룹으로 도약한 블랙핑크이기에 ‘10’이라는 숫자가 팬들에게 주는 의미가 컸으나, YG엔터테인먼트는 데뷔 기념 행사에 내내 침묵하다 ‘Meet & Greet’ 행사 개최 이틀 전에 이를 공지했다.
LLOUD 제공
행사도 블랙핑크의 위상에 비해 규모가 터무니없이 초라했다.
행사를 이틀 앞두고 공지가 이뤄진데다 참석 인원이 40명으로 제한되고, 라이브 방송과 오프라인 행사 역시 짧게 진행되면서 팬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에 블랙핑크 멤버 전원이 사과를 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팬들의 아쉬움이 블랙핑크 멤버들의 솔로곡 릴레이로 달래질 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제니가 먼저 솔로 앨범 ‘Fallen Angel’을 발매했다. 제니가 신보를 내놓은 지 일주일 만에 리사와 지수가 같은 날인 지난 4일 선공개 싱글을 발매했다. 리사는 오는 10월 23일 발매되는 새 EP ‘PRESS PLAY’의 선공개곡 “SaWaDiKa’을, 지수는 정규 1집의 선공개 싱글인 ‘CLICK’을 선보였다.
NCT는 보다 풍성하다. SM엔터테인먼트는 NCT 론칭 10주년을 기념한 ‘NCT 2026’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9월 한 달간 음악, 패션, 전시를 아우르는 이벤트를 준비했다.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반포한강공원 달빛무지개분수에서 NCT 파생 그룹들의 대표곡에 맞춘 분수쇼를 선보였고, 3일부터 27일까지는 석촌호수에 아트벌룬이 띄워진다. 잠실 롯데월드타워 일대에서 열리는 2027 S/S 서울패션위크에서는 4일부터 6일까지 NCT 활동 의상이 전시됐다. 오는 18일부터 10월 18일까지는 롯데월드의 몰입형 체험 플랫폼 ‘DEEP’과 손잡고 이머시브 전시를 개최해 관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선보인다.
잡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멤버들의 의상 및 개인 소장품을 판매하는 ‘NCT 플리마켓’에서 성범죄로 실형을 확정받아 팀을 탈퇴한 태일의 옷을 팔아 해당 옷을 산 팬이 자신의 SNS에 이를 공론화했다. 이 팬은 “범죄자 옷을 사고 싶어 하는 팬이 어딨나. SM에 정식으로 항의하겠다”고 억울함을 호소했고, SM 측 또한 태일 옷이 나온 건 맞다며 뒤늦게 사실을 시인했다.
전세계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K팝 그룹들의 10주년은 팬들에게는 기념비적인 순간이다. 소란이 있었다 하더라도 앞으로 펼쳐질 음악 활동 및 새로운 콘텐츠가 순조롭게 전개된다면 팬들의 아쉬움도 자연스레 사그라들 가능성이 있다. 두 그룹 모두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만큼, 다음 발걸음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빅뱅의 20주년 콘서트에서 시야제한석을 두고 팬들의 불만이 터져나온 가운데,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는 공식 입장이 없다며 입을 닫았다.
지난 8월 21일부터 23일까지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쿠팡플레이와 함께하는 BIGBANG 2026-2027 WORLD TOUR ‘XX : COSMOS’ IN GOYANG’이 열렸다. 2017년 이후 9년 만에 열린 빅뱅의 콘서트이자 데뷔 20주년 월드투어의 첫 무대였으나, 고가의 티켓을 구매하고도 무대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는 팬들의 불만이 쏟아져 오점을 남겼다.
이번 논란의 중심이 된 좌석은 25만3000원에 판매된 ‘F1·F2 FLOOR R석’이다. 27만5000원에 판매된 스탠딩 VIP에 이어 두 번째로 비싼 등급이다. 그러나 연결 통로나 돌출 무대가 높게 설치돼 일부 관객들에게는 본무대에 선 멤버들의 모습이 상당 부분 보이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전해졌다.
결국 공정거래위원회 민원 접수로까지 이어졌다. YG 측이 지난 6월 처음 공개한 공연 안내에서는 FLOOR R 좌석에서 본무대 관람이 제한될 수 있다는 설명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7월 추가 티켓 판매 공지에는 일부 좌석에서 시야, 음향 제한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과 시야 제한을 이유로 공연 당일 취소나 변경, 환불을 요청할 수 없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좌석 판매 및 고지 과정이 적절했는지 확인해 달라는 전자상거래법 위반 신고가 접수됐다.
유사한 시야제한석 이슈에 대해 YG 측의 상반된 태도도 눈길을 끈다.
작년 7월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개최된 블랙핑크 콘서트 ‘BLACKPINK WORLD TOUR IN GOYANG’에서도 N3 좌석의 무대 시야가 제한되며 관객들의 불만을 자아낸 바 있다. 당시 YG 측은 공식 사과하는 입장을 내고 후속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빅뱅 콘서트의 시야제한석 관련 추후 대응 계획 및 관련 입장에 대해 YG 측은 빌보드코리아에 공식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K-팝의 감성적 영역을 확장해 온 그룹 레드벨벳. 이들이 새 앨범 ‘Velvet Summer’를 통해 시간과 성장, 그리고 자신들을 상징하는 계절인 여름을 향해 내면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레드벨벳이 2년여 만에 완전체로 돌아왔다. 5인조로 돌아온 이들은 새 미니 앨범 ‘Velvet Summer(벨벳 서머)’를 통해 자신들의 대명사와도 같은 계절 ‘여름’으로 귀환했지만, 이번에는 그 정체성의 또 다른 이면을 조명한다.
조이는 빌보드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에는 예전의 밝고 에너지 넘치는 콘셉트 대신, 한결 부드럽고 여유로운 여름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데뷔 12년 차가 된 만큼, 지금의 레드벨벳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한층 성숙한 여름을 담아낼 준비가 되었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총 5곡이 수록된 이번 미니 앨범은 보사노바, 레게, 댄스 팝, 클래식, 어쿠스틱 등의 질감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이는 단순한 장르적 시도를 넘어 온도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타이틀곡 ‘Surfin’ Boy’는 세련된 하우스 리듬 위에 보사노바 기타와 여유로운 레게 리듬을 얹었다. ‘빨간 맛’, ‘Power Up’, ‘음파음파’가 쨍한 색채와 즉각적인 청량감으로 여름을 맞이했다면, ‘Surfin’ Boy’는 그 여름의 여운을 오래도록 곁에 머물게 한다.
12년이라는 시간은 K-팝 걸그룹에게 결코 흔치 않은 시간이다. 레드벨벳이 그 오랜 시간 동안 유지해 온 것은 단순한 인기가 아닌, 확고한 정체성이었다. 이들은 ‘레드’의 생기발랄한 에너지와 ‘벨벳’의 부드러운 끌림이라는 양극단 사이에서 자신들만의 스펙트럼을 넓혀왔고, 결국 이 두 콘셉트는 번갈아 등장하는 것을 넘어 자연스럽게 공존하기 시작했다. 걸그룹의 팝이 여전히 ‘밝음’으로만 정의되던 시기에도 레드벨벳은 끊임없이 그 경계를 시험했다. ‘피카부 (Peek-A-Boo)’로 장난기 가득한 겉모습을 서늘하게 비틀었고, ‘Rookie’와 ‘짐살라빔 (Zimzalabim)’으로는 키치를 의도적인 기묘함으로 밀어붙였으며, ‘Dumb Dumb’에서는 인간과 기계 사이의 불안감을 포착해 냈다. 이 곡들은 여성 아이돌이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을 한 차원 넓혔으며, 이들은 실패를 무릅쓰고서라도 기꺼이 그 영역으로 다시 뛰어들었다.
이 모든 여정을 지탱해 준 것은 단연 ‘음악’이었다. 국내외 작곡가들을 하나의 트랙에 참여시키는 SM엔터테인먼트의 A&R 시스템은 켄지(Kenzie)와 다국적 팀이 공동 작곡한 2024년 앨범 ‘Cosmic’의 타이틀곡처럼, 레드벨벳 특유의 다층적인 사운드와 완벽한 시너지를 냈다. 멤버들 역시 그 음악과 함께 성장했다. 솔로 활동을 통해 작사가로서의 감각을 갈고닦아 온 조이는 이번 앨범에서 타이틀곡 ‘Surfin’ Boy’와 수록곡 ‘Hawaii’를 단독 작사했다. 그동안 이들은 빌보드 200 차트에 진입했고, 월드 앨범 차트에서는 네 차례나 1위에 오르는 쾌거를 거뒀다.
아이린은 “녹음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멤버 각자의 음색이 얼마나 더 뚜렷해졌는지였다”며, “그 개별적인 색깔들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저희 사운드에 훨씬 더 풍성하고 성숙한 느낌을 주었다”고 회상했다.
RED VELVET. SM ENTERTAINMENT
다음은 빌보드코리아가 레드벨벳과 나눈 공백기와 재결합, 그리고 ‘Velvet Summer’ 그 이후에 관한 인터뷰 전문이다.
Q. 다섯 멤버가 완전체 레드벨벳으로 앨범을 발매한 지 거의 2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여러분 각자는 솔로 앨범, 연기, 방송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 영역을 넓혔는데요. 그룹의 리더로서 이번에 다섯 명이 함께 작업하는 과정에서 눈에 띄게 달라지거나 더 발전했다고 느낀 점이 있나요?
아이린: 녹음하면서 가장 크게 와닿았던 건 각 멤버의 보컬 톤이 정말 뚜렷해졌다는 점이었어요. 그 개별적인 색깔들이 아름답게 하나로 모여서 저희 사운드에 훨씬 더 풍성하고 성숙한 느낌을 더해줬죠. 또, 저희는 서로를 워낙 잘 알다 보니 무언가 결정을 내려야 할 때면 언제나 자연스럽게 의견이 하나로 모이곤 해요.
Q. 레드벨벳은 항상 ‘레드’와 ‘벨벳’이라는 정체성의 양면을 오가면서도, 어느 한쪽에 딱 들어맞지 않는 음악을 만들어 왔습니다. 이 두 가지 콘셉트가 오늘날에도 그룹을 정의하는 유효한 방식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이제는 그런 구분을 넘어선, 레드벨벳만의 독자적인 음악적 언어를 구축했다고 느끼시나요?
슬기: 저는 여전히 ‘레드’와 ‘벨벳’이 저희의 본질이자 음악의 가장 중요한 토대라고 생각해요. 데뷔 초반에는 두 콘셉트가 확연히 구분되는 느낌이 강했다면, 지금은 그 두 가지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 자체가 레드벨벳만의 독특한 음악적 정체성으로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Q. 가장 밝고 직관적인 곡들에서조차 레드벨벳은 예상치 못한 화음과 정교한 보컬 레이어링으로 유명합니다. 이번 앨범에서는 다섯 명의 목소리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어떻게 새롭게 다듬고 싶었으며, 리스너들이 어떤 새로운 보컬 색깔을 발견해 주길 바랐나요?
웬디: 각자의 솔로 활동이 멤버 모두에게 더 확고한 보컬 정체성을 길러주었다고 생각해요. 완전체로 녹음하는 것이 오랜만이었기 때문에, 저는 다른 멤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각 곡에 맞는 최적의 밸런스를 찾는 데 집중했어요. 겹겹이 화음을 쌓을 때는 메인 싱어의 톤과 호흡에 맞추면서도, 각 레이어 사이에 미묘한 차이를 두어 사운드를 한층 풍성하게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번 앨범이 여름 앨범인 만큼 보컬이 가볍고 맑으면서도 힘들이지 않은 것처럼 편안하게 들리기를 바랐어요. 동시에 레드벨벳 특유의 청량한 에너지를 놓치지 않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Q. 앨범의 두 곡에 가사를 직접 쓰셨습니다. 레드벨벳이 확립해 온 음악적 세계관에 본인만의 언어와 감정을 불어넣을 때 어떤 균형을 찾으려 하셨나요? 개인적으로 유독 와닿거나 본인의 시선을 가장 잘 대변한다고 생각하는 가사가 있다면요?
조이: 제가 ‘Surfin’ Boy’와 ‘Hawaii’를 작사했는데요. ‘Surfin’ Boy’는 타이틀곡이기 때문에 레드벨벳 고유의 사운드에 충실하면서도 그룹의 멤버로서 제가 가진 바람을 함께 담아내고 싶었어요. 2년 2개월 만에 다시 뭉친 만큼 팬분들께 보답하고 싶었고, 앞으로도 매년 여름마다 함께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희망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Hawaii’는 지극히 개인적인 곡이지만, 동시에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어릴 적에는 스스로 자랑스러워할 만한 어른이 되겠다는 굳은 다짐으로 두려움 없이 모든 도전에 맞섰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한때 꿈꾸던 그런 어른이 되었나?’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어요. 이 노래를 통해, 우리가 어릴 적 꿈을 잊지 않고 간직하는 한 우리의 삶은 여전히 의미 있을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복잡한 생각에서 벗어나 더 자유롭게 살고 싶은 마음을 하와이의 아름다운 풍경에 빗대어 표현했어요.
‘Surfin’ Boy’ 가사 중:“나와 함께여서 / 사랑으로 가득했던 / 그 여름날의 우리들” 이 구절은 레드벨벳과 레베럽(ReVeluv)이 함께 보낸 수많은 여름 동안 나누었던 사랑을 떠올리게 해요.
“거친 파도가 덮쳐도 / 결국엔 난 널 찾아” 이 가사는 비록 우리가 잠시 떨어져 있을지라도, 결국엔 다시 서로의 곁으로 돌아오게 될 거라는 굳은 믿음을 표현한 거예요.
“다시 만난 너와 / 눈부시게 빛낼 / 이 여름날의 설렘들” 이 부분은 앞으로 우리가 계속해서 함께 만들어갈 눈부신 추억들을 기대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Hawaii’ 가사 중: “내 어릴적 작은 소망 / 멋진 어른이 되는 것 / 눈 깜짝할 새 키만 자란 / 별난 어른 돼버렸지” 아마 이 곡에서 가장 사적이고 자전적인 대목일 거예요.
“푸르던 네 꿈들을 / 기억해 줄래 / No more blues” 이 구절은 제가 가장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 즉 우리가 어릴 적 품었던 꿈을 놓지 말자는 마음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Q. 솔로 앨범을 통해 레드벨벳 안에서 보여주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결의 목소리를 들려주셨습니다. 솔로 아티스트로서 앞으로 어떤 장르, 감정, 이야기들을 더 깊이 탐구하고 싶으신가요? 그리고 그 작업을 통해 얻은 발견들이 궁극적으로 레드벨벳의 음악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예리: 솔로 아티스트로서 시도해 보고 싶은 사운드가 아직 너무나도 많아요. 제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게 뭔지, 가장 ‘나다운’ 게 뭔지 고민하는 데 꽤 긴 시간을 보냈고, 이제야 제가 들려드리고 싶은 사운드를 찾은 것 같아요. 앞으로 나올 제 솔로 앨범을 통해서 더 많은 것을 보여드릴 테니 많이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항상 제 솔로 음악과 레드벨벳의 음악이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느껴왔어요. 실제로 다음 솔로 앨범에 수록될 예정인 곡 중 하나는 레드벨벳을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를 담고 있기도 해요.
Q. 호평받은 첫 솔로 정규 앨범을 통해 본인만의 목소리와 예술적 취향을 훨씬 더 폭넓게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건 온전한 앨범을 완성한 후, 그룹 내에서 본인의 역할과 보컬에 대해 달라진 이해를 안고 레드벨벳으로 돌아오게 되었나요?
아이린: 레드벨벳 음악 안에서는 항상 제 목소리가 제 앞뒤로 노래하는 멤버들과 어떻게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을지 주의 깊게 고민해 왔어요. 솔로 앨범을 작업하면서 제 목소리와 그 장점을 한층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그 강점들을 어떻게 레드벨벳의 음악 안으로 스며들게 할 수 있을지 더 많이 연구하게 되었죠. 이 경험을 통해 아티스트로서 훌쩍 성장했다고 느끼고, 이 모든 성장은 온전히 우리 레베럽 여러분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변함없는 응원이 제가 계속해서 배우고 나아갈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Q. 솔로 음악, 퍼포먼스, 패션, 그리고 비주얼 콘텐츠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본인만의 확고한 예술적 언어를 구축해 오셨습니다. 이번 앨범에서는 비주얼 세계관이 리스너들의 음악 감상을 어떻게 더 깊게 만들거나 새롭게 재구성하기를 바라셨나요?
슬기: 저희는 음악과 비주얼이 하나의 완전한 경험으로 다가가서 많은 분들이 앨범에 온전히 몰입하실 수 있기를 바랐어요. 처음 데모를 들었을 때는 기분 좋은 바람이 살랑이는 듯한 여유로운 분위기였거든요. 그런데 이걸 레드벨벳의 목소리로 입히고 나니 훨씬 신비롭고 묘한 매력이 더해지더라고요. ‘인어(Mermaid)’ 콘셉트가 이 곡 특유의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완벽하게 시각화해 준 것 같아요.
Q. 솔로 아티스트, 레드벨벳의 메인 보컬, 그리고 라디오 DJ로서 목소리를 아주 다채롭게 사용하고 계십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와 감정에 귀 기울이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녹음실에서 가사를 해석하거나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요?
웬디: 제가 세상 모든 종류의 삶이나 감정을 직접 겪어볼 수는 없지만, 라디오를 진행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사연들을 접하게 됩니다. 깊이 공감되는 사연도 있고, 세상을 보는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안겨주는 사연도 있죠. 그렇게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니 훨씬 더 넓은 스펙트럼의 감정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요. 새로운 곡을 작업할 때는 먼저 가사를 찬찬히 읽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감정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요. 그런 다음 멜로디를 들으며 제 나름의 해석을 어떻게 녹여낼지 고민하죠. 개인적인 경험도 물론 중요하지만, 타인의 이야기와 깊이 교감하는 과정 또한 제가 더 풍부한 감정을 표현하는 보컬로 성장하는 데 큰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Q. 레드벨벳의 예전 여름 앨범들이 대부분 쨍한 색채와 즉각적인 에너지로 정의되었다면, 이번 앨범은 여름에 대한 한층 더 성숙하고 몽환적인 시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레드벨벳’만이 표현할 수 있는 여름의 감성은 과연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조이: 이번에는 예전에 저희가 주로 선보였던 톡톡 튀고 에너지 넘치는 콘셉트 대신, 여름의 좀 더 부드럽고 여유로운 이면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저희가 데뷔 12년 차가 된 만큼, 오늘날의 레드벨벳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한층 성숙한 여름을 담아낼 준비가 충분히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Q. 이렇게 긴 커리어를 탄탄하게 이어온 그룹에게 새 앨범은 단순히 예전의 성공 공식을 답습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룹이 왜 계속해서 나아가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이정표 역할도 하죠. 이번 앨범이 궁극적으로 레드벨벳의 디스코그래피 안에서 어떤 의미로 남기를 바라시나요?
예리: 다섯 멤버가 다 함께 모여 저희가 진심으로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저희에겐 믿을 수 없을 만큼 벅차고 소중한 일이에요. 많은 분들이 이 앨범을 따뜻하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본 인터뷰는 Billboard.com에서 최초 게재됐으며, 영문 원문은 해당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SM엔터테인먼트가 다채로운 아티스트 라인업의 활약에 힘입어 2분기 괄목할 만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올해 2분기 SM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4% 뛰어오른 3496억 원, 영업이익은 11.0% 상승한 529억 원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외형 성장과 내실을 동시에 다지는 데 성공한 셈입니다.
자체적인 별도 매출 역시 2406억 원을 기록하며 9.2%의 준수한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아티스트들의 방송 및 행사 수익을 뜻하는 출연 매출(27.9%↑)을 필두로, 콘서트(23.6%↑)와 MD·라이선싱(22.0%↑) 부문이 고르게 우상향 곡선을 그렸습니다. 다만, 적극적인 투자 등으로 인해 별도 기준 영업이익(438억 원)과 당기순이익(241억 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 하락했습니다.
■ 글로벌 투어와 팝업스토어가 만든 시너지
이번 호실적의 핵심 동력은 세대를 아우르는 ‘막강한 IP 파워’와 ‘영리한 오프라인 전략’에 있습니다.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 엑소 등 탄탄한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고연차 아티스트들은 물론, 에스파와 NCT 위시(NCT WISH) 등 대세 그룹들이 전 세계를 누비며 막대한 티켓 파워를 과시했습니다.
팬들의 지갑을 열게 한 것은 단순한 공연 관람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콘서트 규모가 커지면서 관련 굿즈(MD) 판매량이 급증했고, 이를 앨범 프로모션과 결합한 전략이 주효했습니다. 에스파, 라이즈(RIIZE), NCT 위시의 컴백 일정에 맞춘 팝업 이벤트와 ‘NCT 데뷔 10주년’ 기념 팝업스토어는 팬덤의 발길을 사로잡으며 알짜 수익원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여기에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한 자회사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공연 기획사인 드림메이커는 본사와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흑자 폭을 키웠고, 팬 소통 플랫폼 디어유는 과금 체계 개편(구독료 인상 및 웹 결제 도입)을 통해 안정적인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했습니다.
■ 하반기 쏟아지는 신보… 에스파·NCT 등 총출동
상반기의 기세를 몰아 SM은 남은 하반기에도 탄탄한 라인업을 가동합니다.
3분기 컴백 러쉬 : 레드벨벳과 NCT 127을 필두로, 샤이니 민호, WayV가 새 앨범을 선보인다. 또한 새로운 조합인 소녀시대-효리수의 출격도 예고되어 있다.
4분기 컴백 라인업: 태연, 예성, 재현, NCT 드림이 정규 앨범으로 무게감을 더하며, 최강창민, 샤오쥔, NCT 위시, 그리고 신인 그룹 하츠투하츠가 앨범을 발매해 라인업을 꽉 채운다.
투어 열기 또한 식지 않습니다. 에스파는 8월 서울 고척돔 입성을 시작으로 아메리카 대륙과 유럽을 관통하는 대규모 월드투어에 돌입합니다. 유노윤호, 슈퍼주니어-83z, 예성, 려욱, NCT 127, WayV 등도 각자의 콘서트 타이틀을 걸고 글로벌 팬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 ‘빅4’ 실적 엇갈린 2분기, SM ‘단단한 2위’ 증명
이번 2분기 실적 시즌은 국내 대형 기획사 4곳(하이브·SM·JYP·YG)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린 시기라는 점에서 SM의 11% 이익 성장은 더욱 큰 의미를 지닙니다.
선두인 하이브가 약 1709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전년 대비 무려 159.3% 폭증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경쟁사들은 부진의 늪에 빠졌습니다. JYP와 YG엔터테인먼트는 핵심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주력 아티스트들의 활동 공백이 길어지며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약 32.5%(357억 원 예상), 24.0%(64억 원 예상) 급감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K팝 시장의 성장 둔화 우려 속에서 주요 기획사들이 역성장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SM엔터테인먼트는 풍부한 아티스트 풀(Pool)을 십분 활용해 나홀로 두 자릿수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이는 특정 그룹에만 의존하지 않는 SM 특유의 견고한 비즈니스 펀더멘털을 다시 한번 시장에 입증하며 업계 2위 자리를 확고히 다진 결과로 풀이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