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과 AI의 두 얼굴: 마마는 제미나이와 손잡고, 수노는 BTS를 학습했다

K팝은 지금 AI의 고객이자 재료다.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가 올해 마마 어워즈 무대를 함께 만든다는 소식이 전해진 주에, 미국 법정에서는 방탄소년단(BTS)과 싸이의 노래가 허락 없이 AI 학습에 쓰였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한쪽에서는 AI와 손잡고 무대를 키우는 동안, 다른 쪽에서는 내 노래가 어디에 쓰였는지도 모르고 있었던 셈이다.
마마 무대에 들어간 제미나이
구글은 30일 CJ ENM이 주최하는 ‘2026 마마 어워즈’와의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시상식은 다음 달 20~21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 돔에서 열리며, 올해 주제는 ‘뮤직 인터스텔라’다.
제작진은 사전 홍보 콘텐츠 기획부터 오프닝 영상, 주요 하이라이트 무대 준비까지 제미나이를 활용한다. 시상식 제작 전 과정에 생성형 AI가 들어가는 셈이다.
유튜브도 힘을 보탠다. 시상식은 기존 방송·OTT와 함께 유튜브에서도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주요 지역에 생중계되고, 시청자는 실시간 채팅과 쇼츠로 참여할 수 있다. 유튜브는 장르 부문 본상인 ‘베스트 뮤직비디오’에도 참여해 케이팝 뮤직비디오의 작품성과 창의성을 함께 살핀다. 구글 측은 앞으로도 기술과 플랫폼 양면에서 케이팝의 세계 진출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노 소송 목록에 오른 ‘강남스타일’
같은 주 중앙일보는 미국 음악 생성 AI 기업 수노(Suno)가 K팝 곡을 무단으로 학습한 의혹이 미국 소송 자료에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유니버설·소니 계열 음반사들이 지난달 매사추세츠 연방지방법원에 낸 저작권 침해 소송에는 6만202곡의 침해 목록이 1882쪽에 걸쳐 첨부됐다. 청구액은 곡당 15만 달러(약 2억원)다.
이 목록에는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젠틀맨”, BTS가 참여한 베니 블랑코·스눌독의 “배드 디시전스”와 스티브 아오키의 “웨이스트 잇 온 미”가 들어 있다. 투애니원이 참여한 윌아이엠의 “겟틴 덤”도 포함됐다.
목록은 추정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음반사 측 음원 전문가들은 미국 민사소송의 증거개시(discovery) 절차를 통해 수노의 소스코드와 학습 자료를 열람했고, 수노가 가진 오디오 파일의 음원 지문을 자사 음원과 대조했다. 수노 역시 지난 20일 법원에 낸 답변서에서 유튜브에서 학습용 오디오를 내려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AI 학습은 공정이용이라는 입장이다.
수노를 상대로 한 소송은 2024년 6월 유니버설·소니·워너 3대 음반사가 함께 시작했다. 이후 워너는 수노와 합의했고, 유니버설·소니는 추가 소송으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쓰는 데는 빠르고, 지키는 데는 느리다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크다. 이번 목록은 유니버설·소니가 미국 내 저작권을 갖거나 독점 관리하는 곡만 담고 있다. “강남스타일”이 포함된 것도 YG가 한국·일본 외 지역 유통을 유니버설에 맡긴 덕분이다. 국내 권리자가 직접 나서기 전에는 얼마나 많은 K팝 곡이 학습에 쓰였는지 알기 어렵다.
그런데 국내 음반사와 소속사는 자사 곡이 목록에 올랐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27일 상당수 음악저작물이 AI 학습에 쓰였을 가능성을 인정하며, 필요하면 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해외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독일 음악저작권단체 GEMA는 수노를 상대로 한 소송 1심에서 지난 7월 대부분 승소했다. 독일 법원은 AI 학습이 공정이용이라는 수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에서도 지난 23일 엘비스 프레스리의 대표곡을 관리하는 어센틱 브랜드 그룹 등이 AI 기업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냈다.
일주일 사이 K팝은 AI와 손잡고 세계 무대를 넓히는 얼굴과, 자기 노래가 어디에 쓰였는지 모르는 얼굴을 동시에 드러냈다. 워너는 합의를, 유니버설·소니는 소송을 골랐다. K팝 업계도 이제 AI를 어떻게 쓸지뿐 아니라 무엇을 지킬지 정해야 할 지점이다.